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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 인터뷰]“재벌 해체라니… 암탉 목 비틀지 말고 우리에 가둬 키우면 돼”
United States 노메리또 0 160 2012-07-07 04:50:14

[김종인 위원장 인터뷰]“재벌 해체라니… 암탉 목 비틀지 말고 우리에 가둬 키우면 돼”

기사입력 2012-07-07 03:00:00 기사수정 2012-07-07 04:09:39

 

김종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경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은 “차기 정부의 시대정신은 ‘통합’에 있다”며 “사회갈등과 빈부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통합 없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는 한쪽으로 쏠린 부의 편중을 재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경선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거대책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선대위원장 인선 발표가 나온 직후인 5일 저녁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다 지난해 4월 자신이 직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정치를 권유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4개월 동안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나 안 원장에게 정치를 권유했다. 당시 나는 기존 정당에 희망이 안 보여 새 정당을 만들어 올 4월 총선에 데뷔시킬 인물을 찾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법륜 스님이 ‘안 원장이 괜찮다’고 해 몇 번 함께 만났다.”

―당시 안 원장은 정치 생각이 있었나.

“그 사람은 이야기만 듣지 의사표시를 안 한다. 몇 번 만나다 보니 ‘정치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그를 설득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됐다. 작년 8월 31일 안 원장이 최종 결정을 한다 해서 윤 전 장관, 안 원장, 나, 법륜 스님, 최 교수,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 여섯 명이 모였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서울시장은 벤처기업 경영과는 다르다. 당선된다 해도 몇 개월 지나면 (서울시가) 엉망이 될 것이다.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 같은 곳에 출마해 국회의원부터 해서 민주주의 의사결정을 배우라’고 했다. 안 원장 왈 ‘시정(市政)은 행정이니 나도 잘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권하느냐’ 하더라. 그 자리에 모인 나머지 사람들도 본인 의사를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 하길래 난 (모임에서) 나와 버렸다. 다음 날 연락이 왔는데 시장 출마를 결심했다 하더라.”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그 이후 안 원장이 보인 행보에 실망했다”고 했다.

“시장 출마 의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윤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안 원장을 적극 지지하며, 정당을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하자 인터넷에서 안 원장을 향해 ‘왜 그런 보수꼴통과 일하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자 ‘윤 전 장관을 잘 모른다, 멘토도 아니며 그런 (사람이) 멘토라면 내 주변엔 300명이나 된다’고 깔아뭉개더라. 그것을 보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 원장이 별 영향력이 없다면서 왜 새누리당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나.

“지금 이 정부를 바꿔야겠다는 열기가 대단하다. 20, 30대는 대부분 반(反)여당이다. 그나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게 희망을 갖는 것은 MB정부와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책임을 박 전 위원장에게 물을 수는 없다.”

―박 전 위원장과의 첫 만남은….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6년 17대 국회에 있을 때, 독일 방문을 앞두고 찾아왔다. 당시 나는 민주당 의원으로 한독(韓獨) 의원친선협회 회장이었다. 이후 2007년 경선 결과 승복 연설을 보고 ‘성숙한 정치인’이라 느꼈다. 이듬해 초 박 전 위원장을 위로할 겸 점심 초대를 했다. 그 자리에서 ‘여론에선 앞섰지만 당내 지지를 못 받는 바람에 총리가 안 됐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결국 3년 뒤 됐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앞으로 5년을 잘 준비하면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수업 잘하시라’고 조언했다. 이후 근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 국내외 현안들, 글로벌 금융위기, 여당이 나아갈 방향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옆에서 본 박 전 위원장은 대통령 자질이 있나.

“현대 사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몇 가지 기본 자질이 있다. 대내외 안보문제, 글로벌적 상상력,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오픈 마인드와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경제 마인드이다. 교육도 잘 알아야 한다. 또 탐욕이 없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왜 실패했는가? 첫째, 너무 권력이나 물질에 탐욕스러웠다는 점, 둘째, 친인척 형님 아우 자식 처남 장인 등등 주변이 너무 복잡해 계속 사고가 터진다는 점, 셋째, 대통령이 되어도 기득권 세력에 얹혀 뭘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다. 박 전 위원장은 개인적 욕심도 없고, 주변이 깨끗하고 재벌이나 이익단체와 연관도 없다. 중요한 장점이다. 그런 면에서 믿고 해볼 만하다 생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세종시 표결하던 때, (박근혜) 본인이 직접 반대토론을 했다. 대단한 용기다. 정치리더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한번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신뢰를 갖게 만드는 덕목”이라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불통(不通)’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모르는 것이다. 정치인의 삶은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꺾이면 꺾인다. 세종시 안이 가결됐다면, 박 전 위원장의 정치생명도 끝났을 것이다.”

―‘인간 박근혜’는 어떤가.

“(박정희) 대통령 옆에 있으면서 국가 운영에 대한 감각을 배웠다. 부모 둘 다 총탄에 쓰러지셨는데 이걸 극복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다. 197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근 20년 뒤에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 야인(野人)으로 살았다. 고뇌가 많았을 텐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강인한 정신력을 키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대선 지원 요청은 언제 받았나.

“5월에 독일에 가 있는데, 14일쯤 (박 전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비대위 해체 날이었는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지나가는 말로 ‘대선에도 도와주실 거죠?’라고 묻더라. (그 말 들으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은 안 들었다.”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나는 본래부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나라 운영은 기업 운영과 다르다. ‘7·4·7’처럼 허무맹랑한 공약 갖고는 답이 없다. 시대 변화를 읽고 나아가야 하는데 21세기 대한민국을 1970년대식으로 밀어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준비가 돼 있나.

“아버지를 극복해야 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전직 대통령으로 객관화해야 한다. 그래서 성공한 것과 실패한 것을 조화시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뭘 하고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근혜’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원칙과 신뢰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통합된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통합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김 위원장은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관철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당초 시장경제로 형성된 게 아니다. 계획경제 체제에서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재벌만 커버려 갈등이 깊어졌다. 1985, 86년에도 그런 현상이 있어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헌법에 넣었다.”

―경제민주화가 뭔가. 재벌 개혁인가.

“(목소리가 높아지며) 재벌을 어떻게 개혁하나? 재벌 해체? 말이 되나. 경제민주화는 사회 불균형, 양극화를 극복해 사회 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암탉이 말 안 듣는다고 목을 비트나? ‘우리(cage)’를 만들어 그 안에서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의 45%가 하층민이라 생각한다. 희망이 없다 말하는 사람도 58%나 된다. 이런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이 국민들의 희망과 역동성 하나로 버텨왔는데 다 잃어버렸다.”

―원인이 재벌에 있나.

힘과 부(富)의 독점이 문제다. 경제성장률이 3%대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못 느낀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는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내는데 납품업체들도 똑같이 느끼나? 그들(재벌)은 ‘우리(we)’라는 개념이 없다. 탐욕스럽게 자기 배만 불린다. 대한민국 1%의 소득자가 대한민국 총소득의 16.6%를 가져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수치다. 골목 상권에 기업이 들어오면 영세 상인들은 다 죽는다. 그런 사람들이 복지 대상이 되는데 이를 미국이 해결해 주나, 유럽이 해 주나. 우리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재정이 없어 못 한다.”

이야기는 복지로 이어졌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중요한 게 복지다. 새로운 것 하자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62%인 건강보험 급여 수준을 80%대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역보험하고 직장보험 합치는 바람에 재원이 구멍 났고 의약분업 때문에 약제비가 늘어 재원이 없다. 이런 걸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를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 게 아니라 현실적인 안을 내야 한다. 그리고 재원이라는 것은 세제(稅制)를 어떻게 움직이고, 예산구조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에 따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경선캠프 정책위원장도 겸하고 있는데 친박 의원들 중에 정책 만들 만한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다들 잘난 사람들이라…(웃음). 비대위에서 정강정책 바꾸면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니까 기업들이 코웃음을 쳤다. 국회의원들 다 자기들 손아귀에 있는데, 입법이 되겠느냐는 반응이었다. 거기에 넘어가 아무것도 안 하면 그런 당은 존립할 가치가 없다. 대통령의 의지만 확실하면 된다.”

―확실한가.

“그렇다. 또 여당은 대통령이 뭐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가는 사람들이니까.”

―민주당 국회의원을 했는데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

“야당도 해봤지만 결국 한국 사회의 변화는 보수 여당이 변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보수가 바뀌어야 한국이 바뀐다. 다른 나라도 다 그렇다. 우리나라 진보 진영은 인식과 명분은 있는데 실천이 부족하다. 허황된 꿈만 좇는다.”

● 프로필

1940년 서울 출생
1964년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1972년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 박사
1973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981년 11, 12대 국회의원(민정당)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1992년 14대 국회의원(민자당)
2003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2004년 17대 국회의원(민주당)
2008년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2011년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2011.12∼2012.3)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신가현 인턴기자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이재성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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