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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중국의 패권주의
최성재(펌) 8 419 2005-01-06 03:35:15
최성재 날 짜 2005년 1월 5일 수요일

뿌리 깊은 중국의 패권주의

1949년 중국은 대륙을 장악한 후 평화5원칙을 발표한다. 영토 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 호혜, 평화적 공존이 바로 그것이다. 1954년 인도와 이를 공식화하고, 1955년 인도네시아의 반둥에서 비동맹국가들이 평화10원칙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 때 중국은 제3세계의 맹주 행세를 하면서 평화5원칙을 거기에 모두 집어넣는 데 성공한다.

이 평화5원칙은 중국의 시종일관한 외교 정책으로 反패권주의와 反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일반 상식과는 달리 미국만 장개석을 도운 게 아니다. 공산국가의 종주국인 소련도 앞으로는 모택동의 인민군을, 뒤로는 장개석의 국민군을 지원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국가 주석 모택동과 총리 겸 외교부 장관 주은래(소련이 처음에 중국공산당의 지도자로 지명하고 키운 사람은 주은래)는 소련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났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국가 이익임을 확실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중국은 내전에서 승리하여 대륙을 차지했지만, 국가 기반이 취약하기만 했다. 언제 미국이 대만을 앞세워 본토 수복에 나올지 몰랐고, 언제 소련이 중국을 위성국으로 만들려고 국경을 넘을지 몰랐다. 평화5원칙이라는 것은 결국 미국과 소련에게 제발 침략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말해 놓고 대만을 공략할 계획을 차근차근 세웠다. 심지어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처음 두어 달 동안은 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대만 침공 계획에만 골몰했다. 중공군의 주력군은 대만 맞은 편 복건성에 집결해 있었던 것이다. 만약 북한의 인민군이 낙동강 전선을 뚫고 부산까지 내려갔거나,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실패하여 압록강에 이르지 못했다면, 중공군은 대만상륙작전을 감행했음에 틀림없다. 처음에는 김일성이, 나중에는 맥아더가 대만을 살려 준 셈이다.

중국이 反패권주의, 反제국주의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소련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침략 받지 않겠다는 것이지, 그에 대한 공포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약소국들의 구미에 딱 맞는 말을 만들어냈을 뿐이지, 중국 자신은 주변국에게 패권주의를 추구했다. 이에 항의하는 것을 그들은 내정간섭이라고 일소에 붙였다. 중국이 제일 먼저 집어삼킨 것은 신강(신장)과 내몽골과 한반도 6배 크기의 티베트(토번)이다. 이 중에서 티베트가 가장 독립성이 강했는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은 그들에게 악몽이었다. 1989년 이들은 독립운동에 나섰지만, 현재 국가 주석인 호금도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그 후에 이들은 서북공정이라고 하여 신강과 티베트 등을 중국의 역사로 완벽하게 편입한다. 이들이 그 다음에 착수한 것이 바로 동북공정이다. 만주에서 흥기한 요와 금만이 아니라 발해와 고구려까지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대담무쌍한 수작이다. 이제 미국이나 러시아와도 한판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옛 고구려 땅인 북한이 있다. 지금은 분단되어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1300년 동안 통일 국가를 유지한 유일한 나라의 절반을 자기네 것이었다고 우겨 보겠다는 말이다. 실력으로 빼앗아 보겠다는 말이다.

티베트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인도의 국익과 크게 관계가 없어서 별 문제가 없지만, 티베트 침략과 그에 이은 서북공정은 패권주의라고 질타할 강국들이 아예 없지만, 동북공정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건 누가 봐도 노골적인 패권주의의 추구이다.
한국과 북한이 분단되어 있어서, 북한은 지배층과 군대 외에는 완전히 붕괴되어 중국의 후견 역할이 아니면 언제라도 내란이 일어나거나 한국에 흡수통일될 수 있어서, 동맹국과 적국을 구별하지 못하는 한국은 호시탐탐 만리장성을 넘으려는 청(淸)을 꼭뒤에 둔 명(明)처럼 자중지란에 빠져 있어서, 중국으로서는 군침을 삼키기에 딱 좋다.

중국이 노골적인 패권주의를 추구해도 북한은 중국의 보호국이라 꼼짝 못하고 한국도 연속해서 친북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에 아양떠느라 내내 꿀 먹은 벙어리다. 잘하면 북한까지 집어삼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1300년 전 수·당이 고구려한테 50년에 걸쳐서 묵사발이 된 후 당이 엉뚱한 욕심을 품고 바다를 건너갔지만, 신라한테 실컷 이용만 당한 채 쫓겨나고 설상가상으로 만주는 또 만주대로 발해에게 넘어간 이후, 한족이 가슴 깊숙이 품고 있었던 앙심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인데, 실리에 귀신같은 일본은 이미 미국의 아랫배에 착 달라붙어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힘을 합해서 대항하는 수밖에 없다. 세계 최강의 동맹국을 버리고 오히려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음험한 중국에 추파를 던지는 바보 같은 한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북한의 핵만 제거하면 된다. 미국과 협상을 잘하면, 핵을 제거하거나 김정일 정권을 내쫓는 조건으로 북한을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최소한 2천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 중화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오랑캐인 사방의 모든 주변국을 군사로 짓밟은 후 아예 복속시켜 버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군신관계를 맺어 중원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중화주의이다. 한문과 유교로 정신적인 신하로 만드는 것도 중화주의이다.
주변국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겨서 도리어 중국이 신하로서 머리를 조아린 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결국 이제는 주변에 남북한과 몽골만 남았다. (베트남 통일 후 패권주의의 이빨을 드러내 봤지만, 참담하게 패하고 나서는 그 쪽으로는 아예 신경을 껐다.) 아마 동북공정에는 몽골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북한, 다음에 몽골, 이어서 한국--남김없이 제2의 티베트로 만드는 것이 중국의 100년 계획 동북공정일 것이다.

세계 최강인 혈맹 미국과 손을 굳게 잡고 덤으로 세계 2위의 경제력에 핵무기만 없을 뿐 실질적으로 군사력도 세계 2위인 일본과 입을 맞춰, 만주의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당당히 따지면서 중화주의의 꽃을 피우려고 단단히 벼르는 북경 올림픽 경기를 조커로 쥐고 흔들면, 중국의 패권주의를 분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데, 어쩌자고 강시 국가나 다름없는 김정일 왕조와 찰떡궁합이 되어 한국 정부가 죽을 꾀만 쓰고 있다.

한번 잘못된 생각의 길로 들어서면, 수백만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승리를 확신하는 게 인간인가 보다. 생각만 바꾸면 수백만을 살릴 수 있는데,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권력과 방송을 일단 손에 잡으면, 중학생의 눈에도 빤히 보이는 살 길이 안 보이나 보다. 도리어 애정이 증오로 돌변할 참에 있는 미국을 향해 '티끌을 대들보 삼아' 1년 365일 '反패권의 촛불'을 켜든다. 꼭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비 같다.
(200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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