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한 뒤 남한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수년째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해온 화교 출신 유모씨(33)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전망이다.

알고 보니 유씨는 중국국적을 가진 화교 신분이면서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에 들어와 한국국적을 취득했으며, 남한에서 살면서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시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정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1월 10일 정보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아왔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전망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탈북자의 신분으로 입국한 유씨는 3여년 전 서울시 공무원이 되어 최근까지 서울시청 복지정책과에서 주무관 신분으로 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가 정보 당국의 수사망에 포착된 것은 입국한 뒤 주거지를 여러번 옮긴 데다 그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3차례나 바꾼 것이 시발점이 됐다고 한다. 현재 탈북자의 경우 거주지에 따라 정해진 주민등록 뒷번호를 부여하고 있어 주거지를 옮길 경우 자발적으로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탈북자들은 주민번호를 바꾸게 되면 은행 등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모든 서류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주거지를 옮겨도 기존에 사용하던 주민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씨가 거주지를 자주 옮겨다니고 주민번호까지 수차례 바꾸면서 정보당국의 의심을 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씨는 남한에서 살면서도 중국여권을 이용해 수시로 가족들이 남아 있는 회령을 방문했다고 한다.

화교 출신인 유씨는 가족들과 북한 회령에서 거주한 사실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회령 소식통으로부터 지난해에도 유씨가 회령에서 목격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식통은 “화교 출신으로 원래 중국과 왕래가 빈번했던 유씨를 오랜만에 봤지만 의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정보 당국의 수사에 앞서 유씨는 4년여 전 대규모 환치기를 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또 유씨는 최근 들어 국내 여러 북한인권단체에 기웃거리며 동향을 살피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씨는 정보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북한에 다녀온 사실을 인정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병에 걸린 어머니가 아프셨고, 사망하는 바람에 북한에 다녀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