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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태풍'을 보고(강철군화님 블로그펌)
12 6 561 2005-12-25 12:12:40
영화 을 보고
[프리존 2005-12-23] | 2005·12·24 10:10 | HIT : 41 |






▲ 영화 태풍의 한 장면(프리존)
영화 을 봤다. 오래 전부터 기대했던 영화였다.

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장동건 때문이 아니었다. 이정재 때문도 아니었다. 곽경택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이 영화가 자신들을 버린 한반도의 남과 북에 대한 탈북자의 분노를 얘기하는 영화, '조국'을 뜨겁게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다룬 영화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 개봉되자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이 나왔다. 그 평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스펙타클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영화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다, 영화 속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쑤셔 넣으려다보니 주제가 분산된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북한이나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모습이 너무 전형적이어서 탈냉전 민족화해 시대에 걸맞지 않다 등등....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런 평들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줄거리의 짜임새가 약하고, 인물묘사가 보다 섬세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기적인 초강대국 미국을 어정쩡하게 씹으면서 설익은 '자주'를 강조하는 부분도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 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내내 속으로 울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영화에서 묘사된 대한민국 정부의 비열한 행태와 탈북자들의 비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영화의 줄거리 가운데 탈북자 관련 부분을 보자.



영화 속에서 능글맞게 생긴 한국 외교관 박완식이 탈북자 일가족이 피신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나는 납북됐다가 탈출해 대사관을 찾아온 납북어부 이재근씨에게 "당신 세금 낸 적 있느냐? 왜 정부를 귀찮게 하느냐?"고 매몰차게 내쳤던 주중한국대사관의 국정원 직원을, 제네바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시 기권한 한국외교관들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미얀마 군사정권의 인권유린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인권문제에 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앞두고 "북한인권을 위해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고 억지를 쓰던 열우당 의원들을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 씬은 누나에게 "남조선 놈들, 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며 이를 간다.

'중국이나 그밖의 나라들에서 한국 외교관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쫒겨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영화 속에서의 씬처럼 한국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원한을 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왔다.

어디 그들뿐이랴. 김정일 치하에서 얼어죽고, 굶어죽고, 맞아죽는 북한동포들도 먼 훗날 대한민국 외교부와 통일부, 국정원, 국가인권위원회, 열우당 의원들이 무슨 개소리를 하면서 북한인권을 외면했는지를 알게된다면,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탈북자 일가족이 중국 공안과 북한군의 총격에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작년 4월 중국으로 몽골로 탈출하다가 중국군에게 사살당한 19살 정철훈씨를 떠올렸다.

당시 정씨의 아버지 정기성(45)씨는 “몸싸움을 하거나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반대(몽골)방향으로 뛰는데 뒤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갑자기 철훈이가 5m 앞에서 쓰러져 보니 허리와 머리가 온통 피투성이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총알은 200발 정도 날아왔고, 붙잡힌 상태에서 때리고 총칼로 계속 내리 찍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탈북자 이모(여·44)씨는 “20여명쯤 되는 군인이 갑자기 뒤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멈춰 섰는데도 가까이 와서 임산부 옆에다 총을 빵빵 쐈다”고 증언했다.

만신창이가 되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최명주(이미연)의 모습에서 나는 중국의 농촌총각들에게 팔려가고, 뙤놈들의 노리개가 되어 중국땅을 떠도는 북한 여성탈북자들을 떠올렸다 (며칠 전에도 이들의 수효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그리고 얼마 전에도 쓴 적이 있는, 2년 전 북경에서 만났던 여성탈북자를 떠올렸다(촛점을 잃은 눈동자, 핏기 없는 얼굴을 했던 그 여성탈북자에 비하면, 영화 속 이미연은 다 죽어가는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나 예뻤지만...).

'남조선'에 가면 고깃국을 먹을 수 있다고 기대에 차 있는 어린 씬의 모습에서는 작년 5월 북경에서 만났던 젊은 탈북자를 생각했다.

식량난 이후 학업마저 중단해 일자무식이라던 그는 자기 같은 사람은 한국에 와도 고생문이 훤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한국에 가면 열심히 살겠다. 북한에서 굶주리고, 중국에서 도망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북경주재 외국대사관으로 들어가 한국으로 가려다가 번번히 실패했고, 중국 연변으로, 몽골로 도망을 다니는 동안 발톱이 모두 빠져 버렸지만, 결국 한국으로 왔다고 들었다.

다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보면 실망도 그만큼 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곽경택 감독이, 북한군 병사들과 어울리다가 자기의 정체성을 잃고 비명에 가는 JSA경비병, 그저 동생 하나 살리겠다고 국군과 인민군 사이를 넘나드는 형, 인민군과 연합해서 유엔군에게 총부리를 돌리는 국군의 모습을 그려야 '분단의 아픔을 진일보한 관점에서 그려낸 영화'로 대접받는 요즘 같은 세태 속에서 탈북자들이 겪는 고난과, 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품고 있는 기대와 배신감을 그리려 애쓴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탈북자들의 참상과 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엄연히 현재진행형인 사실들이다. 곽감독과 연출진, 출연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 강철군화님(프리존)

2005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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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2006-01-09 01:55:26
    안녕하세요.
    저는 태풍이라는 영화를 언제부터 보았으면 해서 애를 썼지만 끝내 보지 못했어요.
    언제면 볼수 있겠는지 얼마나 고대하고 기다렸는지 저도 이제는 지쳐버렸어요.
    한번은 볼때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여튼 님에게서 이런 좋은글을 보니 마음이 후련하군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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