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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환대를 받는 로드먼을 보며 ..
United States 똘레랑뜨 0 160 2013-09-18 02:26:50

북한에서 환대를 받는 로드먼을 보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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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 괴상한 차림새를 한 로드먼이 또 북에 들어가서 김정은 가족과 함께 어울려 닷새 동안 잘 놀다 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니, 쟤가 혁명열사라도 되나. 김정은은 왜 저런 이상한 애하고 놀지” 이런 생각 해보셨을 겁니다. 예전 3월 달에 제가 로드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실 진 모르겠습니다.

로드먼은 1990년대엔 농구선수로 이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농구는 야구와 미식축구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농구 제일 잘한다는 선수들도 미국에서 돈을 받고 뜁니다. 2m 35cm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북한 농구선수 리명훈도 2000년에 미국에 건너가 뛰려고 하다 실패한 일도 있습니다.

미국이 돈이 많은 나라다보니 인기 종목의 스타는 엄청난 돈을 받습니다. 농구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실력이면 1년에 1,000만 달러는 넘게 받습니다. 리명훈 선수도 미국에 갔으면 1년에 최소한 몇백만 달러는 받았을 겁니다. 로드먼도 선수로 뛸 때는 돈 많이 벌었는데 2000년에 은퇴하고선 재산을 마구 탕진해서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아니, 어떻게 쓰면 몇천만 달러를 몇 년 만에 다 써버리지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원래 돈이 없던 사람은 돈이 없어도 그냥 그렇겠거니 하지만 1년에 몇백만 달러씩 쓰던 사람이 돈이 하나도 없어보십시오. 미치는 거죠. 그러니까 로드먼이 돈을 벌려고 무슨 짓이든 안 해봤겠습니까.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선 유명해지면 돈을 법니다. 유명해지면 광고 모델도 할 수 있고, 책도 낼 수 있고, 인터뷰하는 대가로 돈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드먼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영화도 출연했는데 첫 출연에서 상을 무려 3개나 받았습니다.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새 스타상, 최악의 조연상, 최악의 스크린상이라는 제일 연기 못한 사람에게 주는 상 세 개나 받은 겁니다. 연기 완전 꽝이란 말이죠.

나중에는 인기를 끌려고 여자 옷도 입고 다니기도 했는데, 또 그런다고 유명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여러분 로드먼 보셨겠지만, 온몸에 문신을 한데다, 귀는 물론 심지어 입과 코에까지 고리를 달고 있죠. 그렇게 하고 다니면 별 이상한 사람들이 다 있는 여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상한 사람 취급 받습니다. 이렇게 이러저런 기이한 행동들 해봤지만 그래도 로드먼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쥐구멍에도 해뜰 날이 있다”는 속담이 딱 로드먼에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로드먼이 김정은의 눈에 들었을 줄이야. 사람 인생이란 참 모르겠습니다. 아마 본인도 선수생활 할 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의 왕자가 자기에게 반했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김정은이 농구를 좋아하니까 스위스 유학할 때 미국 농구팀 경기를 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로드먼도 좋아하고. 이걸 여기말로 김정은이 로드먼의 팬이 됐다고 표현합니다. 나중에 김정은이 왕이 되니 아무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렸을 때는 티비에서만 보던 자기의 우상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이 때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서 몹시 갖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못 사다가 돈이 생기니까 그 장난감부터 사는 그런 심리라고 할까. 로드먼은 김정은이 제일 갖고 싶었던 장난감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튼 로드먼은 어느 정치인, 기업인, 기자도 성공하지 못했던 김정은을 만난 최초의 미국인이 됐습니다. 서방인 통틀어서도 최초인 것 같습니다.

2월에 로드먼 일행이 평양 가서 하는 행동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주체사상탑이나 개선문 구경시켜주는데, 괴상한 머리를 한 로드먼네 친구들이 빨간 땀복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껌 질근질근 씹으며 다니는 모습을 보니 주체사상탑 가서 그렇게 불경스럽게 논 사람들이 또 있겠나 싶습니다. 키라도 작으면 눈에라도 덜 띨 것인데 농구선수 출신이라 북한 사람이 허리밖에 안 오더군요. 아마 안내해주는 사람들도 “장군님은 골라골라 어디서 이런 상망나니들을 불러왔을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봐도 이상한 사람이, 인생의 가장 막바지에서 김정은의 친구가 돼 북한을 드나드는 것을 보면 참 사람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로드먼이 북에 갔다 온 뒤 여기 서방세계에서 아주 유명한 잡지인 뉴스위크가 뭐라 했냐 하면 “북한 방문은 로드먼이 한 일 중 가장 똑똑한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상하고 멍청한 짓만 하고 다니다가, 드디어 손해 볼 것이 없는 일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인기를 얻고 싶어 여자옷 차려입고 별 난리 다쳐도 알아주지 않더니 김정은 만난 뒤 단숨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평양 갈 때도 아일랜드 도박사이트에서 비행기표랑 다 후원해주니 그냥 공짜로 놀다 온 겁니다.

이번에도 김정은 리설주 부부랑 만나서 밥 잘 얻어먹고, 김정은 딸 이름이 김주애라는 것도 얻어듣고 와서 말해주더군요. 덕분에 여기선 주애라는 김정은 딸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요. 12월에 또 간답니다. 혹시 평양에서 여자를 선물로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헌데 로드먼은 잃을 게 없는지 몰라도, 김정은은 자기가 갖고 싶은 로드먼을 만나려고 큰 것을 잃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코와 입에 고리를 낀 이상한 미국인을 보면서 “우리 장군님은 왜 저런 이상한 사람 불러놓고 저렇게 철없이 좋아할까”고 이상해하겠죠. 같이 이상한 사람이 돼버리는 겁니다. 오바마랑 시진핑이랑 안 만나주고, 안 놀아주니 덕분에 다 망했던 로드먼하고 친구 됐네요. 그런데 인생 망친 사람과 함께 놀면 같이 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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