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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탐사 신기술로 북한 석유 확인한 재미동포 朴모 교수
United States 자원탐사대 0 302 2013-12-31 05:56:29
  출 처 :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_donga/9812/nd98120010.html

특종-한국 언론 최초 베이징 현지 인터뷰

유전탐사 신기술로 북한 석유 확인한 재미동포 朴모 교수

“북한 서해에 채굴 가능한 원유 12억 배럴 있다”

《이 인터뷰는 박교수가 현재 추진중인 사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으로 나가는 것을 전제로 성사됐음을 밝혀둔다.》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부 기자 songmh@donga.com〉


제1부:프롤로그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저야 천상 공부하는 사람이지요…. 요즘은 북한 원유개발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북한 석유라니요? 북한에 원유가 정말 있단 말인가요?』

『아이구, 기자한테 이런 얘긴 하면 안 되는데…. (한참 뜸을 들이다가) 그래요. 서해 바다에 한 1억 몇천만t 있어요』

지난 10월 초,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의 한 식당. 당시 기자는 금강산 관광개발의 「원조」라 할 박경윤(朴敬允) 금강산 국제그룹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베이징에 가 있었다.

하루에 10여시간씩 박회장과 대화를 나누며 보내던 어느 날, 박회장의 측근이라는 박○○ 박사와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박회장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화중 불쑥 원유 얘기를 꺼냈다. 북한에 엄청난 원유가 묻혀 있다는 얘기는 그 때, 그렇게 뜬금없이 나왔다(주변에선 모두 그를 「박교수」라고 부른다. 그의 자세한 이력을 아는 이는 박회장밖에 없는 듯 하지만, 박회장 역시 그를 「보호」해주려는 듯 자세한 얘기를 피했다).

당시 박교수는 북한석유 현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하길 꺼렸다. 식사 중 그가 한 얘기라고는 ▲북한 서해상의 서한만 분지에 엄청난 양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자신이 직접 개발한 획기적인 석유탐사방법으로 확인했다는 것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원유탐사방식으로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시험 탐사를 해본 결과 적중률 100%를 보였다는 것 정도였다.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유전탐사에서 일반적인 성공률은 5∼10%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100%라니…. 더욱이 그 새로운 방법으로 북한에서 탐사를 해봤더니 1억t 이상의 원유가 있더라? 1억t은 배럴로 환산하면 7억∼8억 배럴 규모다. 일반적으로 유전개발에서 1억 배럴 규모면 보통 수준, 10억 배럴 정도라면 대규모 유전으로 쳐준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 10억배럴 이상 되는 유전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지금 노다지를 깔고 앉아 있으면서도 몇년째 주민들을 굶기고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해서 그것만 개발된다면 최소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참상은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진지한 표정이나 어조에는 한 점 거짓이나 과장의 티끌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 통념을 두 가지씩이나 송두리째 바꿔놓는 그의 말을 「쓰려면」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필요했다.

박교수는 『지금 시점에 내 얘기가 한국 언론에 나오면 절대로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바야흐로 이제 그 일들이 본 궤도로 접어들고 있는데, 자기 얘기가 언론에 나오는 것은 걸림돌만 될 뿐이라는 것이었다.

고백하건대 그 때 기자는 박교수에게 설득당했다. 언론에서 그의 이야기를 일회용 흥밋거리로 다뤄버리거나 혹은 벌떼처럼 몰려들어 그를 귀찮게 하기엔 그의 꿈과 이상이 너무 크고, 그를 보호하는 게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교수는 다르다』

그 후 북한 원유 얘기는 갑자기, 예기치 않은 곳에서 터져나왔다.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이 10월27일 두 번째 방북길에 오르면서 느닷없이 북한 원유 얘기를 꺼낸 것이다. 더욱이 방북 후 돌아와서는 『평양이 기름 위에 떠 있다』는 등의 「황당한」 얘기로 애드벌룬을 띄웠다. 기자로선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온 셈이었다.

사실 북한 유전개발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북한에 원유가 난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오래 전부터 간헐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곤 했던 것. 북한측에서도 작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북한 유전 설명회를 열었는가 하면, 『50억∼400억 배럴이 있다』는 식으로 과장된 선전을 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애써왔다(50억 배럴이라면 동남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버금가는 규모다).

다른 한편에선 국내외 기업들을 상대로 북한 유전개발사업에 투자를 권유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이들의 말에 크게 신빙성을 두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일단 개발에 나서게 한 다음 프리미엄을 챙기고 빠지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했던 것.

그러나 박교수의 경우는 좀 달랐다. 10월 초순 박교수와의 대화 이후 서울에 돌아온 기자는 수소문 끝에 박교수가 서울에 들르면 만나곤 한다는 현대정유의 한 간부를 만났다. 그는 박교수가 언론과 접촉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전개발 사업이란 게 대단히 투기성이 강하고, 따라서 그 주변에는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분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북한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앞으로 우리 회사와 함께 사업을 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저 개인적으로는 그분을 인간적, 학문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한다』

현대그룹 정명예회장 일행의 2차 방북기간을 전후해 기자는 베이징으로 매일 전화를 걸었다. 목적은 물론 박교수 인터뷰였다. 지금처럼 북한 원유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당신이 해온 작업 내용을 공개해야 실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수없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지금 그것을 공개해야만 유전개발이라는, 국제적으로 민감하기 그지없는 사안에 대한 국제적 협조 분위기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냐 등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논거를 갖다대면서 박교수를 설득했다.

일주일쯤 뒤 결국 『한번 베이징으로 오라』는 응답이 왔다. 그러나 인터뷰에는 박교수의 사진은 물론 자세한 신상명세를 밝히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었다. 북한 원유문제 뿐 아니라 그의 신기술 자체가 국제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는 일견 이해할 만한 조건이었다.


『두만강 유역에도 원유 3억t 있다?』

원래 박교수와의 인터뷰는 11월8일 밤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약속했던 저녁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도록 그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기자와 함께 있던 박경윤 회장이 핸드폰으로 전화해 『왜 안 오느냐』고 채근하자, 그는 『지금 북쪽 사람들과 함께 있다』며 『북쪽 사람들이 두만강 일대에 원유가 3억t이 매장돼 있다면서 나보고 당장 같이 가서 탐사해달라고 한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세상에…, 3억t이라면 서해에 매장돼 있다는 원유의 두 배 이상인데, 북한 지도부에 「헛바람」이 단단히 든 걸까? 아니면 「허위·과장 광고」에 재미를 붙였나?

아무튼 그 날 박교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박회장은 『한번 약속하면 지키지 않는 사람이 아닌데, 아마 언론과 인터뷰하는 게 무척 싫은 모양』이라고 했다. 그 날은 대신 박경윤회장으로부터 박교수에 관한 얘기를 몇 조각 얻어들을 수 있었다.

―박교수는 어떤 분입니까?

『그 사람, 한마디로 천재입니다. 젊어서 외국으로 이민가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원자로를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고, 컴퓨터 전문가이기도 해서 슈퍼컴퓨터 설계하는 데에도 참여했고, 전공분야별로 학위가 몇 개인지는 나도 잘 몰라』

―성격은 어떤 분입니까?

『아이구, 이상하지, 뭐. 밤에 잠을 자는 법이 없어요. 컴퓨터 켜놓고 인터넷으로 전세계 과학자들과 토론하느라 매일 밤을 꼬박 새운답니다. 또 한 가지 일에 정신을 집중하면 다른 건 다 잊어버려요.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일만 해요. 걸핏하면 뭐든 잘 흘리고 다니고…』

―원래 원유탐사는 지질학이나 지구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박교수가 어떻게 해서 획기적인 원유탐사장비를 만들었답니까?

『그게, 얘기하자면 좀 길어요. 내가 90년대 초부터 몇년 동안 북한에 석유를 들여가는 문제로 모스크바를 들락거렸는데, 거기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거던.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사람들은 금강산 국제그룹이라고 하면 금강산 관광개발만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석유도입이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 에너지문제, 북한에 하이테크 기술을 도입하는 일 등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아무튼 그때 러시아에서 우연한 기회에 과학자들 몇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들이 굉장한 두뇌인 것 같더라구. 그래서 박교수에게 연락했지. 와서 한번 만나보라고. 과학자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봐요. 박교수가 이 과학자들을 만나보더니 금세 친해져서 자기들끼리 밤새 뭔가 토론하고 그러더라구. 나중에 들어보니까 무슨 물리학 이론을 새로 세우느라고 그랬다나봐. 하여튼 그러다가 유전탐사장비를 개발하게 된 거구…. 아이구, 자세한 건 박교수한테 물어봐.

나는 그때 모스크바에 아파트를 얻어서 주방에다 매일같이 보드카며 치즈, 먹을 것들을 가득가득 채워놓곤 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 과학자들이 많이 찾아오게 하려구 그런 거지. 그렇게 해서 박교수가 러시아에서 한참 동안 살면서 그곳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했어요』

―북한 유전탐사도 박회장께서 다리를 놓은 것이지요?

『그렇지. 94년엔가 내가 그 사람보고 「북한에 한번 가보라」고 권유했어요. 그 때까지 그 사람은 북한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었어요. 사실, 박교수가 하는 모든 일들이 금강산 국제그룹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박교수의 오늘이 있기까지 박회장의 역할이 컸던 셈이군요?

『아이구, 얘기가 그렇게 되나?(웃음). 그 사람 돕느라 돈은 참 많이 썼지. 하지만 그 사람이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할 걸 생각하면, 거기에 쓴 돈은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2부:북한 원유의 진실

다음 날인 9일 저녁, 드디어 박교수와 마주 앉았다. 직접 대면한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인터뷰를 주저했다. 북한 유전개발만 해도 지금 공개하기엔 여러가지 민감한 문제들이 걸려 있는 데다 자신의 신기술에 대해서도 말하는 게 싫다는 표정이 역력해보였다.

『내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자유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내 존재가 알려지면 당장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모르고…. 아무튼, 어차피 인터뷰 때문에 베이징까지 오셨으니 한번 해봅시다. 그렇지만 짧게 써야 해요?(웃음)』

그는 가방에서 자료들을 이것저것 꺼내놓기 시작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으로 된 석유탐사 관련 자료들이었다.

『(중국 발해만 주변 지도를 펼쳐보이며) 여기가 중국의 보하이 유전이에요. 내가 탐사한 북쪽 해안지역은 개펄이고…』

―박회장 말씀이 이 지역에서 탐사하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던데….

『여기, 개펄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이곳이 겨울에는 얼거든. 차에 탐사장비 싣고 그 위를 가다가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물에 빠져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을 뻔했어요. 다행히 그 차가 스웨덴제로 장갑차처럼 생겨서 이런 곳에서 다니도록 만든 특수 차량이었어요. 만조가 돼 물 속에서 서너 시간 갇혀 있었는데, 펌프로 물을 계속 빼니까 차 안에 물이 차 오르지는 않더라구. 장비도 괜찮았어요』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

『작년 1월이었어요』

―아이구, 이건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학자와는 전혀 다른 삶이군요?(웃음)

『난 이게 좋아요. 재미있어. 흥미진진하구』

―먼저 이 자료들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중국어로 된 서류를 보여주며) 이것은 중국측에서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네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저의 탐사기술에 대한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한 보고서입니다. (다른 영어로 된 서류를 가리키며) 이건 지난 2년간 제가 중국에서 한 탐사활동에 대한 보고서들이구요』


중국에서 탐사 결과 100% 성공률

박교수는 2년 전부터 중국정부와 계약, 중국 최대 유전지역인 대경유전 등에서 원유탐사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박교수가 벌인 탐사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위한 세미나가 지난 10월 중국 단동에서 열렸는데, 이 세미나에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보고서가 발표됐다는 것. 또 그때 중국 전역에서 20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그의 새 탐사기술에 대한 중국측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제 리포트는 작년에 쓴 것, 올해에 쓴 것 해서 모두 두 권입니다. (지도를 가리키면서) 작년에는 육지에서 가까운 곳을 탐사했고, 올해는 바다 쪽으로 좀 나가서 했어요. 중국측은 제 기술을 검증하려고 제가 지적한 원유 부존지역을 실제로 굴착해보는 등 과학적인 방법들을 동원했어요. 신뢰도에 대한 평가항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가면서 검증했지. (보고서 중간을 펼쳐 보이면서) 여기, 발해만 북쪽 지역이 제가 탐사해서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지적한 레저베이션(reservation) 평면도예요. (복잡한 그래프를 보여주며) 이건 레저베이션의 패턴이고. 이 안에 석유가 있다고 그린 컨투어 맵(contour map)입니다. 내가 하는 방법은 이런 식이에요』

―그러면 석유가 있는 지역을 컴퓨터 3차원 영상으로 그려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저는 이런 식으로 했어요. 이렇게 평면적으로 보면 답답하지요? 그래서 이걸 잘라가지고, 토막을 내서 크로스섹션 프로파일(cross-section profile)을 만들었어요. 이걸 옆에서 보면 이런 모양이 되고, 이걸 다 모으면 3차원 형상이 되지. 앞으론 이 데이터베이스에 맞춰서 굴착을 유도하는, 그런 방식을 고안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존 탄성파 탐사방식과는 어떻게 다른 겁니까?

『에, 그걸 다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저의 탐사 원리를 간단히 말하면 물리학의 입자론에 근거하고 있어요. 제가 개발한 유전탐사 장비는 제 입자론의 응용인 셈이지요. 그 얘기를 하면 논쟁이 생기기 때문에 귀찮아. 사람들이 이론투쟁하자고 덤벼들면 골치 아프잖아요?(웃음) 그런 논쟁을 하고 있을 시간도 없고』

―그동안 그런 논쟁이 많았습니까?

『예. 중국에서 제 기술을 평가하는 세미나가 열렸을 때 고능 물리학자들이 많이 참석했었어요』

―고능 물리학자?

『하이 에너지(high energy), 핵 전문가들이지요. 거기서 오래 얘기했어요. 그래서 뒤끝이 안 좋게 헤어진 적도 있었구. 학자들이란 게 자기 이론에 맞지 않을 때에는 늘 이런저런 이견(異見)을 내놓게 돼 있어요』

―원래 과학하는 분들이 고집이 세지요?(웃음)

『그게 생존경쟁인가봐(웃음)』

―결론적으로 중국에서의 탐사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성공률 100%예요. 아니, 여기 중국측 평가보고서엔 95%라고 써 있지. 이 평가보고서는 중국측에서 굉장히 객관적으로 쓴 겁니다. 결론에다가 자기네들이 나와 함께 손잡고 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써놨어요.

이 사람들이 제 탐사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로 검증을 했어요. 제가 지적한 지점을 다 뚫어보고, 또 지적하지 않은 곳도 뚫어봤다구. 필요충분조건을 다 만족시키려고 맞춰본 거지. 내가 지적한 곳에선 석유가 반드시 나와야만 필요조건이 충족되고, 지적하지 않은 곳에선 석유가 나오지 않아야만 충분조건이 만족되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했더라구. 그렇게 해서 내가 지적한 구멍이 딱 하나 실패했어.

이런 기술이 세상에 없었어요. 평균적으로 석유탐사에서 나오는 결과가 10%라면 성공이라고 봐요. 열 번 해서 하나에서 나오면 성공이라고 한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탐사란 게 적당히 시추공 뚫어 놓은 주변을 짚었다간 망신당하기 십상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시추공을 수직으로만 뚫는 걸로 알지만, 요즘은 일단 밑으로 내려가서 옆으로 원유 베드를 찾아가면서 뚫어가거든. 그래서 정작 원유가 매장돼 있는 지역은 시추공이 있는 곳에서 몇 km씩 떨어져 있는 게 보통이에요. 몇 개의 원유 베드에서 뽑아올릴 때 가장 경제적인 지점에다가 시추공을 뚫는 거지요』

―바로 그 탐사장비를 갖고 북한에 가서 탐사한 겁니까?

『93, 94년경 탐사장비를 고안해서 처음엔 시베리아로 갔었어요. 그러나 그 때 만든 장비는 초보적인 것이었지.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서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 후에 평양을 방문한 겁니다. 박경윤 회장의 권유도 있었고, 북한에 뭔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간 거지요. 그 때까지 저에게 북한이란 나라는 사실 전혀 관심 밖이었어요.

아무튼 이제는 제 기술에 대한 벤치마킹을 중국에서 확실하게 했다고 봐요. 검증이 끝났다는 거지요. 제가 북한을 탐사했던 방법과 중국을 탐사한 방법이 동일해요. 방법론적으로는 중국에서 한 것이 조금 더 세련된 것이지만, 기본은 마찬가집니다. 다른 점은 전혀 없어요』


94, 95년 두 차례 북한 탐사했다

―지금까지 북한을 몇 차례 방문했습니까?

『94년 초와 95년, 두 차례 북한에 갔어요. 94년 초에는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 가서 탐사를 했고, 95년에 개선된 장비를 갖고서 나 혼자 들어가서 했지. 94년에 했던 탐사는 내 생각에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거든』

―94년에는 어느 지역을 탐사했습니까?

『황해북도 황주와 재령, 원산, 두만강 지역 등지를 했는데, 94년에 한 것은 솔직하게 얘기해서 상당히 거칠었어요. 그 때는 나 자신이 배우는 기간이기도 했고, 탐사장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거든』

―북한에 대한 탐사는 94, 95년 두 차례 뒤로는 더 안 했습니까?

『안 했어요』

―94년에는 초기 단계의 시범장비를 갖고 했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95년에 했던 탐사는 어땠습니까?

『그 땐 제가 아주 적극적으로 했어요. 제 탐사장비에 대한 소신도 분명히 섰을 때입니다』

―95년에는 어디를 탐사했습니까?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여기가 남포고, 이 곳이 초도라는 섬입니다. 전체적으로 북한의 여러 지역을 탐사해보고 나서 집중적으로 탐사해보자고 했던 지역이 이곳 서한만 분지였어요. 95년에 이 지역을 탐사했어요』

―그 지역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였습니까?

『그래요. 그 때는 저도 여기에 대륙붕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지질학적 조건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 다만 이 지역에서 석유가 감지되니까 거기로 갔었다구』

―이 지역은 94년에도 탐사했던 지역입니까?

『그때는 한번 휙 지나갔었지』

―그때 작성된 자료도 참조가 됐겠군요.

『그래요. 그래서 95년에는 완벽을 기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여기 지도에 표시된 것들이 오일 레저부아(reservoir)로 확인돼서 제가 그려준 거예요』(지도 참조)

―탐사결과 나온 서한만 분지의 원유 매장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 지역은 모두 5개 구역(Zone)으로 나뉘는데, 1구역이 6500만t, 2구역은 5000만t, 가운데에 위치한 3구역은 3000만t, 4구역은 규모가 작고, 마지막 5구역이 1000만t이에요』

―그러니까 5개 구역을 더하면 1억5500만t 규모가 되는 거군요. 배럴로 환산하면 12억 배럴이 훨씬 넘는 거고…(원유 1t은 약 7.3배럴이다).

『그래요. 북한이 지금은 주로 3구역에서 많이 하고 있어요. 이 근처에 가보면 오일 리그가 네다섯개 바다 위에 떠 있다구. 오일 리그가 뭔지는 아시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것. 북한은 자기네 식의 오일 리그를 갖고 있어요. 저는 이 지역을 개발하면 북한에 자생능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채굴가능한 매장량 1억6500만t

―원유부존 지역과 육지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됩니까?

『남포 앞바다에서부터 150km 거리예요. 우린 날씨가 불순해지면 초도 뒤편으로 피신했어요. 태풍이 불 때는 중국 어선들도 쉬었다 가곤 하는 곳이죠』

―그러면 북한과 중국 간의 해상경계선으로부터는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20, 30, 50km 정도예요』

―그러면 중국쪽 바다에도 원유가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대륙붕 구조가 중국쪽으로 더 넓게 퍼져 있어요. 중국쪽으로 나가 있는 대륙붕 구조가 3분의 2 내지 4분의 3 정도 돼요』

―그러니까 결국은 같은 그릇 안에 있는 석유를 누가 먼저 빼내느냐가 문제가 되는 겁니까?

『그 문제는 국제정치적인 문제니까 내가 말할 사안은 못되는 것 같고, 아무튼 거긴 원유 베드가 상당히 집중돼 있는 지역이예요. 메이저급이지요』

―원유라는 게 부존 매장량과 가채 매장량으로 나뉘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는 부존 매장량의 3분의 1 정도를 가채 매장량으로 잡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1억5500만t이란 것은 부존 매장량입니까, 가채 매장량입니까?

『그거 설명하자면 또 복잡해지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가채량입니다』

―세상에, 그러면 어마어마한 양이 되는군요

『그러니까 여기 하나만 개발해도 북한이 자생능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북한은 왜 매장량이 더 많은 1, 2구역을 놔두고 3구역 쪽을 하고 있습니까?

『1, 2구역은 벌써 오래 전에 탐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내가 수정을 해준 거지요』

―최근 한국에서 나온 얘기로, 하루에 450배럴이 나왔다는 게 3구역입니까?

『그래요』

―그러니까 북한에선 오래 전부터 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군요? 정확한 지점을 잡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

『정확한 측정자료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탐사시추를 다시 하기도 어렵고 해서 제가 그 위치를 수정해준 겁니다. 이 지역에서 그런 일을 많이 했어요. 결과가 꽤 좋았지』

―북한이 지금도 이 지역에서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는 정확하게 무슨 뜻입니까?

『파고 있는 거지요. 지금으로선 간헐적으로 나온다고 말할 수밖에 없거든.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원유가 매장돼 있는 지역의 지질조건이 복잡하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시추능력이 떨어진다, 즉 있어도 못 뽑는다는 겁니다.

나는 후자 쪽 이유가 더 크다고 봐요. 사실 북한의 기술이 많이 떨어지거든. 지금까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식이라면 차라리 지금까지 했던 것 다 없던 걸로 치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지난 번에 하신 말씀 중에 중국에는 대경유전 등 3대 유전이 단층선상에 있다, 그리고 서한만 분지를 지나가는 서브(sub) 단층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러니까 석유는 단층구조에서 나온다고 하셨는데, 일반적으로 석유는 그릇같은 형상의 분지 구조에서 나온다고 돼 있지 않나요?

『중국의 3대 유전은 단층지대에 걸쳐 있어요. 메이저 폴트 라인(major fault line)이지. 그리고 서한만 분지를 지나가는 서브(sub) 단층구조가 있는 거고요』

―그것은 기존의 유전탐사 이론에서 입증된 사실입니까?

『지질학상에서 많이 얘기되는 겁니다. 서한만 분지는 거기에 대륙붕 구조까지 겹쳐서 원유부존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어요.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세계적인 유전지역인 중동지역과 동아시아 지역은 지질구조가 판이해요. 그래서 서방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동아시아에 와서 유전을 탐사하기가 참 어렵다구. 다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유전을 탐사했던 사람들이 여기 와서는 실패한 전례가 많아요. 중국은 또 발해만에서 유전을 찾는 것은 자기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게 다 지질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기술은 그런 지질구조의 상이성과는 무관한 거고요?

『그렇지요』

―나아가 반드시 원유만이 아니라 다른 물질, 예를 들면 수자원이나 광물자원을 찾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되는 겁니까?

『지금은 전문분야로서 리퀴데이티드 머티리얼(liquidated material), 즉 액화물질 쪽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유체역학 면에는 나름대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봐요. 고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야지』

―미국 MIT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전공분야가 몇 가지입니까? 애초엔 원자로 만드는 일에 참여하셨다지요?

『원자력 연구소에서 일했었지…. 아이구, 개인적인 얘기는 하지 맙시다』


북측과 유전개발 계약 맺어

―서한만 분지 이외의 다른 지역은 둘러보셨습니까?

『94년에 갔을 때 대체로 한번 훑어 봤어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다시 한번 정밀검사를 해봐야 해요. 막연하게 가능성이 있다, 이런 지점은 지금도 지적할 수 있지만』

―한 달 전 만났을 때, 신의주 인근 지역에도 원유가 있다고 하셨지요?

『(지도에서 신의주 앞 바다를 가리키며) 이 일댑니다. 어디라고 딱 짚어서는 말하지 못해요. 다시 한번 탐사를 해야 하니까.

아까 보여드린 보고서들은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실제 보고서는 이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들끼리 보는 그 보고서도 굴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려면 더 정확하게 계산을 해야 해요. 그런데 그런 건 아직 북한에 없어요.

제가 보기엔 신의주 일대에도 원유가 있고, 안주지방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글쎄, 모르겠어요. 북한 사람들이 많이 파서 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들 중에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 곳도 있어요』

―어젯밤 북한 사람들이 탐사해달라던 지역이 두만강 유역이었지요?

『그렇지, 두만강가였거든. (지도를 보면서) 남양이 어디지? 남양 근처야. 글쎄? 나는 동한만 분지에도 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지역들이 모두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까?

『정밀검사를 해 봐야지, 뭘』

―그러니까, 경제성까지 확인된 곳은 현재로선 서한만 분지로군요?

『거긴 내가 정밀하게 탐사한 지역이니까요』

―교수님과 북한 사이에 원유개발과 관련해 계약을 맺었습니까?

『여기 서한만 분지의 1, 2구역에 대해서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이 지역만 개발해도 북한이 충분히 회생할 수 있어요』

그는 서류더미를 한참 찾더니 『원본은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겠다』며 계약서 초안을 보여줬다. 제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서해 대륙붕에서 원유개발과 생산을 위한 조선 동성기술상사와 중국 아사히 네트워크 회사와의 계약서」. 총 22개 조항에 22쪽에 달하는 두꺼운 계약서였다.

『여기서 동성기술상사는 북한 원유공업부의 대외 창구이고, 아사히 네트워크는 내가 중국에서 세운 회삽니다』


모험투자에서 설비투자까지 2억 달러+α

얼핏 펼쳐보니 계약기간은 14년. 시험단계 2년, 개발단계 2년, 생산단계 10년으로 구분돼 있었다. 계약의 핵심 내용인 「대가보상원유」(아사히측이 유전을 개발한 대가로 분배받을 원유) 항목은 다음과 같이 돼 있었다.

『… 「아사히」는 이 계약서에 따르는 시험생산, 개발준비, 원유생산 작업과 관련하여 소비한 비용을 저축된 원유총량에서 일 생산량이 1만5000 바렐까지는 ○○%, 일 1만5000∼3만 바렐 ○○%, 3만 바렐 이상은 ○○%를 투자 상환이 끝날 때까지 보상받는다. 보상하고 남은 원유를 가지고 이 계약서에 규정된 생산물-리윤 분배율로 <동성>과 <아사히>에 분배한다…』

―95년 10월에 체결한 걸로 돼 있군요?

『아니, 그건 초안이고, 나중에 한글과 영문으로 다시 작성해와서 사인했거든. 아마 그 다음 해였을 거야』

―교수님은 현대정유측과도 96년 6월경 북한 원유개발에 관한 의향서를 교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합니까?

『글쎄…, 그런 일이 있긴 했는데, 지금은 관심 없어요』

―제가 알고 있기론, 현대정유와 교수님 사이에 3단계로 나누어 원유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돼 있었습니다만.

『난 관심 없어요. 그 땐 함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현대정유측도 서한만 분지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웃음)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 의향서가 지금도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요?

『난 관심 없어요.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예요』

이 대목에서 그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현대정유 측과 일이 잘 안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현대측이 북한방문 일정을 자꾸 연기하고 그랬어요. 결국은 못 들어갔지』

―당시 현대측이 사전 협의와 조사를 위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안 들어갔다는 말씀이세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뭘…』

―지금도 현대측이 북한 원유개발에 나서주기를 원하십니까?

『그래요. 지금도 현대가 서해 원유개발에 나서주기를 원해요. 다만, 저는 당분간 혼자서 일하고 싶어요』

―서한만 분지의 향후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 문제는 어차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려야 서방 메이저들이 들어가 개발이 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돈있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서 하면 되겠지, 뭘』

―미국의 석유회사들도 몇 년 전부터 북한 원유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다고 하지요?

『그건 그냥 제스처 차원이었다고 봐요』

―한국 기업의 능력으로도 개발을 할 수 있습니까?

『못할 것 없지요. 돈만 있으면』

―투자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처음 모험투자부터 시작해서 설비투자 완료까지 2억 달러 플러스 알파. 처음에는 모험투자로 5000만달러 정도가 우선적으로 들어가고, 이것이 성공하면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식입니다』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까지의 기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5년 정도? 시험투자로부터 시작해서 완전 설비가 이뤄지기까지 약 5년을 잡아요. 물론 생산은 그 전에도 가능하지요』

제3부:박교수의 획기적 유전탐사기술

-이제 교수님의 유전탐사이론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물리학 이론에 기초한 탐사기술이라고 들었는데,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른 겁니까?

『그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저는 물리학에 문외한입니다. 그러니까 되도록 쉽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좋아요. 그럼 한번 설명해보지요. 파티클(particle)이라고 들어봤지요? 입자지.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뤄져 있고, 분자를 나누면 원자야. 원자를 또 나눠보면 핵이 있고, 핵의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어요.

현재 파티클은 두 분야로 나뉩니다. 물리학의 기본 아이디어가 파티클 면에서 보면 렙턴(lepton) 계열의 파티클과 쿼크(quark) 계열의 파티클로 나뉜다구. 최근에도 쿼크의 정의를 내렸다, 쿼크를 다 발견했다, 더 이상의 쿼크는 없다는 식의 보도가 가끔씩 나오지요? 그런 식으로 물리학의 연구분야가 쿼크와 렙턴으로 나뉜다는 겁니다. 그런데 쿼크 계열은 연구가 많이 됐지만, 렙턴 계열은 지금도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왜요?

『쿼크 계열과는 달리 실험하기가 힘드니까.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익스페리멘털 피직스(experimental physics)가 한계점에 도달한 그런 파티클이기 때문에 그렇다구. 또 라이프 익스펙턴시(life expec-tancy)가 너무 짧고.

렙턴 계열에선 보통 제너레이션(gene-ration·세대) 별로 구분합니다. 일렉트론(electron), 타우뮤언(taumeun), 뉴트리노(neutrino) 등이 이런 것들인데, 지금 3세대까지 나왔다고 하지요. 그래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렙턴 계열에서도 더 이상 구명할 게 없다고들 생각했는데, 저는 10년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4세대가 있다, 그것을 입증해보고픈 욕망이 있었어요. 그게 엑시온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다른 예를 들어보지요. 지금까지 뉴트론은 점(point)적인 파티클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렸어요.

점은 메스레스(messless), 웨이트레스(weightless), 볼륨레스(volumeless)하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면 이론을 전개할 수가 있었지. 뉴트리노의 성립이 거기서 나온다구. 그런데 그렇게 정의할 때 문제가 생긴다구요. 우리 이론쟁이들은 새로운 어떤 게 생긴다는 건 밸런스가 안 맞는다, 이퀘이션(equation)이 안 맞는다고들 얘기하거든.

예를 들어 원자폭탄이 터진다는 것은 우라늄이 깨지면서, 즉 메스(mess)가 줄어들면서 그것이 에너지화되는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메스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기존 균형이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구. 물리학자들은 이걸 「시메트리(symmetry·균형)가 브레이킹(breaking)한다」고 표현하지.

이런 현상의 균형을 깨는 이론, 깨졌을 때 생기는 이론을 새로 정립하면 거기서 새로운 파티클이 또 하나 나올 수밖에 없어요.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점적인 존재로서의 뉴트리노로 이론전개를 해오던 것이 깨졌다는 거지. 그것이 바로 네 번째 제너레이션인 엑시온이다…』

―아무튼 그 이론을 물리학계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구소련 물리학자들과 함께 발표한 적이 있어요』

―92년에 러시아에 가서 연구한 것이 그 이론이었습니까?

『그렇지요. 아무튼, 이런 이론적 실마리에다가 소련의 실험물리학적 자산을 활용해서 지구물리학 측면에서 증명해보인 게 저의 유전탐사방법입니다』


구소련 비밀 핵도시와의 인연

―그러니까 애초부터 새로운 유전탐사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그런 연구를 한 게 아니라 물리학을 연구하다가 새 이론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유전탐사장비를 개발한 것이로군요?

『그렇지. 소련 학자들은 익스페리멘털한 측면이 강했어요. 지구과학 분야에서 그 이론을 입증할 실험적 데이터들도 갖고 있었고, 금속학이나 센서(sensor) 기술, 탐지(detecting) 기술 등이 발달돼 있었어요.

구소련 시절에 듀브나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냉전시절에 서방세계에서 물리학의 메카였던 선(Cern)에 필적하는 도시입니다. 지금은 엉망진창이 돼버렸지만, 제가 갔을 때만 해도 상당히 정비돼 있었어요. 제가 연구를 갑작스럽게 진척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곳에서 파트너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

―그 듀브나이란 곳은 구소련 시절의 비밀 핵도시 중 하나였군요.

『그렇지. 핵도시들 중에서도 핵심 센터였어요. 동유럽 계통에선 브레인의 집합지였으니까. 그 사람들이 막 흩어지기 직전에 제가 그 곳에 발을 디뎌놓았으니 운이 좋았어요』

―거기서 몇 년동안 연구했습니까?

『1992년 이래 계속 있었지요』

―언제까지 계셨습니까?

『그 때부터 제가 그 사람들을 고용해서 지금도 함께 연구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곳에는 지금도 저를 돕는 사람들이 있어요. 말하자면 그 곳이 저의 실험실인 셈이지. 하여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갑작스럽게 제 이론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밟았어요』

―다른 일반 연구소에서는 그런 연구를 하기 어렵습니까?

『그럼요.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박경윤 회장 덕이에요. 박회장이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와 연결시켜줬으니까. 사실 나는 박경윤 회장의 일개 스텝에 불과합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분의 울타리 안에서 기획되고 실천되고 있는 거니까…』

―사실 한 사람의 학자로서, 자기가 새로 정립한 이론을 입증하고 현실화시킨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큰 욕망이겠지요?

『그래요. 아무튼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고, 그걸 현실화시킬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탄성파 탐사와 위성탐사의 한계

―교수님이 개발한 탐사방식의 이름이 뭡니까?

『「마이크로렙턴 서베이 메소드(Micro-lepton Survey Method)」라고 해요』

―이건 제 무식의 소치에서 나온 질문인데, 자동차든 배든 교수님의 탐사장비를 싣고서 탐사대상 지역을 쫙 지나가면 바로 그 결과가 나오는 겁니까?(웃음)

『얘기가 자꾸 다른 길로 새네…. 제 탐사방법은 컴퓨터 모델링하고 관계가 깊어요. 저에게 컴퓨터에 대한 노하우,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좀 있거든. 탐사를 하려면 3D 모델링을 해야 되는데, 이걸 하려면 먼저 탐사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밟아야 해요. 두 방향에서 대상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요』

―예를 들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로 지구 위의 어느 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거나, 크루즈 미사일에 목표물에 관한 정보를 입력할 때 두 방향의 위성에서 각각 입수한 사진자료를 입력해야만 정확한 타깃이 잡힌다거나 하는, 그런 얘깁니까?

『그렇지. 그래서 내 방식은 한 번은 육지, 한 번은 공중에서 해야만 솔리드 모델링(solid modeling)이 나와요. 거기에 따라서 원유 베드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 등을 계산할 수 있는 거지요.

먼저, 파티클로서의 원유를 감지해내는 센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센싱하는 위치를 GPS로 계산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원유부존 지역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내고, 아까 얘기한 입자물리학의 이론으로 원유라는 물질을 찾아내는 겁니다』

―석유라는 물질의 특성은 어떻게 구분해냅니까?

『그건 또 매우 이론적인 얘기인데…. 아까 말했던 의사(psudo) 파티클, 제가 4세대라고 했지요? 현재로선 정의가 불가능한 극도로 미세한 입자, 그것을 탐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았다는 게 지금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석유탐사장비 자체가 교수님의 이론을 입증해주는 거군요?

『그렇지. 하여튼 그렇게 해서 석유 베드를 찾으면, 그 크기가 계산이 된다구. 그게 이 리포트예요. 이게 상당한 계산입니다. 계산하려면 슈퍼 컴퓨터를 써야 해요. 그 계산을 하기 위해서 미국에 가서 크레이 머신을 빌려 써요』

―미국에서 빌려줍니까?

『돈 내면 되지, 뭐.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지만. 그런 점에서 제가 지금 새로운 컴퓨터를 고안해내야 할 필요성에 몰리고 있어요(웃음)』

―지금까지 주된 원유탐사방식이었던 탄성파 탐사는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교수님 방식과 어떤 점이 다르지요?

『탄성파 탐사방식은 탐사구간을 그리드블록(gridblock), 즉 격자형으로 구획을 지어서 격자점(grid point)마다 폭탄을 장전해서 터뜨립니다. 그래서 그 충격파가 땅 밑으로 들어갔다가 에코가 올라오면 그걸 센싱하는 거야. 센싱 지점이 정해져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센싱하지요. 센서들이 반사파의 강도나 시차 등을 측정해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지질구조를 밝혀내는 겁니다. 땅 속 어디에 무슨 벽이 있다, 어떤 물질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원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만 밝혀내는 거지요. 결국은 직접 구멍을 파봐야 그게 오일인지 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위성탐사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위성탐사는 마이크로 웨이브(microwave)의 침투력으로 하는 거구요. 웨이브란 게 길수록 투시력이 있거든. 깊숙이 볼 수 있는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하는 게 인공위성 사진이에요』

―일각에서 미국은 인공위성 탐사로 북한에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주장이 있는데, 말이 되는 얘깁니까?

『안 돼요. 왜냐하면 위성탐사에서 마이크로웨이브의 침투력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거든. 땅 속 몇십 m라면 몰라도 몇 km까지는 말도 안돼요』

―교수님의 새 이론과 그것에 기반한 탐사기술이 세계적으로 끼칠 영향이 대단할 텐데요.

『저는 그렇게 확대해서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면서 그 결과를 놓고 객관적인 평가도 좀 더 받고, 아무튼 누구와 팀을 이뤄서 일하는 것은 당분간 피하려고 해요』

사실 그의 유전탐사기술은 국제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석유업계는 서방자본이 배타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에 대한 지배권 확보는 곧 국제정치에서의 헤게모니 확보와 연결되기 때문. 그런 점에서 동양인인 그가 기존의 유전탐사 성공률 5~10%를 100%로 끌어올리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은 향후 에너지의 국제적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다.


『당분간 폐광 개발에 전념할 생각』

―가까운 시기에 북한에서 유전탐사를 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로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요. 당분간은 중국에서 탐사한다는 게 제 계획입니다. 대경유전에도 가야 하고』

―중국의 탐사활동을 통해서 교수님의 신기술이 이미 검증된 마당에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서 일한다는 게 교수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앞으로 제 탐사방법의 우수성을 좀 더 확인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세계 전반의 현 기술 수준에서 다른 탐사방법으로는 하지 못하는, 내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지요.

그게 바로 폐광에 대한 탐사인데, 폐광이란 게 원유채취가 다 끝난 곳이거든.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원유 베드에서 채취 가능한 게 3분의 1 정돕니다. 그건 곧 폐광에도 원유가 3분의 2는 남아 있다는 얘기거든. 그러니까 폐광의 재활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아니냐, 이거죠.

폐광의 재활용이 중요한 이유는, 유전개발이란 게 언제나 환경파괴와 동시에 진행됩니다. 유전지역 개발이 자연자원의 보호와 병행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전지역을 직접 가보면 자연환경이 황폐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그렇지. 바로 거기서 폐광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멀쩡한 자연환경을 왜 파괴해요? 기왕에 개발해놓은 데를 다시 해야지.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그건 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건 탐사기술보다는 원유를 뽑아 올리는 기술과 더 관계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지. 기존 탐사기술은 지질구조만을 밝혀내는 방식입니다. 탄성파 탐사방식으로는 오일 레저베이션에 대한 구조만 밝혀낼 뿐 그 형태 자체는 밝혀낼 수 없어요. 그래서 폐광에 대해서 탐사를 다시 해봐도 과거에 했던 것과 똑같은 결과만 나오게 돼요. 백번을 해도 똑같은 결과만 나오지.

그래서 요즘엔 밑으로 스팀을 뿜어넣거나 압력을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더 채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을 쓰지만, 거기엔 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이 문제의 원천적인 해결방안은 탐사를 다시, 제대로 하는 겁니다. 즉 폐광속에 남아 있는 원유의 양과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시추공을 그 방향으로 수정해서 찾아가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탄성파 탐사방식은 간접적이지만 제 기술은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오일이 매장된 베드의 형태 자체는 그 오일을 뽑아내면서 달라집니까?

『몇십년 동안 뽑아내니까 당연히 형태가 달라지지요. 거기에 물도 차고,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요. 물에 의한 장벽이 생기는 바람에 원유를 더 이상 뽑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 해결책은 남아있는 오일의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라는 겁니다』

―중국의 대경유전에서 지금 말씀하신 그 일을 할 예정입니까?

『대경유전에는 폐광이 상당히 많아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전이거든』

―중국정부와도 합의한 내용입니까?

『그렇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웃음), 난 만날 똑같은 일만 하는 것에는 흥미없어요.

또 한 가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북한의 여기저기를 막 파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여기저기 막 파서 석유를 과잉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기 서한만 분지 한 군데만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북한에서 쓰고, 남는 것 수출 조금 하면 되지, 뭐…. 세계적인 산유국이 되겠다고 난리를 피울 겁니까? 먹고 살기만 하면 돼. 농사 짓게 비료 만들고. 그러다가 석유가 더 필요하게 되면 그 때 가서 또 하면 되는 겁니다. 옛날에 원시인들도 자기가 먹을 만큼만 사냥을 했어요. 쌓아 놓고서 썩힐 겁니까?』

―모든 공장을 제대로 가동한다고 가정해서 북한이 1년에 필요한 석유량이 얼마나 되지요?

『300만t 정도면 유지가 된다고 봐야지요. 500만t이면 충분하고』

―서한만 분지에서 연간 500만t이 생산될 수 있습니까?

『그럼요. 20년 내지 25년간. 아무튼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봐요』

제4부:에필로그

박교수 인터뷰에는 박경윤 회장의 「압력」이 큰 힘이 됐다. 애초에 박회장은 『북한석유 얘기는 현 시점에선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한반도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얘기를 중심으로 해주라』면서 박교수를 설득했다고 했다.

『박회장은 파이프라인 얘기만 해주면 된다더니, 이거 순 다른 얘기만 했네…』

―아 참, 박회장께서 말씀하시던 그 천연가스 얘기는 무슨 내용입니까?

『간단히 말해 러시아의 야쿠츠크, 이르쿠츠크에 묻혀 있는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몽골, 중국,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연결시킨다는 구상인데, 95년 경부터 그런 논의가 시작돼 일본에선 상당한 배경 연구가 돼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파이프라인이 한반도를 관통해서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북한이 천연가스에 대한 감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려고 애써왔어요.

한편 한국에선 예나 지금이나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통과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차라리 산동반도에서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루트를 정해야 한다는 정책을 고수해왔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런 생각은 그야말로 단기적인 관점에 지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향후 세계적인 에너지원은 천연가스로 넘어갈 수밖에 없고, 이 사업이야말로 남북화합이나 한반도의 에너지 일원화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이해관계 따위에 좌우될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사업에 대해서 처음엔 북한쪽에서 주저했어요. 그걸 내가 설득해서 올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게 했지. 올해가 일본, 베이징, 서울에 이어서 네 번째 회의였어요』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이회창(李會昌)씨 동생인 이회성(李會晟)씨입니다. 그 분과는 비교적 얘기가 잘 통하는 편이었어요. 내 생각을 들어주는 편이었지. 아무튼 한반도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 나는 이 아이디어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거든. 천연가스란 게 핏줄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힘들게 북한을 끌어냈더니 이번엔 남쪽에서 못 나오는 거야. 참, 기가 막혔어요. 속도 많이 상했어. 남북한이 왜 꼭 반대 방향으로만 가야 하는지….

문제는 한국측이 끝내 북한을 배제하려 할 경우, 일단 파이프라인이 산동반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나…』

―지역안보 차원에서도 이 사업이 국가들 사이에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긴가요?

『그렇지. 그렇게 보면 석유는 분쟁의 요인이고, 천연가스는 화해의 요인인 거예요(웃음)』

―박경윤회장께서 금강산 국제그룹이 북한의 에너지, 하이테크 등 분야에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고 했는데, 과학분야의 일들은 박교수께서 주로 챙기시겠군요.

『그런 편이지. 하이테크 분야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임가공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북한에서도 관련 기관을 신설해서 한국측의 한 기업과 함께 일하도록 연결시켜 줬어요. 지난 10월에는 남북 양측에서 대표자들이 베이징으로 나와서 열흘간 함께 워크샵도 했습니다.

저는 북한의 현 상황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사업분야라고 생각해요. 소프트웨어 임가공은 다른 산업과 달리 거창한 인프라나 설비가 없이도 할 수 있거든.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도 활용할 수 있고…. 예를 들어 인도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임가공만으로 연간 7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 입장에서 해볼만한 일이 아니냐는 거지요』


북한원유, 어떻게 볼 것인가

―박회장은 한국에서 친북인사로 「찍혀」 있습니다. 혹시 박교수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습니까?

『사실, 이번 인터뷰는 나로선 하면 안되는 건데 박회장 때문에 하게 된 겁니다. 나에게 박회장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남과 북 양쪽 모두, 한반도의 장래를 위한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나는 단지 그분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에 쓰이는 도구일 뿐이라구. 그런 양반을 친북이다, 뭐다 하는 건 참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굶어 죽어가는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느냐는 일이지 친북이니 친남이니 하는 구분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자원개발 문제야말로 관계국들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을 수 있는 이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원유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개발하기까지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미국은 북한 유전개발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들이고, 그런 점에서 북한 유전개발은 단순히 남북경협의 차원을 훌쩍 벗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교수는 이 부분에서 시종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만큼 그로서도 말하기 껄끄러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박교수에 따르면 북한에 원유가 매장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것을 누가, 언제 개발하느냐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 입장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북한의 원유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정리」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우리는 대답을 준비해둬야 한다.

『자, 북한에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개발하면 북한은 굶고 있는 주민들을 먹이는 데에 쓸 수도 있고, 아니면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에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에 원유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까요? 아니면 불안해해야 할까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예전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또 편을 갈라서 결론없는 논쟁을 벌이느라 세월을 허송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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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툭튀먹튀 ip1 2013-12-31 11:27:57
    언제 기사냐? 가명에 얼굴도 없고 언제 기산지 확인도 안되고 뭐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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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세울게저거밖에 ip2 2014-01-02 04:16:10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4-01-02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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