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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노대통령의 '링컨 따라잡기'
NK 2 259 2006-02-04 00:53:12
시대착오적인 노대통령의 '링컨 따라잡기'

북한인민은 이방인이 아닌 동포

인권변호사 노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북한인권의 상관관계를 미국 링컨대통령 시절 연방정부 유지와 노예제 폐지 문제에 빗대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비유는 시대착오적이다.

노 대통령은 1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북간에는 정치적으로 합의할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남북간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면서 링컨 대통령 시기의 예를 들었다.

노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 재임시 끊임없이 노예 해방론자들로부터 인권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다고 공격을 받았다”면서 “실제로 링컨은 걸음이 느렸다. 왜 그랬느냐 하면 대통령이 선명한 입장을 취하면서 노예해방을 촉구하면 아메리카가 분열될 조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랬다. 노예해방의 선구자로 알려진 링컨은 1861년 3월 4일 미국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나의 최고의 목적은 연방정부 유지이지 노예제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실제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제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긴 했지만, 초기의 표면적 이유는 남부의 연방이탈이었다. 전쟁 중반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선언함으로써 국내외의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어 결국 연방정부를 지켜냈다.

그러나 작금의 남북관계-북한인권 문제와 링컨 시대의 연방정부유지–노예제폐지를 비유대상으로 놓는 것은 여러 면에서 타당치 않다.

지금 우리에게 북한 인민은 이방인 아닌 동포

우선, 링컨이 살았던 19세기 중반의 인권관념을 21세기의 상황에 대입할 수 없다. 지금은 누구든 노예제도를 반(反)인권적이라고 하지만, 링컨 시대에는 노예제 폐지의 신념을 가진 대통령이 당선되자 남부 주(州)들이 잇달아 연방을 탈퇴할 정도로 차별적 사고관이 팽배한 시기였다.

노예를 돈 몇 푼으로 거래하고, 채찍으로 때리면서 일을 시키고, 피부를 접촉하는 것조차 불결하다며 동물처럼 취급하던, 그러면서도 그것이 특별히 인권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대의 인권관을 지금 우리 시대와 비교하는 것은 갑오경장(甲午更張) 이전쯤을 이야기하면서 “그때도 그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둘째, 18세기 중반 미국인에게 노예는 이방인이자 객체였지만 지금 우리에게 북한 인민은 동포이자 주체다.

링컨의 인간애가 어느 정도였는지 현재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당시 그가 ‘노예문제보다 연방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일단 노예는 이방인이자 객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그렇단 말이다. 이방인과 객체의 문제 때문에 국가가 분열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따라서 누구든 연방유지를 앞세우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문제는 어떠한가. 바로 우리 동포의 삶의 문제이고, 통일 한국의 주체가 될 우리 이웃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노 대통령은 노예 문제와 비유하며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 다루듯 한다. 이 정권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북한인권 결단'을 촉구한다

셋째, 노 대통령의 비유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은 자명하다.

보라, 미국의 노예제가 폐지된 것은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잘못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링컨의 강한 의지가 끝까지 지속되었기에 가능하였고, 남북전쟁 발발 이후 국제여론이 급격히 북부 쪽으로 기운 이유는 노예해방이라고 하는 대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현 남한 정부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태도는, 링컨이 연방을 이탈하려는 남부 동맹을 붙들어 두기 위해 온갖 선물을 갖다 주고, 그러면서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노예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링컨은 결코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물론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단계적 해결’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지금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다고 남북관계가 파탄나는 것이 아니다. 링컨 시기처럼 전쟁이 나는 것도 아니다. 현대 사회에는 얼마든지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촉구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정확한 입장을 가져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최근 정부부처가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유엔총회에까지 북한인권문제가 상정된 지금이 바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이야기할 적기(適期)이다.

바로 오늘,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노예해방의 소신을 평생 굽히지 않고 끝내 그 뜻을 이루다 총탄에 맞아 죽음을 맞은 에이브러험 링컨. 그를 가장 존경한다는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표결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곽대중 (dailynk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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