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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돈 100원의 운명
668899 0 553 2006-03-08 11:54:24
[기자의 눈/주성하]북한 100원 지폐의 기구한 운명

[동아일보 2006-03-07 03:09]



[동아일보]
며칠 전 중국에 갔다가 한 공항 매점에서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 북한 지폐 묶음을 보게 됐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화폐가 전부 있었다.


빳빳한 새 지폐들을 보면서 많은 것이 떠올랐다. 사실 북한에서 유통되는 지폐들은 눈 뜨고 보기 한심할 지경이다. 누더기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지질(紙質)도 원인이지만 화폐가 암시장에서만 돌아다니니 중앙은행에서 새것으로 교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자도 2001년 탈북하기 전에 찢어진 지폐를 신문지로 이어 붙인 적이 수없이 많다. 신문의 활자 없는 부분을 띠처럼 오려 낸 다음 밥풀로 붙인다. 형형색색의 종이 띠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지폐들은 은행이 아닌 장마당 장사꾼들의 주머니에서 주머니로 흘러 다닌다.


그러나 100원권만은 ‘대접’이 달랐다. 고액권인 이유도 있지만 2002년까지만 해도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초상이 들어 있는 유일한 지폐였기 때문이다.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지폐 훼손은 정치 범죄로 몰릴 수도 있었다.


혹시 찢어지기라도 하면 초상이 있는 쪽이 아니라 반대쪽 김 주석의 만경대 생가 도안 위에 종이 띠를 붙였다.


공항 매점에 진열된 북한 지폐들을 보면서 ‘시차 아닌 시차’를 느낀 것도 그런 기억 때문이었다. 지금도 100원권이 정중한 대접을 받을까? 5년 전까지만 해도 100원짜리 1장이면 장마당에서 쌀 2kg이나 외국산 담배 1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5장 이상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100원이 5원, 10원 가치로 떨어졌다는 얘긴데….


북한을 드나들며 장사하는 한 조선족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이어 붙이지 않은 100원짜리를 보기 드물다. 다만 김 주석 초상 위에는 존경의 의미로 투명 테이프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아무 문제없나요? 김 주석의 초상을 잘못 다뤘다고 예전에는 정치범수용소에도 끌려가곤 했는데….”


“찢어지면 붙이는 게 당연하지. 지금은 그런 거 갖고 따지는 사람 없어.”


거참…. 신보다 더 추앙받는 김 주석의 얼굴에 테이프를 붙이는 상상 못할 ‘범죄’가 이제는 북녘 땅에서도 당연지사가 되고 있다니.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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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지 2006-03-09 08:35:12
    참 오묘한 일이지요. 김일성 하나를 두고 한 사람은 천하에 악마라 광분하고.. 한쪽 사람은 사진 조차 성스럽게 다뤄야 하는 신(神)적 존재고.. 어느쪽이 맞을까요? ㅎㅎ 좀 유치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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