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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서경석 목사님께 이 편지를 드립니다.
3 398 2006-03-11 20:37:43
목사님. 어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불문곡직하고 윗분들이 계시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점,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선각자중 한분이신 목사님께 버릇없이 처신한 점은 변명할 여지없는 저의 잘못임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밤새 고민해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애초부터 그렇게 버릇없고 경거망동한 놈인가에 대해 반성하고 또 반성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방송 중단”을 외치는 한총련이나 통일연대, 북한 매체들의 자극적 행태 때문에 걸핏하면 흥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가슴 한편에 불필요한 울분의 씨를 안고 살았다 싶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그러면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지난해 저는 저보다 연장자인 북한 차석대사 한성렬과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연장자에게 대들었으나 뒤끝이 개운했고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비유가 좀 무엇하지만 목사님과 부딪히고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연장자이고 지위도 높지만 전자는 “적”이고 후자의 경우는 “동지적 관계”에 있는 목사님이기 때문입니다. “적”과 “동지”의 구별만 확실하다면 별로 망설이는 일이 없는 탈북자들에겐 “관계”와 “구별”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모든 인관관계에 앞서 대방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저는 목사님으로부터 “햇볕정책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민간단체 결의문 가운데 “퍼주기 식의 일방적인 대북지원은 중단해야 한다”는 핵심 사안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의 대중성 확보를 위해 이제 관념화된 남한의 좌익사상을 그렇게 잠식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얼핏 들으면 옳은 말씀 같지만 그것은 원칙을 배제하고 군중성 확보를 위해서 남남갈등의 기본요소인 친북, 좌익사상과 동침하자는 이야기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아가 그것은 김정일독재체제를 인정하고 돕는 기초위에서 독립운동이나 마찬가지인 북한민주화운동을 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틀리셨습니다. 오늘날 반핵, 반김을 외치는 사람들은 그 정도로 외롭지 않을뿐더러 김정일체제만 끝나면 북한이 구원받고 겨레의 해방이 이루어지며 서울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의 원인도 사라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을 제1의 원칙으로 생각하며, 원칙은 승리한다고 확신합니다. 원칙이 먹히지 않고 원칙이 무시되는 오늘을 강조하며 비원칙의 또 다른 오늘을 접목시킨다면 목표가 흐려질뿐더러 운동의 이유가 없어집니다.

목사님께서 탈북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신 것은 저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러한 무원칙 론을 강변하시는 목사님의 이른바 대중성확보 때문에 평소에 동지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연합체”결성을 제의하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대중성확보 때문에 1의 원칙에 제2의 원칙이 끼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저는 그 외롭다는 1의 원칙에만 남을 생각입니다. 실지로 운동다운 운동한번 못해본 탈북자이지만 “운동의 좋은 환경”을 위해서 비원칙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저는 운동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탈북자 하나가 무엇이겠습니까만은 목사님의 주장과 헤어지는 이 순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탈북자들 때문에 번번히 당한다”고 하셨는데 그 당하시는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시기를 부탁드리면서 버릇없는 글 이만 줄이겠습니다.

3월 11일 김성민 드렸습니다.

자유북한방송 http://www.freenk.net/bbs/hview.php?addr=bbs_headline&idn=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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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te 2006-03-11 23:10:35
    어제 분위기는 서로 격려하고 힘을 합치자는쪽으로 좋았었는데...
    나올때쯤 "한겨레의 기자가 내글을 보고 찬성했다"는 서목사의 발언을 들으면서 의문스러웠는데 끝내 상황이 악화되였군요.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는 길은 북한땅에 악을 물리치고 자유의 세상을 세우는것뿐이니 갈길이 멀어도 건강을 신경쓰시고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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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복 2006-03-11 23:20:31
    그래요.
    울분이 넘쳐도 이렇게 점잔케 표현하는 것이 진정 이기는 길입니다.
    이 글을 서경석 목사 홈에 옴겨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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