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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여성의 시 (제2편)
Korea, Republic of 이민복 0 284 2014-09-07 23:40:20
(주검들)
-한 구덩이에 수십 명씩,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묻어버렸다

깊이
또 깊이 팠는데
비좁구나 땅이여
주검이 너무 많아서

칠성판도 없는 주검들인데
메마른 나무같이
바삭한 주검들인데
비좁구나 땅이여
죽어서 누울 자리조차
불편한 땅이여

순서도 없다
주검들은
늙은이건
젊은이건
어린이건
그 순간엔
다 같이 주검일 뿐

목놓아 울어주는
사람도 없다
살아서 동정 한 번
못 받아본 사람들
주검에 그 무슨 동정이 필요하랴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른다
주인도 없는 주검들이다
가족까지 다 죽어버리고
산 자조차 유랑을 떠난

그러나 한결같이
모두가 외치는 건
“우리 모두는 굶어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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