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꽃제비의 머리맡에 처음으로 음식들이 놓였다 살아서는 입가에 못 가져가던 원한의 먹거리들
꽃제비야 일어나라 눈을 떠라 이것만이라도 먹고 가려무나 마지막 길 양식을
널 위해 놓여 있다 앞집 여인이 들고나온 한 덩이의 식은 밥덩이 빵 팔던 여인이 놓고 간 한 개의 뺭 부스러진 과자조각들이
밥덩이 손에 쥐어주었는데 맥없이 떨어져 내린다 열려진 입가에 가져다 댔는데 턱이 떨어져 내린다
다 같이 배 가죽이 말라붙었는데 누구한테 동정을 보내랴 누구한테서 동정을 원하랴 죽어서야 비로소 받은 동정
생존에 그토록 원하던 음식을 마지막 동정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영영 가버린 꽃제비들아 미안하다 살아있을 적에 못준 동정
미안하다 우리를 원망하라 쌀독에서 나오는 인심 우리도 쌀독이 비어있었기에 동정도 비어있을 수밖에
조갑제 닷콤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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