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거부 정당"

한국일보 | 입력 2013.12.12  21:25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조선적 (朝鮮籍)' 재일동포에게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정부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조선적 재일동포 정영환(32)씨가 오사카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행증명서 발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영사관은 정씨가 과거 조총련 산하 단체의 일원으로 방북해 범민족대회 총회에 참석하는 등 친북 활동을 했고 이전에 2차례 방한했을 때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부의장과 회합한 점 등을 근거로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며 "이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조선적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과 후손 중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고 한국 이나 북한 국적도 선택하지 않은 재일동포를 말하며 3만~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국적이 없어 여권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오려면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교수인 정씨는 2009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오사카총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으나, 영사관은 정씨가 과거 친북활동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발급을 거부했다. 정씨는 영사관 직원으로부터 국적변경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한국 국적 취득을 거부한 것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은 정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처분"이라며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