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도우미에게 정부는 할말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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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도우미에게 정부는 할말이 있을까 - 강철환 - 요즘 들어 탈북자문제를 놓고 진보-보수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을 「부도덕한 브로커」로 매도하는 일부 정부 관계자나 386의원들의 인식수준은 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탈북자문제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독재체제 김정일정권의 학정으로부터 비롯된 비극적인 문제입니다. 극심한 기아와 통제, 짐승처럼 사람을 죽이는 국가안전보위부의 감옥과 정치범수용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탈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들에게는 「민족반역자」ㆍ「변절자」라는 엄청난 딱지가 붙게 되고 중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국공안과 북한 보위부의 추적에 시달리게 됩니다. 북송될 경우 죽는 것보다 못한 처절한 고문과 강제노역이 기다리고 있어 북송과정에 자살하는 탈북자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행을 원했거나 기독교와 접촉한 흔적이 있는 사람들은 정치범수용소 가운데서도 평생 나올 수 없는 완전통제구역에 수감되고 있습니다. 일반 탈북자가 1차로 수감되는 집결소의 강제노동 역시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학대의 현장이며, 여기서 죽어간 탈북동포는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범에 걸려 팔려다니는가 하면, 불법 월경자라는 약점 때문에 중국인들로부터 당하게 되는 부당한 인권침해는 재중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탈북자의 인권은 현대판 노예들의 참상이며, 이들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정부는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면할길 없습니다. 탈북자들이 처한 이러한 참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ㆍ정치인들이 탈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이민 성격」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웰빙 탈북」이라는 망발까지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정말 학자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초보적인 양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인가를 되새기게 합니다. 탈북자의 인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한국정부는 하나원 교육을 통해 입국중개인들에게 돈을 지급하지 말라고 교육까지 시킨다고 합니다. 물론 부당하게 폭리를 취한 비용은 지불해선 안 되겠지요. 그러나 입국에 소요된 최소 경비 지불마저 막겠다는 것은 탈북자들이 이 땅에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나 똑같은 것입니다. 결국 한국정부의 속셈은 탈북자가 이 땅에 더 이상 들어오는 것을 유치한 방법으로 막겠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느 김 모 사업가는 중국 현지에서 꽃제비 북한소년 3명을 수년간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매달리는 인정을 뿌리칠 수 없어 탈북 도우미에게 한 사람에 300만원씩 9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 받아 지불하고 이들을 무사히 한국에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도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아 『너희들이 한국에 가면 이 돈은 갚아주어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탈북소년들도 정착금 모두 다 주어도 좋으니 제발 한국에만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이들이 하나원에서 입국비용을 주지 말라고 했다면서 도와준 은인을 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업가는 최근 형편이 안 좋아진 상태여서 정말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입국 중개인이든 선의의 도우미든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아무리 살려달라고 해도 선금을 내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 풍토가 생기게 됐고, 일부 한국에 친척을 둔 사람들만 선별적으로 한국행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죽음의 사지로 계속해서 몰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들을 도왔던 중개인이든 인권운동가든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일에 한 번쯤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수백 명을 데려왔다는 한 입국 중개인은 현재 아이들의 교육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빚더미 상태이라고 기자에게 하소연했습니다. 정부에서 입국비용을 지불하지 말라고 하는 마당인데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가운데 누가 돈을 내고 싶겠습니까.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외면하도록 정부가 부추기고 있고 일부 탈북자의 도덕 불감증이 가세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들이 하던 이 일들을 언제부터인가 같은 탈북자들이 바턴을 이어받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뛰어들다보니 가격도 저렴해지고 폭리는 생각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같은 탈북자끼리라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250~3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0년 초만 해도 탈북비용은 몽골행이나 베트남 경로가 개발되지 못해 주로 항공편을 이용해 무려 1000만 원을 육박했고, 이후 점점 낮아져 지금은 250~300만 원 선에서 입국비용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돈을 받든 안 받든 탈북자들을 돕는 일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며, 다른 민족도 아닌 같은 동족이 독재정권의 핍박을 피해 구원을 요청할 때 정부가 나서지 못한다면 당연히 민간인들이라도 이 일은 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권단체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태이고, 한국정부는 탈북자 구출비용은 단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정권에 수억 달러를 퍼붓고 지금까지 김정일정권에 퍼준 눈먼 돈 일부라도 탈북자 구출에 쓰였어도 이런 민족의 수난은 어느 정도 완화됐을 것입니다. 교회나 선교단체의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도 최소한의 입국비용은 탈북자들에게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중국공안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탈북자 색출에 나서는 마당에 비용 없이 탈북자들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오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게다가 대사관에만 들어가면 정부가 책임지고 그 외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책임질 수 없다는 한국정부의 궤변을 듣고 있노라면 차라리 한국정부가 아닌 일본정부가 저랬더라면 덜 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사관에 들어온 탈북자가 됐든 중국 어느 곳에서 붙잡힌 탈북자든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생명들이며 그 무엇을 희생시켜서라도 구출해야할 우리 형제ㆍ자매입니다. 물론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해도 한국정부가 탈북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해외공관 외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수용방침을 확고히 굳힌다면 중국정부의 「횡포」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중국이 우리 형제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해 죽음의 사지로 내몬 배경에는 한국정부의 무책임한 반인권의식과 탈북자에 대한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입국중개가 큰 문제가 되고 중개비용 때문에 탈북자 정착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민간단체를 지원해 입국비용 없이 탈북자들을 구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할일을 민간인들이 하고 있고, 일부 중개인의 횡포를 두고 마치 모든 탈북자 도우미들이 악덕중개인이나 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탈북자들을 단 한번도 도와준 적이 없는 여당의 일부 386의원들과 자칭 진보인사들이 탈북자 도우미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난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소롭다는 생각뿐입니다. 이제 탈북자문제는 국제적인 인권문제입니다. 게다가 주민들의 자유와 행복한 삶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김정일정권이 존재하는 한 탈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가장 어려울 때 남한의 형제들이 그들을 돕지 못했다면 훗날 무슨 낯으로 북한 형제들과 얼굴을 마주하겠습니까? 독일의 통일이 동독의 독재정권을 박차고 탈출하는 수백만 주민들의 항거로 이뤄졌듯이, 김정일정권의 변화나 우리 민족의 통일은 바로 탈북자들이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막을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을 우리 남쪽 형제들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웰빙탈북」이니, 「악독브로커」니 하면서 탈북자 구출을 막는다면, 북한의 민심은 남한을 떠날 수밖에 없고 결국 이 비용은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 내부적으로 경제개혁을 통해 주민들을 먹여 살릴 생각은 안하고 탈북자들을 막기 위해 수천리 북-중 국경에 철조망을 치고 사람 잡는 함정까지 파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의 군대가 국경에 추가 배치돼 마치 전선을 형성한 듯 북-중 국경은 긴장상태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는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향상, 나아가 개혁ㆍ개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이들이 강제북송되도록 방임한 한국정부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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