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金大中 대통령 앞 마지막 편지 - 申相玉 (미래한국신문) [월간조선]
미래한국독자 3 428 2006-04-12 15:12:11
다음은 미래한국신문 http://www.futurekorea,co.kr 에 있는 기사임.



金大中 대통령 앞 마지막 편지 - 申相玉


(어제 별세한 신상옥 감독이 2003년3월호 월간조선에 기고했던 글)



노벨賞을 위해 민족을 판 당신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거짓투성이의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서 이후의 역사가 제대로 순항하도록 길을 닦아 준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申 相 玉 영화감독
1926년 함북 청진 출생. 東京미술전문학교 졸업. 1951년 「惡夜」로 감독 데뷔.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폭군 연산」, 「빨간 마후라」 등 제작, 감독. 신필름·컬럼비아 칼리지 할리우드·글로벌 베처 할리우드 대표·칸 영화제 심사위원·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심사위원장 역임. 1978년 홍콩에서 拉北 북한 체재 중 「사랑 사랑 내 사랑」 「불가사리」 등 제작, 감독. 198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탈출.



公的자금과 金正日 비자금


서둘러 글을 씁니다. 이 글이 실린 잡지가 시중에 나간 지 며칠 후 당신은 권좌에서 내려와 시민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나는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 金大中에 대해서는 눈꼽만 한 관심도 愛憎도 없으므로 하루라도 권좌에 앉아 있는 시점에 이 편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유형은 대통령 되는 것 자체가 목표인 사람이고, 다른 한 가지 유형은 대통령이 되어서 그 직위와 직책에 어울리게 국가 민족의 복리와 미래 발전을 위해 뭔가를 실제로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前者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병적일 정도로 집요했던 그 피나는 노력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정작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당신의 태업에 가까운 無爲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제멋대로의 국가경영에 놀라움을 넘어 분노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난 5년 동안의 치적으로 꼽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경제를 IMF의 수렁에서 건져냈다는 것과 햇볕정책으로 남북 화해의 물꼬를 터서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는 것,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IMF 사태」로 불리는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국민들은 생명처럼 소중하게 장롱 깊숙이 숨겨 두었던 금붙이를 모두 들고 나왔고,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땀 나는 노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겪은 고통의 무게는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손쉽게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경제의 거품을 털어 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재생 가능한 은행과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용도와 지원 방법, 사후관리는 엉성하고 불투명하여 새로운 정경유착의 전형을 만들었고, 거대한 의혹만 부풀려 놓았습니다.

현대그룹의 부실을 털어 주기 위해 지원한 公的자금의 규모가 무려 30조원을 넘지만 현재로서는 회수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현대가 정부를 대신하여 북한 金正日의 비자금 호주머니로 8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뇌물을 갖다바친 상부상조의 고리를 이해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처럼 IMF 극복을 위해 당신과 당신의 정부는 한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가적 환란을 이용하여 국민의 혈세를 마음껏 농단하여 정권유지와 개인적인 치부, 그리고 전대미문의 對主敵 뇌물 커넥션에다 노벨상 수상 공작 등 추문에 추문을 낳았을 뿐이니 비록 홍보용 빈말이라도 「IMF 극복」을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건국 이후 최대의 「판도라의 상자」가 된 「공적자금 비리」는 어차피 당신이 물러난 뒤 새로운 정부와 또 그 다음의 정부에 의하여 두고두고 파헤쳐질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므로 여기서 미리부터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5년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이제 막 물러나려는 당신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바로 2000년 6월 15일 그 「역사적」 남북 頂上회담을 앞두고 당신의 비호를 받고 있는 현대그룹을 통하여 북한 金正日에게 4억~8억 달러로 추정되는 거액의 뇌물을 가져다주었다는 추잡스러운 사건이 그동안의 「의혹」에서 마침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어색한 무대의 뒤편에 뭔가 있다는 심증

솔직히 말하자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얼마의 돈을, 누구를 시켜 어떤 방식으로 세탁을 하여 北의 누구를 통해 송금했는지 미주알고주알 상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당신이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北의 金正日과 포옹하고 밀담을 나눌 때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그 어색한 연극의 무대 뒤에 뭔가가 있다는 심증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어느 편이냐 하면 당신이 역사상 최초의 남북 頂上회담에 金正日을 끌어내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일련의 「공작」 뒤에 검은 돈거래가 없을 수 없다는 심증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야당 총재 시절부터 끈끈하게 맺어 온 그 어떤 질긴 인연의 끈이 평양 정권을 향하는 당신의 발걸음을 거역 못할 힘으로 당기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신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현대그룹 생존 보장과 금강산 관광이라는 허황한 이벤트와 남쪽의 정신적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의 이면에 4억~8억 달러라는 현금의 액수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무거운 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北의 정권에 무슨 씻을 수 없는 빚을 진 사람이 아니고는 행할 수 없는 사고와 행적을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 증거와 함께,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국가와 민족에 중대한 과오를 범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당신과 아주 가까운 원로 정치인 한 사람은 사석에서 『DJ는 대통령과 노벨상이 평생의 꿈이었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돼 있었고, 실제로 그는 목숨 이외의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모든 것」을 던져 쟁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거나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당신은 대통령이 되면 야당 시절 잃어버렸던 세월의 고통을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확실하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노벨상만 받으면 그 과정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적 무능과 불법, 탈법적 통치행위까지도 우리 국민과 세계가 무조건 다 용납할 것이라고 과대망상하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모두 오산이거나 착각이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 자체가 완성형의 영예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대통령을 해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그 자리는 단 한 시간도 고요히 살 수 없는 긴장과 고독의 감옥이라는 것입니다.

무거운 책임과 시시각각 닥쳐오는 선택과 결단의 요구 때문에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라고도 합니다. 간혹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무소불위의 권좌로 착각하여 자신의 하잘것없는 개인적 고집과 목적 달성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5년을 지내 놓고 보니 당신이 바로 그런 유형의 대통령이었다고 평가됩니다.


노벨상만 받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

문제가 노벨상에 이르면 당신의 착각과 환상은 극치에 이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모두가 일종의 노벨상 콤플렉스에 걸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누려 보지 못한 유일한 것이 노벨상 수상이었습니다.

올림픽도 개최했고, OECD 회원국도 되었으나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민족적 수치로 생각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같은 동양민족인 일본과 중국, 인도가 오래 전부터 수상자를 낸 것과 견주어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그러한 초조감과 민족적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당신의 노벨상에 대한 과대망상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만히 돌아보니 당신은 노벨상만 받으면 가만히 있어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식을 줄 모르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줄로 착각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노벨상에 대한 이같은 미신과 함께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그릇된 결과 지상주의, 그리고 당신 옆에 있는 몇몇 전제군주시대 家臣과 같은 충성심을 지닌 참모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충성 경쟁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수치스러운 추문을 낳고 말았던 것입니다.

물론 이 추문은 스웨덴의 노벨상 위원회와는 상관 없는 것으로 본인은 생각합니다. 현 단계에서 거의 확정적인 것은 당신과 北의 金正日이 서로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합작으로 세계를 잠시 속인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서 「통치권」 논리를 아무리 둘러대도 6·15 남북 頂上회담 직전에 이루어진 현대의 까닭없는 對北 송금은 그것이 남북 頂上회담의 代價임이 분명하고, 남북 頂上회담으로 얻고자 했던 진정한 보상은 남북통일도, 진정한 의미의 평화도 아닌 오직 노벨평화상 수상 그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6·15 야합 직전에 이루어진 거금의 송금이 진정한 평화의 代價이며 당신 말마따나 「통치행위」였다면 그 후 金正日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핵무기 개발과 서해 도발사건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당신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우리 민족의 자존심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모르긴 하지만 당분간 노벨상위원회는 한국인에게 이 상을 수여하기를 내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민족적 수치의 상징이 된 賞

남북관계도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금강산의 제한된 구역에 줄을 그어놓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광과, 막대한 뒷돈을 주고 이루어지는 신문·방송의 평양 취재와, 엄청난 규모의 쌀과 비료를 선적한 이후에야 겨우 한 번씩 허용되는 이산가족 찾기 이벤트 등을 두고 「남북화해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라고 선전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이른바 살얼음 한 조각도 못 녹이는 「햇볕」이 없었더라면 北의 정권은 지금쯤 남루한 전제정치의 외투를 벗어던지고 남쪽을 향하여 투항했을지도 모르며, 지옥 같은 북한을 탈출한 수십, 수백만의 보트 피플이 동해와 서해를 통하여 물밀듯이 南으로 향하고 그로 인하여 北의 정권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北의 정권을 연명시키고 얻은 것은 당신 개인이 꿈에도 그리던 노벨상뿐이었으며, 그 노벨상조차도 이제는 민족적 수치의 상징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노벨상은 당신이 믿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큐리 부인은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던 그 시각에 시상식장이 아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예정된 강의시간과 노벨상 시상식이 겹치자 그는 강의를 택했던 것입니다. 큐리 부인이 賞을 받기 위해 일부러 노력했다는 그 어떤 말도 듣지 못했으나 진정한 노벨상 수상자로 길이길이 세인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賞을 받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하고 세상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큐리 부인의 일화는 두고두고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 반대의 수상자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노벨상 수상자였다는 사실을 세계인은 가능한 한 빨리 잊으려 할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당신은 노벨상 수상이라는 하찮은 영예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시켰기 때문입니다.

뒷돈으로 頂上회담을 사고, 그렇게 하여 얻어낸 거짓 평화의 공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자 『金正日 위원장이 함께 수상하지 못해 서운하다』고 말한 당신들 두 사람(당신과 金正日)의 의기투합은 3류 만화영화의 소재로 적격입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워터게이트 사건의 본질은 어느 쪽에서 어느 쪽을 도청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도청한 쪽에서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즉 닉슨의 「거짓말」이 미국인을 분노케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미국 사회보다 거짓말에 대해 관대합니다. 거짓말에 대해 관대한 편인 한국인들의 性情과 관습을 감안하고라도 당신의 거짓말은 우리를 너무나 수치스럽게 합니다.

원래 하나의 거짓말은 그것을 숨기려 하다가 여러 개의 새로운 거짓말을 낳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北의 金正日과의 사이에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했던 원초적인 거짓말이 출발점이 되어 그 후 얼마나 크고 많은 거짓말이 양산되었는지,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마침내 거짓말 불감증에 이를 정도로 깊은 병에 들게 되었는지 당신은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까? 아마 생각해 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 믿는 경우가 있는데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바로 그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 투사」의 제왕적 정신구조

당신은 최근 對北 송금이 사실로 밝혀지고 더 이상 거짓말이 불가능해지자 마침내 예의 그 현란한 修辭力을 발휘하여 「통치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과 일부 언론도 당신의 「통치권」 궤변을 지원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당신이 자신을 전제군주로 착각하고 있다는 증거만을 보태 줄 뿐입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민주화」였다는 것과 당신이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帝王的 정신구조를 지니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미안한 얘기지만 당신은 이 시대 지도자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대통령병 환자」 또는 단순한 「투사」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에 비하면 나와 나의 아내 최은희의 예술가적 삶의 뿌리를 뽑아버렸던 독재자 朴正熙 대통령은 그래도 이 시대 국가의 지도자로서 良識과 품성을 갖춘 인물로 새삼 그리워질 정도입니다.

내가 만든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는 日帝에 의하여 희생된 민비의 삶과 시대상을 다룬 작품으로 제13회 아시아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상영될 무렵 국내에서는 韓日회담을 반대하는 데모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이 작품이 反日감정에 기름을 부을 우려가 있다 하여 「상영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朴正熙는 청와대에서 이 작품을 직접 관람하고 나서 『그럴수록 국민에게 알릴 것은 알려야지』하고 상영을 허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정권적 차원의 일과 국가적 차원의 일을 구분할 줄 알고,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햇볕」은 가짜였다

이른바 그 「햇볕정책」이라는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햇볕정책」의 원전인 이솝우화에 의하면 폭풍과 눈보라 속에서 오히려 옷을 두껍게 껴입던 나그네가 햇볕 아래서 외투를 벗는, 실로 따사로운 장면이 나옵니다. 이솝우화가 인간 세상의 진실의 일면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당신의 「햇볕」은 햇볕이 아니라 사이비 조명임이 분명합니다. 북한은 옷을 벗기는커녕 핵무기로 무장하고 사상투쟁을 강화하는 등 옷을 더 껴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 모양이 됐을까요?

첫째는 상대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은밀한 돈거래로 평화를 사겠다는 방법이 나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잘못 파악했다기보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상대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이는 국가 경영자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金正日과 그의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 체제를 신물이 나게 겪어 본 경험자들이 많은 증언을 해 온 바가 있습니다.

나와 나의 아내 최은희도 金正日에게 납치되어 가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기까지 바로 지근의 거리에서 金正日과 그 추종자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고, 그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책으로 간행한 바가 있었습니다.

햇볕을 들고 평양으로 가기 전에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한 번쯤 나와 내 아내의 기록은 물론이고 北에서 넘어온 黃長燁씨 같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는 것이 도리이자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북한을 방문하려는 서방의 기자들이나 정치가들 중에는 나의 책을 읽고도 모자라 멀리까지 나를 찾아와 金正日의 실체에 관한 더 정확한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 중에 그런 노력을 보인 인물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신들이 그러하니 국내의 방송들조차 金正日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인터뷰한 일이 없습니다.

ABC, BBC, NHK 등 외국의 유명 방송사와 런던 데일리 텔레그라프, 보스턴 글로브를 비롯한 신문사들은 바보같이(?) 아직도 나에게 金正日을 묻는 인터뷰를 계속하여 요청해 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당신들은 「햇볕」의 역사적, 현실적 당위성을 이야기할 때 「전쟁 억지력」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웁니다.

햇볕이 아니었으면 남북한 간에 당장 무슨 사단이 났을 텐데 햇볕으로 전쟁의 원인을 녹였다는 것이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당신의 햇볕이 없을 때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80년의 광주사태 때 북한은 남한을 무력침공할 절호의 기회를 잡고 남침 여부를 심각하게 저울질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침공하지 못했습니다. 남쪽에 그 무슨 「햇볕」이 있어서 침공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쟁이 정말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5년간 햇볕을 쪼인 뒤 북한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그 사이에도 핵무기를 개발했고, 남한 사회를 안으로부터 흔들어 놓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사이를 파고들어 틈을 벌려 놓았고, 남한內 일부 사람들이 『북한에 핵무기가 있으면 어떠냐. 통일 되면 우리 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순진하고도 천치 같은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쟁의 가능성은 소멸되거나 완화된 것이 아니라 더 커졌습니다. 이것이 햇볕의 진정한 공로입니다. 당신이 원했던 것이 이것이었습니까?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상대인 金正日과 그의 체제를 잘못 파악했거나 파악할 의지가 없었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습니다.

당신의 추종자들이 북한을 몰래 왕래하면서 그쪽이 자랑하는 만수대 혁명박물관을 관람했을 것이고, 저들이 땀 흘려 만든 역사책 「조선전사」를 읽어 보았을 것이며, 북한 땅 곳곳에 가는 곳마다 세워 놓은 수만 개의 동상을 눈으로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러고도 6·15 남북성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서명했다면 그것은 남쪽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민족의 역사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6·15 선언은 민족에 대한 반역

만수대 혁명박물관, 조선전사, 동상들이 보여 주는 의미는 북한 땅과 인민들이 온통 金日成 一家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남북한 간의 어떤 성명과 협약도 오로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통일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천치 바보라도 알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만수대 박물관의 90개에 이르는 전시실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셔먼號 사건을 주도했다는 金日成의 할아버지로부터 金日成에 이르는 3代의 신화 같은 치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직 金日成 家系만이 일제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민족을 건진 유일무이한 정통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20여 권의 방대한 역사책인 「조선전사」는 역시 절반에 가까운 10여 권이 金日成 一家가 한국의 근대사를 주도한 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어떤 王朝史도 이럴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변한다는 것은 이런 모든 것을 뒤집는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반세기 넘는 북한 왕조사를 송두리째 뒤집지 않고는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남북화해는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6·15 회담을 했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그런 사실을 느끼고도 서명했다면 민족에 대한 반역이자 죄악일 것이며, 보고도 몰랐다면 이것 역시 직무유기로서 심판의 대상일 것입니다.

간단하고도 분명한 진실은 북한이 金日成 부자의 가부장적 전제군주 체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체제는 전제군주 일가의 수명이 다해야만 저절로 무너지게 돼 있는 것이지 외부의 「햇볕」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눈꼽만치도 없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다행히도 金正日의 아들이라는 자들을 보면 북한 주민들이 3代에 걸쳐 충성의 멍에를 지지 않아도 될 정도이니 우리가 자유민주 체제의 강점을 살려 발전해 나간다면 저쪽은 저절로 와해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런 정권을 당신은 붙들어 주고 연장시켜 주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두 번째 이유, 즉 「은밀한 돈 거래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은밀한 뒷거래로 소위 평화를 사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변명이나 그 유명한 궤변으로도 이 사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도외시한 잘못이 그것입니다. 당신과 당신 추종자들이 아주 평범한 이 진리를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고도 매우 긴박한 그 어떤 필요, 예컨대 노벨상 수상과 같은 절대적인 목표의 추구를 위해 상식을 밟고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일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달러에 목말라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자 金正日은 대부분 독재자들이 그렇듯이 막대한 비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나와 내 아내를 납치해 놓고 영화 만들기를 강요하면서 엄청난 물량을 지원해 주던 솜씨와 배짱으로 보아 그의 통치자금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당신과 당신의 정부는 그런 金正日의 비자금 중 일부를 조달해 주는 代價로 「평화」를 산 셈인데 그렇게 하여 산 평화의 효력이 어떤 것인지 서해도발에서, 핵무기 개발에서, 그리고 여차하면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버리는 각종 회담과 약속의 파기에서 생생하게 경험했을 줄로 압니다.

돈이란 것은 아주 더럽고 치사한 것입니다. 주고도 욕을 먹는 것이 돈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거지에게 1000원씩 주다가 어느 날 500원을 주면 욕을 먹습니다.

최근 林東源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으나 「위원장 동지」를 만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한 것은 돈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이 국제사회에 떠돌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이로써 당신은 당신 자신을 포함하여 북한의 「장군님」은 물론이고 남북한 동포들 전체를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최근 당신과 북한의 金正日은 6·15 남북 頂上회담의 뒷돈 거래가 밝혀지려고 하자 서둘러 금강산 육로관광의 시범 운행을 실시하고 北에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현대의 정몽헌과 김윤규를 보란 듯이 초청하고 南에서는 이들 두 사람에게 일시적인 출국금지조치 해제를 하여 또 한 번 세계를 향하여 꾸며 낸 연극을 보여 준 바가 있습니다.

그 행사에 참석한 鄭夢憲의 웃는 얼굴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연민을 느꼈습니다. 陸路관광이든 海路관광이든 北에서 시혜를 베풀면 길이 열리고 北이 수틀리면 닫아 버리는 길이 아닙니까. 그런 속셈에 이용당하고 있으면서도 철없이 웃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北에서는 땅굴 수십 개에 해당하는 침공로를 열어놓고 손익을 계산하고 있을 테지요.

지난 5년 동안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돈을 주고 사 놓은 「평화」의 질량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거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을 부추겨 전쟁狂, 수구반동분자, 외세의존주의자로 몰아세웠습니다.

민족애라는 이름으로 당신은 진정으로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허위의 장막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당신의 가장 큰 실수일 것입니다.


부시와 당신의 뒤바뀐 역할

당신은 북한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알고 있었든지) 미국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장군님」 또한 그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미국에 대해 전략적인 시각에서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마음씨 좋은 엉클 샘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비정한 나라입니다. 미국과 미국민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약속을 뒤집고 뒤통수를 치면서 떼를 쓰는 독재자의 허장성세를 가장 증오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권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후세인의 정권을 인정하지 않듯이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말입니다. 후세인 다음의 응징 대상은 金正日이라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를 하겠다는 한국 대통령의 공언을 미국은 가소롭게 여길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탈북 동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30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만주 벌판과 중국 천지를 떠돌면서 매일매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마땅합니다.

제대로 된 정부를 가진 국가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 이 일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단 한 명의 自國 국민이라도 敵國에 억류되어 있으면 모든 국력을 다하여 구출하려고 애쓰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오늘의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의 눈으로 볼 때 북한이 自國 국민 몇 사람 납치한 사실이 밝혀지자 國交정상화의 발걸음을 멈추어 버린 일본은 무엇이 「국익」인지 모르는 바보처럼 보입니까?

미국이 베트남의 오랜 역사의 자주 독립 의지를 잘 몰라 실패했듯이 오늘날 북한은 미국의 가치관과 세계전략을 잘 몰라 망할 것입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북한은 흥정과 도박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욱 우스운 것은 북한이 벌여 놓은 그 도박판에 당신이 끼어들어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그런 입장입니까? 북한이 핵무기를 들고 미국과 대치하는 것은 그 핵무기를 미국으로 쏘겠다는 것이 아니라(북한의 핵탄두는 절대로 미국으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유사시에 남한을 겨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재라니요? 그렇게 한가합니까?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같고 한국의 대통령인 당신은 바다 건너 제3의 나라 대통령 같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요즘 일각에서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국가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주둔하는 것이지 우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변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미국과 한국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그 위협이 사라지기라도 했다는 것입니까? 갑자기 金正日이 감상적인 소녀로 둔갑하기라도 했다는 것입니까?

요즘 진보주의라는 이름의 대책 없는 낙관론자들은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순진하게 말합니다.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전쟁은 민족 내부의 전쟁이었다는 사실들을 새삼 들출 필요도 없이 불과 반 세기 전에 6·25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을 앞에 놓고 이처럼 순진한 소리들을 함부로 지껄여도 되는 것일까요? 남한 사람들의 시각을 이렇게 만들어 놓는 것이 「햇볕」의 진정한 목표였습니까?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한국인의 무너진 자존심을 살려달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에게 잘잘못을 따지거나 돌팔매질을 하지 않는 것이 동양인의 미덕입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권좌에서 물러날 당신에게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한국 및 한국인의 자존심과 실추된 국가 위신이 너무나 크고 깊기 때문입니다.

우리 외교는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고, 우방에 대한 신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한국인이 콩으로 메주 쑨다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당신의 업적입니다.

이 업적들을 그냥 보따리에 싸들고 돌아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솔직해져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과 세계를 향하여 사죄할 것은 사죄하여 국가의 위신을 회복케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이제 막 출범하는 새 정부로 하여금 당신이 파놓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이 거짓투성이의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서 이후의 역사가 제대로 순항하도록 길을 닦아 준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의 재임 중 마지막이 될 편지를 쓰려고 사항을 적어 보았더니 그 항목이 너무나 많은 데 스스로 놀랐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알 것이고 당신 또한 알고 있으리라 믿고 햇볕과 노벨상, 그리고 남북 頂上회담의 화려한 치적 뒤에 숨은 당신의 허위에 대해서만 몇 자 적었습니다. 부디 큰 용기를 내어서 한국인으로 사는 기쁨과 보람을 되찾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기자 조갑제의 세상(www.chogabje.com)
미래한국 2006-04-12 오전 11:16:00
좋아하는 회원 : 3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자유사랑 2006-04-13 03:36:01
    더할말이 없다. 신상옥감독의 영화 "김대중과 햇빛정책 사기극"을 본것같다.
    故신상옥감독 명복을 빕니다. 남과 북을 직접 체험하고 쓴 글은 우리의 현대사의 한페이지입니다. 오늘날의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바른자세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자유를 찾아오신 탈북실향민 여러분 우리함께 조국의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합시다. 그대들을 진정 사랑합니다.희망을 가집시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밑에 GDP 순위에 이은 1인당 GDP 순위 (IMF 통계 2005년)
다음글
참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