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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인기는 왜 안 떨어지나? (홍영림기자)
조갑제홈피독자 1 393 2005-01-30 18:38:37
이 기사는 조갑제 홈페이지 http://www.chogabje.com 최신정보파일 파일에 있는 것임.


번 호 5587 조 회 233
이 름 홍영림 날 짜 2005년 1월 29일 토요일

박정희 인기는 왜 안 떨어지나?


미국갤럽이 지난 2001년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링컨도 아니고 루즈벨트도 아니고 케네디도 아니었습니다. 많은 우리 국민들에겐 할리우드의 2류 배우쯤으로 인식되어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위였습니다. 레이건의 재임시절 평균 지지율은 53%로 2차 세계대전 이후 10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6위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 실시한 역대 대통령 직무평가 조사에선 73%의 지지를 얻어 퇴임 이후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레이건의 이 같은 인기는 그의 임기 때 경제회복과 아울러 공산세계의 붕괴를 유도해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슈퍼 파워’로 부상한 것에 크게 기인합니다. 뿐만 아니라 잦은 말실수와 무식을 타고난 유머 감각과 결합시키며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다운 정치를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작년 6월초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서거는 그에 대한 미국민들의 열광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30년만에 치러진 국장(國葬)에서 기록적인 추모 인파와 애도 열기가 이를 증명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그에 대한 추모를 통해 애국·보수주의를 이어가려는 공화당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레이건이 타계한 6월 5일 직후 12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레이건과 같은 공화당 출신인 부시가 11차례나 케리를 눌렀을 정도로 ‘레이건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타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열기가 강하게 불어닥친 적이 있습니다. 지난 97년에 강타한 ‘박정희 신드롬’이었습니다. 당시의 신드롬은 김영삼 정부 말기의 부패한 정치와 침체한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인기를 업고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로 인해 초래됐다는 분석에 별 이견이 없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열기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하루 300명 이상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고, 공보처 여론조사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23%로 세종대왕(19%), 이순신 장군(14%), 김구 선생(10%) 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많은 대권주자들은 자신이야말로 ‘박정희 적자(嫡子)’라며 박 전 대통령의 인기를 득표와 연결하려 했습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과 키가 1mm도 차이나지 않는다’며 지지를 호소한 후보도 있었습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10월에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서전 ‘국가혁명과 나’의 재출판 기념회에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김종필 등 여야 후보들이 총출동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미국이나 한국 모두 대선을 앞두고 타계한 전직 대통령 효과를 노렸다는 유사점이 있네요.


그런데 연초부터 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일협정문서 공개를 비롯해 문세광 사건,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과 아울러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개봉 등, 이번엔 ‘박정희 때리기’로 인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숭배’에서 ‘때리기’로 정치권의 분위기가 급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97년에 한국갤럽은 ‘박정희 신드롬 관련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를 ‘좋게 생각한다’(80%)가 압도적 다수였고 ‘그저 그렇다’(15%) 또는 ‘좋지 않게 생각한다’(5%)는 부정적 평가는 소수였습니다.

최근인 1월 28일에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TNS의 조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성장 등 잘한 점이 더 많다’(82%)는 긍정 평가가 ‘독재, 인권탄압 등 잘못한 점이 더 많다’(16%)는 부정 평가를 압도했습니다. 8년 전의 박 전 대통령 호감도와 너무나도 비슷한 수치입니다.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호감을 갖고 있을까요? '박정희 때리기'에 주력하는 측에서는 '국민들은 박정희의 과오를 잘 모른다'면서 과거사 들추기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박정희 신드롬이 불기 시작할때에도 많은 국민들은 이미 박 전 대통령 시대의 문제에 대해선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97년 갤럽조사에서 5․16에 대해 ‘국가혁명이 아니라 정권을 잡기 위한 쿠테타’(59%), 10월 유신에 대해선 ‘장기집권을 위한 것’(57%)이란 부정적 평가가 과반수였습니다. 또 박정희 시대에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심했다’와 ‘지역감정이 심해졌다’란 평가도 각각 54%와 52%로 다수였습니다.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그의 과오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업적이 허물을 덮을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97년 갤럽조사에서 ‘박정희가 일본군 장교 출신이란 것’에 대해선 ‘허물이 되지 않는다’(46%)는 관대한 견해가 ‘허물이 된다’(39%)보다 많았습니다. 이번 한국사회여론연구소․TNS 조사에서도 한일국교정상화 조건으로 박정희 정권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을 경제개발에 투입한 데 대해 다수(58%)가 ‘국가 발전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답해 ‘보상 받아야 할 개인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잘못됐다’(39%)보다 많았습니다. ‘친일파 박정희’란 매도에도 국민들은 그다지 동조하지 않는 셈입니다.

미국에서 ‘레이건 향수(鄕愁)’는 경제성장 정체와 아울러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한 국민적 실의와 불만으로 커졌다고 합니다. 레이건 재임 시절에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인종차별은 후퇴조짐을 보였고, 그라나다 침공과 니카라과 우익반군 지원 등 부정적 요소도 지적되지만, 미국의 위엄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에게 낙관적 희망을 심어주는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미국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희 신드롬’은 박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국정수행에 대한 실망감에서 나타났고, 그에 대한 향수는 경제 침체기에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같아선 과거사 규명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를 계속 부각시키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박정희 때리기’로는 박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지닌 다수의 국민들과 갈등만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정희 향수’를 가라앉히고 싶다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향한 도약을 성취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조선일보 여론조사 담당 홍영림 기자의 블로그 (blog.chosun.com/ylhong)에서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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