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원중 한명이 단지 초라하고 허름하다"는 이유로 절도죄의 누명을 쓰고 구속되어 검사실에 조사를 받으려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곳 검사실 구석에는 정물같이 앉아 있는 존재가 있다. 피의자를 호송해온 교도관이다. 오랫동안 지켜보면 그런 교도관의 존재는 투명인간 같았다. 그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며  말 한마디 거는 사람도 없다. 어느 날 검사실 조사에 입회하려 갔다가 쫒겨나 복도로 나왔다. 누구냐고 하길래 우리 회원이라고 하자 나가라고 했다. 복도의 벽 아래는 문이 열려진 검사실 안쪽을 들여다보며 늙수그레한 교도관 한명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놓여있는 접이식 철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그의 존재가 내게 느겨졌다. 그는 검사실의 동향을 살피는 살아있는 cctv였다 다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아니 누군가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하루종일 이렇게 구석에 앉아 있으면 힘들죠? 내가 위로조로 말을 걸었다 뭐 평생 해 온 일인데 괜찮습니다.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십대 중반쯤의 고참 교도관 같았다. 무료했던 그는 내가 말을 걸어주는 게 좋았는지 스스로 입을 열었다. 저는 평생 검사실을 다니면서 봤는데요 시대가 변하면서 검사실 분위기도 변했어요 십 년 전만 해도 검사실은 검사와 피의자가 싸우는 곳이었어요 검사가 욕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즈음은 세대가 교체되서 다들 젊어요 검사들이 대게 삼십대에요 분위기도 바뀌었어요 예전같이 욕하거나 때리는 게 없어졌어요 못 때리는 대신 교도관인 제가 보면 검사들이 훨씬 교활해 졌어요 지능적으로 인간적인 모멸감과 다른 약점을 잡아 흔드는 수가 많죠. 내가 물었다 구치소 풍경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cctv가 곳곳에 수백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재소자뿐만 아니라 교도관들이 감방을 돌아다니며 근무할 때도 cctv 꼭 따라다려요 교도관도 이제 감시를 당하는 거죠 예전에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고깃점 몇 개라도 점퍼 속에 숨겨가지고 와서 면회오는 사람도 없는 외롭고 불쌍한 재소자 방에 슬적 던져주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전에는 우리 교도관이 재소자의 인간적인 편지 심부름도 더러 해줬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도 기계들의 감시를 받으니까 꼼짝 못하는 거죠 감옥안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인정이 있었는데 그게 다 말라 버렸어요 기계만 발달한게 아니고 재소자들의 학력들도 예전과 비교가 안되요 박사들도 널려 있어요 예전에는 높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더러 대접을 해 줬어요 그런데 요즈음은 그렇게 하면 다른 재소자들이 다 똑같은 죄인데 그놈들을 특별취급 하느냐면서 바로 진정을 하는 거예요 이제는 사무적으로 다 똑같이 취급할 수 밖에 없어요 그때 검사실 복도로 설렁탕 배달이 지나가 검사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검사가 조사를 하던 사람에게 먹이려고 주문한 것 같았다. 옆에 있던 교도관이 벌떡 일어나 검사에게 가서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검사님 그렇게 마음대로 검사실에서 특정인을 불러 면회를 시켜주고 사식을 먹게 하면 안 됩니다 밥 때가 되면 아래에 있는 구치감으로 가서 거기서 규정된 식사를 해야 합니다 그게 행형 규칙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의 말을 듣는 검사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세상이 권위주위에서 기계와 규칙의 통제로 변하는 것 같았다.

503 동지! 특권이 없는 학교에서 고생이 많으십네다. 아무쪼록 몸조심 하시라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