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 배에 가족의 운명을 싣고 2008년 9월 19일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 검푸른 파도만이 뱃전을 쉼 없이 두드렸다. 위험한 길이니 돌아서라고 만류하는 건지, 어서 떠나라고 등 떠미는 소리인지. 배에 앉은 세 남자의 비장한 얼굴이 가끔 지나가는 배의 전조등이 잠깐씩 비칠 때마다 언 듯 드러났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하고 심장은 밖으로 튀어 나올 듯 세차게 뛰었다. 이제는 너무 멀리 온지라 뭐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다. 오직 무사히 그 땅에서 필사적으로 멀어져야했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김수명씨와 두 아들이었다. “손도끼 하나씩, 그리고 창 하나씩을 준비했지요” 그래도 아버지는 여차하는 순간이면 자신이 배를 몰아 상대를 향해 돌진 할 테니 아들들에겐 스티로폼 세 개씩을 묶어 손수 만든 구명대를 차고 바다에 뛰어들라고 미리 당부했다. 그렇게 바다 위에서 9시간, 수평선에 동이 터 올 무렵 배는 대청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이젠 살았구나”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 래 목숨을 걸고 한 밤을 달려, 그것도 망망대해를 뚫고 탈출을 시도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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