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날, 닭을 생각하다: 닭갈비 같은 사람이 되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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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복 날인 걸루 압니다. 중복. 장마와 비가 너무 지독하여 "복來不似복" (복이 왔는데 복 같지 않다)이군요. 복 날이니, 반계탕이라도 한 그릇씩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개고기(단고기) 좋아하시는 분은 개고기를 챙겨드시구요. 저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20 살 무렵까지는 줄곧 먹었는데, 그 후 누구네 집에서 개잡아, 그슬리고, 각을 떠서 (그슬린 개의 머리를 자르고, 아랫배에서 목 까지 그어서 몸통을 벌린 후 간을 기름 찍어 먹고, 개고기를 부위별로 해체하는 것) 생 간을 먹다가 구역질 한 후에는 개를 못 먹습니다. 아마 어릴 때 부터 개를 여러마리 재미나게 키웠던 경험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삼계탕을 잘 먹지요. 한번은 예전에, 집에서 기르던 영계 스무마리를 한 번에 제가 잡은 적이 있는데, 집안에 닭피가 번지는 게 싫어서 양 날개 사이에 오른 손을 집어넣어 꾸욱 한 참 잡아서 질식사를 시켰는데, 그거 스무마리 하고 나니까 손에서 쥐가 나더라구요.. 전라남도 구례 지리산, 섬진강 부근 유역에 가면, 닭을 생으로 잘 먹습니다.닭 숨골에 깃털을 꼽아 죽이고, 닭털을 (뜨거운 물에 튀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하나 손으로 뜯지요. 그리고 생 통닭을 부위별로 찢어 가면서 먹는데, 제일 맛있는 부분은 가슴살입니다. 10 여년 전 우연히 지리산에 갔다가 동네 젊은애들하고 생닭을 한마리 했는데..그후로 개는 잘 못 먹어도 생닭은 잘 먹습니다. (아, 이거 살아있는 토종 생 닭으로 해야 합니다. 행여..제글 잘 못 읽고 수퍼에서 닭 사셔서 식탁에 차린 후에 찢어드시지 마십시오...옆집서...정신병자로 신고들어 갑니다) 생닭 사시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부위가 바로 가슴살입니다. 머라구 할까...자연산 농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육질입니다. 사실, 어떤 바다 생선 사시미보다 더 맛 있습니다. 닭을 먹다보면 남는 부위가 있지요. 갈비와 목입니다. 저는 이 갈비와 목을 또한 잘 먹습니다. 쪽쪽 빨아먹으면 아주 맛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 닭갈비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鷄肋) 고민한다고 합니다. 먹자니 걸리적 거리고, 버리자니 아까운 사람.... 제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마땅히 '닭갈비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직해서 입바른 소리 잘하고, 실력 있으면...'버리기엔 아까운 인재"입니다. 그런데..그 사람이 지 줏대가 있어 아첨을 하지 않으면 '먹기에는 걸끄러운 먹이"입니다. 얼마나 좋은 자리매김입니까? 복날, 영양가 넘치는 반계탕 드시면서, 앞으로 가훈을 "닭갈비 같은 사람이 되거라"로 정할 것인지 한번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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