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안 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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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잡탕이다. 영세를 받아서, 세례명이 데오필로란 점에서는 카톨릭에 가깝고, 마누라 따라 절에 다니고 스님들이랑 이야기한 다는 점에서는 불교에 가깝고 굿하는 것을 좋아하고 굿을 하는 무당 구경하기 좋아한다는 점 (특히 진오귀굿의 바리공주 이야기 같은 것을 무당이 구슬프게 읊으면 오페라 보는 것 같다)에서는 무속에 가깝고, 잘 이해는 못 하지만 칼 융의 심리학 책을 뒤적이면서 끄덕거리는 점에서는 심리학적 종교에 가깝다 (융은 말년에 종교에 귀의했다) 누구가 나에게 종교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종교, 없습니다"라고 하지만, 누구가 나에게 "영혼을 믿습니까?"라고 물으면 "네,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때 영혼은 물질/자연으로 환원될 수 없는 그리고 개체를 뛰어넘은 인간정신의 원형(archetype) 을 의미한다. 사람은 사회를 넘어선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종교에 대해 스스로 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내가 경기를 일으키는 종교가 있다. 이슬람이다. 이슬람에 대해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는, 종교가 추상화되지 않고, 관습화된 상태로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 때문이다. 처녀성을 잃은 미혼녀를 '종교'의 이름으로 남자 형제들이 쳐죽인다... 영화관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영화관이 없다 (사우디 아라비아)... 초중고 교과서 내용의 절반 안팎이 "00는 이슬람 율법에 비추어 합당합니까? 아닙니까?" 식의 흑백논리로 판단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으로 애들 머리를 아예 빠가를 낸다...) 그리고 지나치게 위선적이다. 그전에 한번 두바이에 간 적이 있다. 알다시피 여자들은 검은 장옷을 입고 다닌다. 두바이의 백화점은 전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명품전시관"이다. 까르띠에, 불가리, ...이정도는 이름이라도 들어 봤지만, 그 외에 생소한 명품 상점들이 꽉 차있다. 여기...여자들의 속 옷 파는 상점을 보면..정말 눈이 휘둥그레 진다. 빨간 망사로 된 팬티. 브래지어, 거들, 과 같은...정말...뉴욕 토플리스/바탐리스 바에서 스티립쇼 걸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입고 나오면 딱 좋을 것 같은 속옷으로 꽉 차있다.... 검은 장옷 밑에는 그야말로 야사시한 섹시한 속옷으로 중무장되어 있는 것이다. (하기야 남편에게만 보여준다니 할 말은 없지만...) 종교가 생활의 모든 면, 생활의 매순간순간을 규정하는 곳...이것이 이슬람이다. 일찌기 무신론자 철학자 포이에르바하는 그의 명저 '기독교의 본질'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제의 무신론이 내일의 종교가 된다"고. 즉, 모든 위대한 종교는 관습/일상생활에 대한 관대함을 확대해 왔다. 즉 세속의 세계와 종교의 세계를 구분짓고 그 구분을 점점 더 명확하게 해 왔다. 이에 따라 포이에르바하의 말 처럼, "어제에는 反종교적이라고 해석된 주장이 내일에는 종교에 의해 용인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어제의 무신론이 내일의 종교가 된다"는 명언의 뜻이다. 이슬람 최대의 문제는, 종교가 생활의 모든 면을 시시콜콜하게 규정하면서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서 이슬람 문화권이 과연 세계화되는 이 국제 질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비관적 전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비관적 전망이 바로 사무엘 헌팅톤의 "문명의 충돌"의 핵심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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