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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바라는가 /- 핵실험에 부쳐 -[ 정 현 종](조선일보사설)
REPUBLIC OF KOREA 헌변홈피독자 2 318 2006-10-27 16:47:46
음은 헌법을 사랑하는 변호사모임의 홈페이지

http://www.law717.org 의 국내 칼럼 편에 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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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 현 종 시인의 시와 이 시를 보고 쓴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무엇을 바라는가



- 핵실험에 부쳐 -



정 현 종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질렀으니, 묻거니와
정말 바라는가.
사람의 유일한 거쳐요 길인
몸과
마음이
굶주리고 폭행당해
그 비참이
참혹한 지경에 이르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이 손바닥만한 땅에서
핵실험을 해
7천만의 삶의 터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집단이여.
그대들은
자신들이
모든 참담의 원천
모든 불행의 원천
모든 광증(狂症)의 원천
모든 슬픔의 원천이 되는 걸
정말 바라는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 얼굴에 오는 바람이
지옥의 공기
지옥이 바람이기를 바라는가.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먹는 밥이
죽음의 물
죽음의 밥이기를 바라는가.
핵실험한다고
어떤 산 하나를 장사지내니
온갖 생물의 보금자리
물과 공기의 보금자리인
이 땅의 모든 산들이
크고 작은 산천이
흐느끼는 소리 들린다.

이 땅을
지구의 화장터
물의 빈소
공기의 가스실로 만들려는가.

그 어떤 이유도
‘핵실험’은 정당화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 참담함을 이미
알기 때문에.
정말
마비되었는가
사람다움에 대한
나날의 생활에 대한
제정신에 대한
아주 작은 감정마저도
마비되었는가.
단언컨대
그대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그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대들이 성취하는 건
나라의 파멸.
주검들 너머
악취나는 연기 속에
기괴하게 떠오르는
지옥일 것이다.
그대들이 성취하는 건
파블로 네루다가 노래하듯이
‘씨앗과 세포와 화관(花冠)의 죽음
사랑과 심장들과 피의 절멸‘을 걸이다.
지구를 온통 구역질로 가득 채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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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쟁이는 나라에 위기가 오면 말할 책임이 있다” (조선닷컴)


조선닷컴

다음은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사설임.



[사설] “글쟁이는 나라에 위기가 오면 말할 책임이 있다”




重鎭중진 시인 정현종씨가 ‘무엇을 바라는가―핵실험에 부쳐’ 라는 시를 냈다. ‘이 손바닥만한 땅에서/ 핵실험을 해/ 7천만의 삶의 터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집단이여/ 그대들은/ 자신들이/ 모든 참담의 원천/ 모든 불행의 원천/ 모든 狂症광증의 원천/ 모든 슬픔의 원천이 되는 걸/ 정말 바라는가.’ 북한 핵실험에 대해 대다수 문인, 예술가들이 침묵하는 지금, 한반도에 죽음의 재를 드리운 북핵의 反반생명, 反반자연, 非비인간을 질타한 작품이다.

정씨는 대표적 抒情서정시인답지 않게 현실과 북한을 향해 直說的직설적으로 내지른 데 대해 “나라에 위기가 오면 글쟁이에겐 말할 책임이 있다. 시 쓰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는 북한 권력집단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인이란 있을 수 없다.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일은 문학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발언해야 한다”고 했다.


생명을 노래하는 것은 문학의 출발점이자 바탕이며 本分본분이다. 핵무기는 소중한 생명, 아름다운 자연과 兩存양존할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핵실험한다고/ 어떤 산 하나를 장사 지내니… 이 땅을/ 지구의 화장터/ 물의 殯所빈소/ 공기의 가스실로 만들려는가’ 라고 탄식했다.


시인은 무딘 세상을 깨우는 사람이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래서 ‘25시’의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는 “잠수함 속 토끼는 산소가 떨어지면 사람보다 먼저 괴로워하고 죽는다. 문인은 인간 존엄이 무너진 혼탁한 세상에서 ‘잠수함의 토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헤르만 헤세도 “시인은 주변 세계의 양심 상태를 알려 주는 地震計지진계”라고 했다.


정씨는 “이 큰일을 어쩌나 고민하니 詩시가 절로 터지더라” 며 후배 문인들에게 “침묵하지 말라”고 했다. “세상에 어느 左派좌파가 핵을 찬성할 수 있느냐. 북한의 잘못에 대해 아무 말도 않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학적·정치적 입장을 떠나 민족의 삶의 터전을 잿더미로 만들 핵 앞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반대하는 것은 이 땅에서 문학 하는 사람과 예술가, 지식인들이 회피할 수 없는 임무이자 운명이다.


입력 : 2006.10.19 22:47 46' / 수정 : 2006.10.20 11:2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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