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북한사회의 몇가지 단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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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겸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 중에,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은 " 그러나 정말 심각한것은 생존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보니 사람들이 대단히 거칠어지고 윤리도덕이 사라지고 약자를 동정하고 보호해주려는 선한 인성을 거의나 찾아보기 어려워진것입니다. " 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60년대 후반에 한 번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고, 80년대 중후반에 또 한 번 변했다고 기억됩니다. (저는 나이가 좀 있는 편입니다.)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공립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가 한 반에 90명 씩 되었고 심지어 '2부제' '3부제'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교실이 부족해서, 아침반, 오후반으로 난어 하는 것입니다.) 한 반의 아이들 중에 도시락이 없는 아이들이 1/3 쯤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굶은 것이지요. 그게...60년 대 말이 되니까...대충 도시락을 다 먹게 되더군요. 그리고 80년대 중후반이 되니까. 고기(돼지고기, 닭고기)가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취직 걱정'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취직이란 '연줄'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쯤 되니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대등해지고, 사람들이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당당해진 것 같습니다. (참고로, 6월 항쟁....군부독재가 멈추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박은 것...이 1987년입니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 져서 사람들이 거칠어지고 윤리도덕이 무너졌다"라고 쓰신 부분.. 그 말에 숨어있는 비애가 느껴집니다. 속담에 "쌀 독에서 인심 난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면, 삼시 세끼 밥 먹고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상태가 몇 십년 흘러야...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염치'와 '인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지금 남한 일부의 풍조는...너무 지나치게 돈을 밝히는 풍조가 되어가기도 하지만..) 제가 미국에 대해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또한 부러운 만큼,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언제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독립은 1774년인가 되지만, 실은 이미 그 이전에 200 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이플라워가 미국에 도착한게 아마 16세기 였을 겁니다..) 공산주의 사상의 비조인 마르크스 자신이 이야기했듯이, 미국은 '만성적 노동력 부족' 상태였습니다. 항상 어디든지 일감이 있고, 사회가 갑갑하다 느끼면...서부로 튀어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여자들의 인권이 세어졌고, 결혼 상대로 가장 인기 있는 여자 중의 하나가... "아이가 여럿 달린 과부"였습니다. (아이들은 다 '일 손'이니까요..) "풍성한 쌀 독" , "어디든지 존재하는 일 자리", "적응이 힘들면 튀어나갈 수 있는 자유.." .....이게 아마.."행복한 사회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건이 십년, 이십년, 백년 이어지면..사람들에게는 품위, 공정함에 대한 개념, 자존심, 염치, 인심, 너그러움...이런게 보다 많이 생기게 됩니다. 반면...사람이 굶어죽고,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뇌물을 바쳐야 일자리가 생기고, 적응이 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사람들은 거칠어지고, 윤리도덕이 무너집니다... 그래서..북쪽을 생각하면...가슴이 먹먹하고 ...우울해 집니다. 님의 글의 그 구절을 읽으면서...그 속에 담긴 비애를 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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