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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대가 속절없이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REPUBLIC OF KOREA 자겸 5 397 2006-10-29 03:50:59
오늘은 시들어가는 북한의 어린 영혼들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몇 년전 북한에 있을당시 제가 직접 목격했던 일입니다.

출장업무로 청진에가서 일을보고 평양으로 돌아가려고 두만강-평양 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객실에는 여느때처럼 행상을 떠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좌석은 물론 객실한가운데 통로에까지 짐과 사람들이 발디딜틈도 없는 말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까지가 물건인지 구분이 안되는 한마디로 객실전체가 화물로 가득찬 거대한 컨테이너 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청진을 떠난 열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하루만에 가닿은곳이 겨우 함경남도 고원이였습니다.

고원은 함흥에서 얼마 멀지않은 곳입니다.

청진에서 고원까지는 대략 서울에서 전남 광주까지 거리와 비슷할겁니다.

그만한 거리를 하루동안 간것도 90년대말경에 평양-청진 사이를 가는데 네댓새 지어 한주일 걸린때도 있었다는걸 감안한다면 퍼그나 빨리 간셈입니다.

고원역은 내륙선과 동해선이 갈라지는 북한철도의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거기에서 열차의 견인기를 교체하고 중간점검도 합니다.

또 전력공급시스템도 교차되는 곳으로서 견인기 준비정도와 전력공급 상황에 따라 몇시간 지어 하루나 이틀,그 이상도 대책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그런 곳입니다.

역시 그날도 역전에 멎은채 쉬이 떠날 기미가 아니였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10월이 였습니다.

북한에서 10월 중순이면 벌써 마가을의 쌀쌀한 기운이 감돌게 됩니다.

게다가 뼈속까지 스며든다는 차가운 가을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약없는 무료함을 달래려고 역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와서 가보니 애들이 동냥을 구걸하며 여행객들 앞에서 즉석 을 하고 있는것이였습니다.

북한에서 라고 부르는 애들이였습니다.

라는 말은 방랑아나 거지를 뜻하는 러시아의 라는 말을 8.15직후 북한에 진주하였던 옛 소련군 병사들이 사용하면서 생겼다는 설이 있는데 정확한 유래는 알길이 없군요.

얼굴은 먼지와 땀으로 온통 시커멓게 떡칠을 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도무지 가늠이 안가는 건초더미를 방불케 했습니다.

걸치고 있는 옷이라는 것은 넝마조각 이라고 부르는 것이 차라리 나은,그나마 어른들이 입다 버린 것을 주워 입은듯 야윈 체구엔 너무나 헐렁하고 무거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에 제가 기가 막힌 것은 행색이 너무 남루해서가 아니라 애들이 부르는 노래 때문이였습니다.

비바람 창가에 몰아쳐오고 찬서리 내린다해도
귀여운 아이들아 걱정을 말아 아버지가 계신단다
포근한 너의 요람 지켜주신다 ☓☓☓☓ ☓☓☓☓
김정일 장군님은 우리아버지 아 ~ 아버지

마가을 차가운 비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새파랗게 질린 입술로 가냘픈 어깨를 떨며 동심의것 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애절하고 슬프기 짝이없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사와 상황이 너무나도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였습니다.

뼈속까지 얼어드는 찬비에 오돌오돌 떨면서 김정일 장군님은 비바람 찬서리를 다 막아주시고 포근히 감싸안아주시는 어버이 같은 분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동정을 구걸하는 아이....

참말 아이러니를 넘어 충격 그자체가 아닐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객실창문 마다 두드리며

"상해서 먹지못할 음식이 있으면 좀 주세요..."

라고 구걸을 하며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음식이나 끼꺼기를 걷어안고 가는 애들에게서 들은 얘기가 저를 또한번 놀라게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런걸 먹어도 괜찮냐고 묻는 저에게 그애들이 하는 말이

상한 음식을 먹을때에는 물이든 뭐든 목을 추길만한 음료는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후 두세시간 정도 지날때까지 역시 아무리 갈증이 나도 참아야 한다.
그러면 별탈이 없다.

듣고보니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얘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음식이 위장에 들어오면 분비되는 위액은 염산을 포함하고있는 산성물질이어서 소화를 촉진하고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게 됩니다.

만일 음료수를 마시게 되면 위액이 희석되고 PH가 높아져서 항균역할을 못하게 되겠지요.

삶의 지혜나 비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참한 것이여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물한모금 없이 조그만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려가며 그 상한걸 억지로 삼키는 어린것들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한창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때로는 맛있는 먹거리를 놓고 투정도 부려볼법한 철없는 것들이 그런 비법 아닌 비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슬픈 현실입니다.

최근의 조사자료를 보면 남북한 20대미만 청소년들의 평균신장이 무려 15cm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옹근 한세대가 속절없이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핵사태로 인해 국제사회와 한국에서 대북지원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봉쇄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원을 중단하고 봉쇄수위를 높이면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주민들의 삶이 어느지경에까지 이를지가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핵실험까지 하면서 국제질서를 교란하고 대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상대를 예전처럼 대할수는 없다는 주장 또한 반박하기가 어려우니 참 난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부모형제가 북한에 있는 저같은 사람만이 아닌 우리모두가 함께 안타까워하고 고민해봐야 할 현실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언제면 북한의 어린 영혼들도 해맑은 동심으로 즐겁게 노래부르며 뛰놀게 될지 그날이 간절히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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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바우 2006-10-29 10:19:49
    남한에서 나고 자라 40줄이 넘은 저는 어름 짐작은 하겠으나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라...님의 글을 읽으면 어느정도 상상은 갑니다만...답답하고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이 난세의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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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2006-10-30 23:50:53
    김정일을 때려죽여야 해요.
    그래야만 세뇌를 당해서 모든것이 아버지장군님덕분이라고만 생각하는 그런 억지가 깨질것입니다. 지들이 배고파서 다 썩어들어가는 걸 구걸해서 먹으면서도 왜, 누구땜에 자신들이 그렇게 됐는지조차 모르는 우리 북한의 불쌍한 백성들이 참으로 언제면 그 세뇌속에서 깨어나 진정한 사람의 삶을 누릴수 있는지..... 김정일이 죽을 날이 과연 언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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