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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미국달러화 헤게모니의 위기 세계머니전쟁이 시작되다
Korea, Republic o ... 1 302 2007-01-31 00:46:39
미국이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석유수출 결제대금의 달러화 환원이다. 흔히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는 석유에 대한 지배권도 확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미국의 조치를 좀더 깊이 살펴보면 보다 근본적인 숨은 배경이 있다. 바로 달러화의 헤게모니(hegemony:지배권)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00년 11월 6일 “앞으로 이라크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미국의 급소를 건드린 것이다 후세인의 발표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과 인도네시아 등이 동조할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매일 중동에서 200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수입하는데 대금 결제는 달러화로만 해왔다.

만약 석유 수입대금 결제를 유로화로 한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 동안 ‘쌍둥이 적자’를 달러화를 발행, 보충해 왔는데 후세인의 선언은 미국에 강력한 도전이었다.


실제로 후세인은 2001년부터 석유 결제대금을 유로화로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라크는 유엔의 제재로 석유 수출물량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세계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엔의 대 이라크 제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폐지될 예정이었다. 유엔의 제재가 풀리면 이라크의 석유 수출은 대폭 확대되고, 유로화로 결제되는 대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OPEC 회원국 중 일부가 이라크에 동조한다면 자칫하면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미국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OPEC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석유결제 대금을 달러화로만 사용하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협약을 맺었다. 석유는 세계 최대 교역품목이며 각국은 석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각국은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 항상 달러화를 비축해야만 한다. 만약 OPEC이 석유결제 수단을 유로화로 바꾸면 석유 수입국은 달러를 팔고 유로화를 사들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달러화의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로 표시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미국의 자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달러 기축 통화제도’다.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이며 국제결제통화여서 미국이 채무변제를 위해 다량의 적자채권(달러화)을 남발해도 세계 각국이 외환 보유고를 채워놓기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는 셈이다. “미국의 대외채무는 모두 세계 각국이 지불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만약 달러화 기축제도가 무너진다면 대외채무 초과로 미국은 즉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달러화를 붕괴시키는 데 앞장선 후세인을 제거한 것이다.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도 이라크처럼 미국의 달러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5월 5일 “오는 7월부터 이란은 원유와 가스 수출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로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란 석유부는 지난해부터 거론되어 왔던 석유거래소(IBO)의 설립 등록을 승인했다. 이란 석유거래소는 남부 자유무역지대인 키시섬에 개설될 예정이다. 이란 석유부는 “석유거래소를 열면 유로화 결제는 우선 석유화학제품에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원유와 가스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석유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곳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뿐이다. 미국 등 서방은 석유가 선물거래로 이루어지는 이 두 곳을 통해 국제석유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와 북해산 브렌트유가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동권과 싱가포르에서 현물로 거래되는 두바이유도 모두 달러화로 값이 정해지고 거래된다. 이란이 국제석유거래소를 개설한다면 미국 등 서방이 독점하고 있는 국제석유시장의 질서가 깨질 수 있다. 이란은 “NYMEX나 IPE 등 특정 시장이나 거래소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원유를 달러화로 거래하도록 통제함으로써 각국의 중앙은행은 원유를 구입하기 위해 달러화를 대량 비축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로 유지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란은 이번 석유거래소 설립을 통해 중동국가들과 OPEC 회원국들을 결집시키고 나름대로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의 기준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나 북해산 브렌트유가 아닌 페르시아산 걸프유로 삼을 작정이다. 이란의 이런 의도가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란의 석유 매장량은 1320억배럴(세계 매장량의 11.5%)로 사우디아라비아(2627억 배럴·점유율 22.9%)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란은 또 ‘제2의 중동’이라고 불리는 카스피해 지역에서의 지분도 20% 정도 차지하고 있다. 이란은 1일 39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데다 연간 130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향후 20년 내 국제 석유시장은 사우디, 이란 등 페르시아 걸프만 지역 5개국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매장량 1조배럴 중 이란, 사우디,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 걸프만 지역 5개국의 매장량이 70%인 7000억배럴에 달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석유수요 규모는 하루 8000만배럴 수준인데 20년 후에는 하루 1억2000만배럴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르시아 걸프만 지역 5개국을 제외한 여타 OPEC회원국들은 2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주요 산유국의 지위를 누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 점을 노리고 석유거래소를 개설하려는 것이다. 올 들어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중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시리아도 지난 3월 원유 거래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꿨다.




이란과 반미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지난 5월 16일 영국의 채널4 TV와의 인터뷰에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흥미로운 제안에 호응해 석유 대금 결제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5위의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가 대금 결제를 유로화로 책정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달러 대신 유로를 통한 원유 거래가 늘어나 달러가치 폭락과 미국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러시아도 달러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크렘린궁에서 가진 연례 국정연설에서 “루블화로만 거래되는 석유 및 천연가스 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통해 루블화가 더욱 보편적인 세계 통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7월까지 루블화의 완전 태환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대통령 경제특보는 “루블화를 통한 거래는 루블화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 계획은 달러화의 의존도를 줄이고 루블화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제2위의 원유수출국인 러시아는 고유가 덕분에 제4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국이 보유한 외환에서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를 늘리고 있다. 특히 천덕꾸러기였던 루블화를 이번 기회에 국제 외환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화폐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 러시아의 의도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초 화폐개혁으로 러시아인들은 루블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러시아 국민은 또 1998년 IMF 위기로 러시아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예금한 돈을 모두 날린 적도 있다. 때문에 러시아인은 루블화로 거래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차제에 이런 현상도 없애고 자국 화폐의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구상이다. 특히 석유 및 가스거래소를 설치해 루블화로만 결제할 경우, 현재 자국과 거리를 두려는 구 소련 공화국들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속셈이다.




미국의 달러 헤게모니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뭐니뭐니 해도 중국이다. 중국의 위안(元)화는 이미 홍콩, 대만, 북한, 몽골은 물론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에서도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가 머지않아 일본의 엔화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몽골의 경우 화폐거래의 60%가 위안화이며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주요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달러화보다 많이 거래된다. 북한에서도 위안화는 가장 많이 통용되는 외화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라오스와 미얀마에서도 위안화는 가장 인기가 높은 통화이며 대만,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도 위안화 거래는 활발하다. 홍콩에서 위안화는 홍콩달러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다. 홍콩에 진출해 있는 중국 본토 은행들은 위안화로 결제되는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위안화는 화교가 많고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은 물론 호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로 여행하는 중국인 중 출국 전 위안화를 달러나 여행 목적지의 통화로 환전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위안화는 국제사회에서 하찮은 통화였으며 심지어 외국 은행에서는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조차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위안화를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의 공통 통화로 유통시킨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앞으로 위안화를 ‘제4의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속셈이다. 중국의 경제대국 전략의 핵심은 ‘대중화(大中華: The Greater China)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좁은 의미로 대중화 경제권은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을 지칭하며, 넓은 의미로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과 아세안을 묶는 개념이다. 이런 전략의 수단은 바로 위안화를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아세안 회원국과의 교역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위안화의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전체 교역량의 40%는 역내무역이고 지난해 교역 증가 규모의 40%는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다. 역내 무역이 늘어나고 여행객이 증가하고 중국 경제가 연간 8~10% 고성장을 하면서 위안화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이 2010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위안화는 더욱 강력한 통화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위안화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엔화를 능가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전 세계는 몰라도 적어도 아시아의 화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 된 것도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2월 말 8537억달러를 기록, 일본(8501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 추세라면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 및 기업인수 시장, 원자재 시장 등에서의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고 중 60%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25%는 유로, 15%는 엔화, 나머지 5%는 기타 통화로 구성하고 있다.




중국은 외환 보유고 중 약 30%에 해당하는 2476억달러(지난해 10월 말 기준)를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國債)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이 위안화의 추가 평가절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도 불구, 중국이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일부 매각할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이라는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수도 있다”는 위용딩(余永定) 런민(人民)은행 통화정책위원의 말 한마디는 세계금융시장을 한바탕 뒤흔들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일본의 미국 국채 투자액은 7000억달러로 중국보다 훨씬 많지만, 일본과 밀접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중국은 현재 외환보유고 중 달러화의 비중을 낮추면서 유로화와 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제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달러 헤게모니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성에 도전하는 중국의 위안화, 중동과 러시아의 오일머니 위세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들이 벌이는 머니게임(money game)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풍부한 외환보유고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유대인과 버금가는 상술을 자랑한다는 화교들이 중국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이슬람 수장(首長)의 이름을 따 ‘셰이크 달러’라고도 부르는 오일머니도 고유가 시대를 맞아 국제 자본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역시 아라비아 상인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중동산유국이 향후 2년간 세계에 걸쳐 사들일 주식, 채권, 부동산 규모는 줄잡아 총 36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러시아도 석유와 가스를 앞세워 국가 재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달러의 위상 약화로 각국은 장기적으로 달러 위주의 외환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른 것은 그 동안 군사력과 달러화의 힘이었다. 미국의 중요한 패권 전략 중 하나는 달러화를 관리하고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핵 개발을 이유로 이란을 옥죄는 것도 유가를 통한 중국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중국이 이란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지경학적(地經學的, geo-economic) 다툼이다. ‘황금을 가진 자가 룰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국제자본 시장에서 어떤 머니가 황금이 되느냐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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