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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탈북민 1호 사업가…“성공적 南정착위해 노력”
데일리NK 2016-02-01 16:02:17 원문보기 관리자 854 2016-02-11 09:41:47

“대학교 2학년 때 동서독 사람들이 통일 후에 어떻게 어울리는지 보고 싶어서 독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푸드트럭’을 발견했다. 거기서 파는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푸드트럭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제2의 정주영’을 꿈꾸는 탈북청년 박영호(27) 청년상회 대표의 ‘음식을 통해 행복을 팔겠다는 구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입국한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탈북민이다.



▲박영호 청년상회 대표. /사진=데일리NK

독일에 다녀온 이후 박 대표는 푸드트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가 강해 바로 꿈을 실현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현대차그룹, 마사회 공동 주최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관련 공모가 나오자, 바로 지원을 했다. 운도 좋았지만 그동안 준비했던 게 결실을 맺어 최근 최종합격자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박 대표는 지난달 15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에서 푸드트럭 개업식을 갖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최근 이뤄진 데일리NK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의 답변은 힘이 넘쳤다. 그는 “연일 이어진 장사에 손발이 꽁꽁 얼었지만 너무 좋다. 하고 싶은 일이 실현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소비자들에게 ‘젊음’과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 푸드트럭의 상호를 ‘청년상회’로 결정했다”며 “아직까진 이런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굴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푸드트럭’을 창업할 수 있었다는 박 대표는 앞으로 그 고마움을 갚아가면서 살겠다는 다짐도 했다.

박 대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은 서러운 것”이라며 “지치지 않게 따뜻한 말을 건네줬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 같은 날이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법화된 푸드트럭 사업을 하는 탈북민 1호 사업자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자신의 성공 사례를 통해 푸드트럭 사업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박 대표는 “존경하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님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가가 되고 싶다”면서 “응원해 준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탈북민 푸드트럭 기프트카 지원 사업은 탈북민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원자 중 사업 계획의 충실성, 창업의지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박 대표와 김경빈 씨가 최종 선정됐다.

[다음은 박영호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우선 ‘푸드트럭 사업’ 대상자로 선정 된 것을 축하한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감은?

“네. 이번에 ‘탈북민 푸드트럭’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박영호(27)라고 합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입니다, 한국에는 2002년도에 왔습니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이구요. 마지막 학기를 남겨 둔 상황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푸드트럭 사업을 준비하려고 6개월간 휴학했고, 올해 3월에 복학 예정입니다. 푸드트럭은 매주 금요일서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운영되기 때문에 제가 학교에 복학한다고 해도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 제공할 테니까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

-푸드트럭 제도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푸드트럭’, 쉽게 말하면 차에서 음식을 판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운이 좋게도, 이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통일부-한국마사회-현대자동차그룹이 ‘탈북민 맞춤형 소자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참여자 모집을 했는데,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선발됐습니다.”

-세 기관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한국마사회가 차량개조비용, 영업장소제공, 컨설팅비용을 부담했고, 현대차그룹은 차량(기프티카 사업의 일환)을 제공 및 창업비용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또 남북하나재단은 사업관련해서 전반적인 도움을 주셨고 특히 창업교육은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에서 컨설팅을 포함해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이 분들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초기 자본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원래부터 창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지?
 
“‘푸드트럭’이란 아이템은 남북하나재단에서 공모가 나오기 전부터 준비하던 사업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관련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었습니다. 대학교 때 독일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통일 후 동서독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보고 싶어서요. 당시 ‘푸드트럭’을 보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먹고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 받았어요. 그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걱정이 없어 보였거든요. 저도 ‘행복’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먹고 마시는 것, 그게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왠지 ‘자유’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자유’라고 할 수 있어요. 스스로도 ‘자유’라고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데 ‘푸드트럭’은 그런 면에서도 맞을 거 같았습니다. ‘자유’라고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독일 다녀와서 푸드트럭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때는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가 강해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규제가 하나씩 풀려갔고,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푸드트럭 공모가 나와서 선정될 수 있었던 거죠.”
 
-상호인 ‘청년상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재밌으면서도 의미있는 상호를 만들고 싶었어요. ‘청년’을 통해서 ‘젊음’을 강조하고 싶기도 했고, ‘상회’라는 단어에 친숙한 어르신들을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음식과 함께 젊음도 공유하고 싶다는 게 목표였어요. 이런 것을 통해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꼈으면 했죠. 하지만 아직까진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기분은 어떤가?

“1월 15일 오픈식을 했으니, 벌써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우선 힘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겨울이라서 그런지 손발이 완전 꽁꽁 얼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아요.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또 본인의 사업장이니까. 예전에 회사에서도 잠깐 일해 봤고, 공사장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많은 일을 해봤어요. 그때보다 몸은 힘들지 몰라도 지금이 훨씬 좋아요. 스트레스도 덜 받고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생각지 않았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제가 원래 약간 무모한 편입니다. 일단 벌려놓고 시작하는 타입이죠. 다른 사장님들은 원가를 고려하고 일종의 매뉴얼대로 경영을 하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일단 시도해 보고나서 하나씩 적응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런 과정입니다.”

-사업의 핵심은 수익성이다. 앞으로 수익을 극대화 위한 전략이 있는지?

현재 메뉴가 5가지인데, 3가지 정도로 줄여보려고 합니다. 빨리 만들어서 고객들께 제공할 수 있는 음식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또한 식자재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에요. 돈도 중요하지만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을 팔겠다는 제 뜻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청년상회’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더 할 것이구요. 물론 고객에게 친절로 다가가는 것은 변하지 않는 최우선의 경영 방침입니다.

-한국에서 사장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생각날 거 같은데?
 
“먼저 주변에 좋은 친구, 좋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무척 외향적인 편입니다. 그래서 일단 부딪히고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공부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빨리 적응하고 어떻게 하면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낼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 제 주변에 생겼고, 오늘 같이 좋은 일이 있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정착 과정에서 서운한 점은 있었나?

“많았습니다. ‘서러웠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친구랑 싸운 적이 있었어요. 시시비비를 떠나서 그 친구는 부모님이 오셔서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저는 누가 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 게 참 서러웠습니다.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서러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체감했죠.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친구들한테는 함경북도 무산에서 왔다고 애기합니다. 다들 어디가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고향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탈북민 보다는 고향이 ‘함경북도 무산’인 청년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고마움을 갚아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또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회를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것, 거창한 것 같지만 그게 현재 목표입니다.
 
우선, 지금 하고 있는 푸드트럭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합법화된 푸드트럭 사업을 하는 탈북민 1호 사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푸드트럭 성공 사례를 통해, 푸드트럭이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정착하기 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던 만큼 그 혜택을 돌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남북한 청년들을 같은 비율로 고용해서 그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 청년 10명, 탈북 청년 10명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또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님도 그렇게 나눔을 실천하셨잖아요. 회장님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분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절 응원해 준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 지난달 15일 경기도서 열린 탈북민 '푸드트럽 창업지원' 개업식에서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이사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박영호 대표, 홍용표 통일부 장관, 탈북민 김경빈 대표,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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