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현장 방문도 ‘인민애 선전’ 극적 효과 노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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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북한 함경도를 강타한 홍수 피해가 ‘50여 년 만의 대재앙’이라 평가될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은 수해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전당, 전민, 전군이 수해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인민애 선전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수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민들 고통은 나몰라라하고 있는 셈이다. 민심 동요를 염두에 둔 듯 5차 핵실험 이후엔 줄곧 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과 보건산소공장, 강원도 고산과수종합농장 등을 방문하며 이른바 ‘민생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수라장이 된 수해 현장에 방문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수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수해 복구는커녕 5차 핵실험에 주력했다는 데 불만이 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NK 소식통들도 주민들이 ‘우리는 실의에 빠져 있는데 당국의 핵 놀음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등의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고 알려온 바 있다. (▶관련기사 : 김정은 “주민·돌격대·군인 10만명 수해 복구에 동원” 지시) 특히 북한 유엔대표부가 미국의 대북 지원 단체들에 이메일을 보내 긴급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당국을 두고 ‘고립을 자처한다’ ‘이런 상황에 누가 도움을 주겠냐’는 등의 비난도 대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내부 결속에 실패한 김정은이 민생 행보 차원에서 수해 지역을 현지 시찰할 지 관심이 쏠린다. 집권 이후 공포정치와 인민애 선전을 병행하며 체제 유지를 해오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 이번에도 함경도 수해 지역을 방문할 가능성이 낮지는 않아 보인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19일 데일리NK에 “지난 번 나선시 수해 당시에도 김정은은 보름이 훌쩍 지나서야 현지 시찰을 했다. 어느 정도 복구가 이뤄진 후에야 방문한 것”이라면서 “복구 작업에 진전이 없는 지금은 수해 지역이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굳이 그런 곳에 지금부터 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심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방문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처럼 최고지도자의 방문만으로 주민들에게 위로를 건네기에는 5차 핵실험과 생활고 등으로 민심이 지나치게 격앙돼 있다는 관측에서다. 김광인 코리아연대 소장은 “막상 김정은이 수해 지역에 가게 되면 복구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물자라도 제공해야 할 텐데, 괜히 가서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면 (민심 이반 등) 역효과만 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본인이 처참한 수해 현장에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낼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어, 일정 정도 복구가 이뤄진 후에야 방문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나선 수해 당시에도 김정은은 복구 작업이 진전된 후 현장을 방문, 대내외 매체에 인민애와 함께 ‘자강력 극복’ 등을 선전한 바 있다. 한 고위 탈북민은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곳은 빠짐없이 찾아가 격려해놓고 정작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곳에는 발을 딛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핵개발에 집착하느라 주민들의 삶을 돌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면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래놓고 ‘자애로운 어버이 지도자’라고 우상화하는 것은 명백한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원수님(김정은)의 숭고한 인민의 사랑의 뜻이 새겨져 있는 당중앙위원회 호소문에 무한히 고무된 인민군 장병들과 돌격대원들, 건설자들이 낮에 밤을 이어 치열한 백열전을 벌리며 복구 성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선전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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