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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청진 출신 청년 “프리허그로 ‘마음의 통일’ 이뤄요”
데일리NK 2016-11-11 10:52:25 원문보기 관리자 1066 2016-11-16 15:13:10



▲탈북 청년 허준 씨가 9일 인사동에서 프리 허그(Free Hu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혜진 데일리NK 인턴기자

“저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9일 서울시 인사동 쌈지길 앞에서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탈북청년이 등장했다. 북한 청진 출신 허준(25) 씨다. 그는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프리 허그(Free Hu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허 씨는 “나중에 통일이 돼서 국민들이 북한 주민 2500만 명을 만나게 될 텐데, 먼저 온 3만 명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안아보면서 ‘마음의 통일’을 미리 이뤄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번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피켓을 들고 서자, 함경북도 청진이라는 문구를 본 시민들은 “북한에서 왔다는데?” “탈북한 건가”라고 말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또한 호기심을 갖고 멀리서 지켜보거나, 연신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다가가지는 못했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한 할머니가 다가와 드디어 첫 포옹을 했다. 그러자 근처에서 망설이던 젊은 연인들도 냉큼 다가왔다. 그 후로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던 어린이, 학생들, 청년, 아주머니, 외국인들까지. 추위에 떨며 서있는 그에게 몇몇 시민들은 커피와 따뜻한 붕어빵을 건네주기도 했다.

허 씨는 “캠페인을 진행하다보면 그냥 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감사한 분들도 정말 많다”면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는 응원을 해주시는데, 이렇게 보내주는 응원의 말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 하주(28) 씨는 “피켓에 적힌 함경북도 청진이라는 말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문구를 보고 다가갔다”면서 “특별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보다는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 씨는 이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 신현빈(20) 씨도 “(피켓을 보고) 함경북도 청진에서 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 면에서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9일 서울시 인사동에서 진행된 프리허그 캠페인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 /사진=김혜진 데일리NK 인턴기자

데일리NK는 피켓을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선 허 씨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탈북청년 허준 씨 인터뷰 전문]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이고, 한국에 온 지는 5년 됐다.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다. 통일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프리 허그 캠페인은 몇 번째인가?

8월에 처음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이 네 번째다. 한 달에 한 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신촌 광장이나 인사동에서 주로 했다.

-참신한 활동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많은 국민들이 통일에 관심은 있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미흡해 보였다. 특히 마음의 준비가 돼야 통일이 됐을 때도 순조롭게 살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이 가장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먼저 온 통일’인 내가 나서서 작은 통일준비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민들이 북한 주민 2500만 명과 만나기 전에 먼저 온 3만 명과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안아보면서 잠깐이나마 소담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했을 때에도 캠페인을 진행했었나?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주변지인이나 군대에 간 동기 등 사람들을 대할 때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었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탈북민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5차 핵실험 후에 두 번째 캠페인 때 ‘미안하다’는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뭐가 미안하냐” “너의 잘못이 아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렇지만 아직 북한정권과 탈북민을 같이 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피켓에 적은 “저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같은 한반도 영토에 있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사람이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캠페인을 하면서 한 시민이 “함경북도면 그냥 북한사람인 거잖아”라고 말씀을 하셨다. 이처럼 많은 분들에게는 여전히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피켓을 함경북도가 고향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라봐달라는 뜻으로 이렇게 적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 대체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다양한 반응이다. 대부분은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힘내라’는 응원 등을 해주신다. 또 어떤 분들은 진짜 북한에서 왔냐고 재차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다. 이렇게 보내주는 응원의 말들 하나하나가 탈북민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3만 명의 탈북민들이 그렇게 응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추석을 앞두고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한 아주머니께서 추석에 뭐하냐고 물어보시고는 나중에 빵을 잔뜩 사서 갖다 주셨다. 또 어떤 할머니께서는 돈을 봉투에 넣어서 ‘용돈’이라고 주시기도 했다. 그땐 정말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 마음이 찡했다. 이외에도 음료나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얼굴을 드러내면서 프리 허그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힘들지는 않았나?

항상 처음 피켓을 들기 시작한 10분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것은 확실히 느껴진다. 또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많이 안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든다. 몇 번 해봐서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피켓을 들을 때마다 떨리고 긴장이 된다.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같이 캠페인을 하려는 사람들은 없었나?

옆에서 응원은 많이 해주지만 동참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북한에 가족이 있어서거나, 또 얼굴을 드러내는 부분이 조심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이런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들도 조금씩 자신을 밝힐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다못해 모임이나 학교에서 내 고향을 속이지 않고, 당당히 소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에게 통일은 어떤 의미인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크다. 또한 남북이 서로 오갈 수 있는 것, 명절에 고향에 가볼 수 있고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데에도 의미가 클 것 같다. 일단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만난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않나. 지금 당장은 그 소망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외에도 통일 준비 관련한 다른 활동을 하고 있나?

통일준비를 혼자만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통일해듀오’라는 NPO단체(비정부기구)를 만들었다. 매주 다양한 주제로 남북 청년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면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작은 통일을 이루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갖길 바라나?

통일 주체인 남북청년들이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공유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남한출신 청년들은 정치적인 문제와 더불어 사회통합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통일은 우리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북한출신 청년들은 좀 더 앞으로 나왔으면 한다. 이들은 소극적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다. 물론 이해는 되지만 스스로 사회 안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면 통일이 좀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남북 사이를 막고 있는 벽을 조금씩 낮출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정치외교학 전공을 계속 살려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또한 북한인권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 북한을 좀 더 연구하거나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고 싶기도 하다. 진로를 분명하게 정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통일관련 일을 하고 싶다. 이런 부분이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정진하겠다.

김혜진 인턴기자(한림대 사회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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