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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사상검열 없는 南촛불집회, 민주주의 체험장”
데일리NK 2016-11-20 17:09:19 원문보기 관리자 545 2016-12-06 12:09:16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사진=연합

“원래 한국에서 살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말로만 듣던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에선 시위는 생각할 수도 없고, 걸리면 일가족이 연좌제에 걸려 처벌받습니다. 심지어 최고지도자에 대한 시위라니,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 탈북민 양 모 씨(2014년 탈북, 평안도 출신)

19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주최 측 추산 60만 명, 경찰 추산 17만 명 참가)은 탈북민들에게 그 자체로 살아있는 민주주의 학습장이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표출되는 내용은 다소 상이했지만, 타인에 의한 검열 없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최근 하나원을 퇴소한 탈북민들에게 이날 집회는 더욱 생생한 체험장이 됐다. 그들은 하나원에서 글로만 배웠던 민주주의, 또 먼저 정착한 탈북민으로부터 들었던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고 한다.

하나원을 퇴소한 지 약 6개월된 최유신(가명·37) 씨에겐 촛불집회 현장은 특별한 광경이었다. 현재 공장 등에서 재단 일을 하고 있다는 최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친한 친구들끼리는 김정은을 뚱보 등으로 부르면서 욕하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향해 국민들이 이렇게 ‘하야’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과 광경 자체가 무척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난 12일에도 꼭 나와 보고 싶었다. 그런데 ‘누가 잡아가면 어떻하지’ 싶어 못 나왔다. 또 혹시라도 사진이 찍혀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칠까 겁났다”면서 “(그럼에도 집회에 참석한 결과)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최고지도자라도 잘못하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과, 또 나라의 진짜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와 함께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강유라(가명·34) 씨도 “한국에 입국한 이후 어제(19일)가 가장 놀라운 날이었다”면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 열정이 놀라웠다. 진정으로 이런 마음을 이해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선배 탈북민들 역시, 정착 당시 한국의 시위·집회 문화를 이해하긴 어려웠다고 한다. 북한은 헌법을 통해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절대로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 가까이 된 김필주(31)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집회나 시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정부에 반하는 행동인데, 이런 것을 가만히 두는 것이 민주주의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북한에서 시위 등이 적발되면 그 자체로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지도자가 잘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이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속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탈북 작가 장해성(71) 씨는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했던 순간, 북한에서 집회, 시위 등은 일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면서 “태생적으로 역동성 자체가 상실된 곳이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장 씨는 “북한 내부에서 이런 집회·시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지도부가 앞장서서 그 싹을 잘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서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대형 태극기를 옆으로 넘기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포함 30여 개 보수단체가 주최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행사(주최측 추산 7만 명, 경찰 추산 2만 4000명)에 참석한 탈북민도 있다.

고위 군관 출신 탈북민 함규호(가명·67) 씨는 ‘촛불 집회 현장을 누가 제일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결국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당국에게는 제일가는 호재”라고 지적, “지금 북한은 난수방송,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대한민국 내 종북세력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 씨는 이어 “대통령이 잘못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법질서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하야한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되겠는가. 거기에 대한 충분한 대안도 없는 야당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앞세워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 군관으로 오랜 세월 근무했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정치 상황과 별개로, 각종 도발 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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