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수령책임론 꺼낸 김정은, 신격화 붕괴 자초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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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2017년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했다”면서 이례적으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수령’이라는 신격화 대신 주민들 눈높이에 맞춘 ‘애민지도자’ 이미지 구축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듭된 공포정치와 민생악화 등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김정은은 1일 오후 12시 30분(평양시 12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신년사 말미에서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 “자책 속 한해를 보냈다”는 파격적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비롯한 공개적인 발표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을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정은은 2013년 첫 육성 신년사에 나선 후 줄곧 대중을 향해 ‘~을 해야 한다’는 식의 과업 제시에 신년사를 할애해왔기 때문. 특히 자책과 함께 대중을 향해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도 그간 최고지도자를 ‘수령’으로 신격화해 온 북한식 우상화 기법에서 상당히 벗어난 행태다. 전문가들은 민생악화와 대외관계 파탄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자, 김정은이 내부 결속을 위해 유례없는 ‘자책’까지 내놓으며 인민애 선전에 나선 것이라 진단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수령 절대주의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만큼 본인은 이제까지 늘 인민을 끌어안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미안하다는 뜻을 선전하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자책’이니 ‘능력이 따라서지 못했다’느니 하는 표현은 과거 북한 신년사에서는 결코 보지 못한 것”이라면서 “다만 이 역시도 선전선동의 일환이자 이미지 정치인 셈이다. 자신이 ‘지도자’로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례적으로 ‘자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민심이 상당히 이반됐다는 방증이다. 내정과 경제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실제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미안해하며 자책을 한다고 해석하기 보다는, 이반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이 현실에 눈을 뜨게 되면서 더 이상 경제난과 대외관계 파탄 등의 원인을 외세에 전가하지 못하자, 김정은이 자세를 낮춤으로써 민심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이제까지 북한은 뭐든 잘못되면 미국 책임으로 돌리고 제재와 압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해왔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일종의 ‘수령 책임론’을 들고 나온 셈인데, 결국 미국이나 남한 책임론을 이야기해봤자 민중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걸 김정은 본인도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신년사에서 자책까지 하며 시도한 인민애 선전이 실제 북한 주민들의 충성 고취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고지도자가 인민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겠다는 ‘보여주기 쇼’가 오히려 북한 실체에 눈을 뜨기 시작한 주민들에게 ‘수령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원장은 “김정은도 신년사 전에 이 발언이 자신의 권위 훼손으로 갈 것인가, 혹은 주민들의 지지 상승으로 갈 것인가 지속 살폈을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이 현재 완전히 폐쇄된 곳도 아니고 외부 정보도 많이 들어가고 있지 않나. 더 이상 거짓말로 회유하고 호소하는 게 먹혀들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에서 시장화 진전을 통해 이미 최고지도자 신격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김정은이 6년차를 맞아 ‘머리도 숙일 줄 아는 통큰 지도자’라는 우상화 선전을 강화하겠지만, 이미 머리가 커진 주민들에게 제대로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때문에 인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을 보인 이후에 인민들을 더욱 억압하고 통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이렇게 거꾸로 읽는 게 북한 신년사를 제대로 읽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배민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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