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화 ‘고주몽’ 통해 평화공세·김정은 우상화 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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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터넷 매체 메아리는 23일 “요즘 TV로 방영되는 새로 나온 다부작 역사만화 ‘고주몽’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소개하며 “한 몸 다 바쳐서라도 동족분열의 비극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단군조선의 넋을 이어가려는 해모수의 심장의 웨침(외침)은 다름 아닌 지금 이 시각 우리 겨레의 심장 마다에 끓고 있는 불같은 통일 의지와 너무나도 닮아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면서 해모수가 유화의 아버지를 찾아가 “하나의 피줄(핏줄)을 이은 동족일진데 형제를 찌르는 검이 아니라 마땅히 외적의 목을 베는 검이 되게 해주옵소서”라고 말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또한 매체는 “민족분열과 동족대결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하루빨리 끝장내기를 열렬히 기원하는 북과 남, 해외의 우리 겨레 누구나 꼭 보아야 할 좋은 영화”라며 “애국애족의 더운 피를 끓게 하여주는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누구나 최고의 애국인 조국 통일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10부작인 ‘고주몽’은 북한의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이 새해 들어 TV방송으로 선보이고 있는 신작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고주몽’ 방영 의도와 관련해 과거 고구려의 역사적 상황과 최근 한반도 상황을 대비해 이를 ‘통일전선’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한 고구려 역사를 강조하는 것이 한반도의 정통성이 남쪽보다 북쪽에 있음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구려가 한반도 북부 지역과 중국 둥베이(東北) 지역을 무대로 발전한 고대국가임을 감안했을 때 고구려의 역사를 계승한 곳이 ‘남한’보다 ‘북한’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고구려’는 북한 당국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될 있다는 분석이다. 외세의 침략을 극복하며 자주국가의 위상을 떨쳤던 고구려의 역사가 지금 북한이 ‘선전’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적절한 소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은 과거부터 고구려 역사를 강조해 왔다”면서 “애국심, 민족주의 고취는 물론 전쟁이 나오는 영상물은 외세의 침략에 반대하고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정신을 강조하는 것인데 현 상황과 오버랩(Overlap) 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역시 “북한은 ‘고주몽’을 포함한 다른 작품에서도 고구려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면서 “북쪽이 역사 정통성이 있다는 배경을 강조하기 위한 일환으로 ‘고주몽’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구려 역사와 고주몽에 대한 강조가 김정은 우상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강성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강조하고 ‘주몽’의 업적을 선전하는 것이 ‘자강력’ 강조를 통해 대북제재를 이겨내겠다는 김정은의 모습을 투영시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냐”면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선전한다는 점에서 우상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만화영화’를 선전 및 우상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20세기 북한예술문화사전’(북한대학원대학교 제작, 북한 예술문화에 대한 개념·이론 등 정보를 갖춘 인터넷 사전)에 따르면 ‘고주몽’을 제작한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는, 2013년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로 개칭됐다. 북한 당국이 애니메이션 시청 대상을 ‘아동’에서 ‘성인’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현 연구위원은 “북한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화영화를 제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 애니메이션은 아동을 대상으로만 제작돼왔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봤을 때 (북한 당국이)성인들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겸임교수는 “성인용 만화영화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다”면서도 “김정은이 과학과 교육을 중시 여기고 새 세대를 포용(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앞으로 만화영화 제작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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