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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처럼 죽지 않으려면…” 사적비 건립 나서는 北간부들



지난해 4월 28일 북한 매체에 공개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삼부자 현지지도 사적비. 사적비엔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처럼 ‘백두산절세위인’이라고 칭하는 내용이 삽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최근 김정은에 대한 사적비 건립을 주민 및 군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진행되는 ‘백두산 위인칭송대회’ ‘선구자대회’에 발맞춰 김정은 현지지도 방문지를 ‘사적’으로 선전하면서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김정은)현지지도를 받은 단위는 시찰이 끝나자마자 첫 번째 안건으로 사적비 건립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돌입하고 있다”면서 “이전엔 현지지도 당시 해당 단위에 내준 과업수행이 먼저였는데 사적비 건립이 우선으로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강원도의 한 소식통도 14일 “요즘 군에서는 최고사령관(김정은) 현지지도와 관련한 사적비 건설과 관련한 것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부대의 병실과 식당에 전기공급은 못해도 사적비에는 태양열광판을 설치해 밤에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관련 사적비 건립은 북한 전역 곳곳에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여기서 사적비란 김정은 일가의 혁명 사적지에 걸립되는 기념비로, 북한 당국은 현지지도 이후 햇볕이 잘 드는 등 최적의 장소에 표식비나 사적비를 세우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적비를 최고로 좋은 자리에 하지 않으면 장성택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는 정황도 포착된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2013년 말 장성택 처형을 결정할 당시 판결문을 통해 장(張)이 김정은 일가의 현지지도 사적비와 모자이크 작품을 세우는 사업에 방해를 줬으며, 김정은 친필서한을 군부대에 세우는 것을 반대하다 못해 구석진 곳에 건립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식통은 “최근 간부들 속에서는 ‘장(張)처럼 죽지 않으려면 사적비 건립을 무조건 최우선으로’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면서 “부대 지휘관들은 사적비 건립에 과도한 열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진심으로 충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장처럼 반동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군대 내에서는 자금 마련을 위해 ‘휴가’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사적비 건립에 필요한 자재마련을 해오겠다는 병사에게 우선적으로 휴가를 줘 고향에 보내기도 한다”면서 “이에 따라 일부 병사들은 부모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양열판을 구해오겠다며 집에 갈 구실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시적 충성 유도 방식은 진정한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 많다. 강요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우상화물 건립은 오히려 ‘당과 대중은 일심동체, 혼연일체’의 모순을 부각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식통은 “군 간부들도 어쩔 수 없이 군인들에게 자재 마련을 강요할 수밖에 없고,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해당 부모들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면서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장성택처럼 죽지 않으려면 충성을 보여야 되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디서 충성심이 나오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간부들의 가짜 충성에 일반 주민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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