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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내려갈 때 눈물도 흘러내렸다
동지회 629 2006-04-03 12:07:35

◇요덕스토리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정성산(오른쪽에서 두 번째) 감독과 배우들이 손을 잡고 흐느끼며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요덕스토리 폐막… 무대도 객석도 감격 물결
20여일간 2만2000명 관람
18일 성남서 앙코르 공연

붉은 무대막이 천천히 내려갔다. 커튼이 발끝을 덮을 때까지, 배우들은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관객들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해냈어요!”

커튼 뒤에서 배우들은 서로 감싸 안았다. 순식간에 30여 스태프들이 몰려와 정성산 감독을 에워싸고 헹가래를 쳤다. 2일 오후 5시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20여 일의 대장정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이 뮤지컬이 공연되리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이 뮤지컬이 성공하리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막이 내리기 전 무대 위로 올라온 정 감독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 뮤지컬을 성공시켰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함성과 박수로 그를 격려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정 감독은 ‘숨은 후원자’ 10여 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사무국장,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무궁화지킴이’ 최덕순 대표, 차경찬 작곡가…. 이 뮤지컬의 탄생을 도운 이들이다.

“당신이 계셨기에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수많은 북한 동포를 구원하신 영웅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북한 동포를 대신하여 연출 정성산 올림.” 한 사람씩 호명할 때마다 정씨는 똑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다. 객석에선 똑같은 크기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감사패를 받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37) 사무국장은 “거의 매일 뮤지컬을 보는데도 매일 눈물이 났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하는 노래만 나오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탈북자들은 눈물이 나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답니다.

가슴 아픈 장면이 나올 때는 그냥 잠깐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곤 했어요.” ‘다음’ 카페 ‘무궁화 지킴이’의 최덕순(48) 대표도 “이런 작품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물해주신 감독과 작곡가, 배우들께 감사한다”며 울먹였다.

탈북자 출신인 박 사무국장은 “말 한 마디에 죽이고, 도둑질했다고 무참히 죽이는 게 북에서는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이 뮤지컬의 시나리오는 실제 요덕수용소를 경험한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해서 탄생했다.

“매일 집에서 나올 때 향을 피우고 나와요.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이 아버지 같은 사람들,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북한 영혼들을 구원하겠습니다’ 하고요….” 정 감독은 “이제 북한 동포들을 위한 용서의 릴레이를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20여 일 동안 요덕스토리를 관람한 사람은 약 2만2000명. 정 감독은 “특히 젊은 관객들이 몰렸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늘 암울하고 갑갑한 느낌이었는데, 뭔가 트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 감독은 “‘요덕스토리’가 북한 인권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8~1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앙코르 공연을 하고, 포항·수원·대전·인천 등에서 공연 요청이 몰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순회 공연도 예정돼 있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광장에서 공연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요덕스토리’의 영화화도 추진 중이다.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해체되는 그날까지 정진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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