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영화감독 "레디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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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영화감독 "레디 고!" 탈북 청년이 한국에서 영화감독이 됐다. 한국에 와서 10번째 맞는 크리스마스가 정성산(36) 감독에게는 더없이 특별하다. 영화 ‘빨간 천사들’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북에는 크리스마스가 없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남한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득 실어 띄워보낸 애드벌룬이 북한 양강도에 내려 앉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깁니다. 북한이나 남한 모두, 이 영화를 보며 희망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 감독의 인생 유전은 분단시대의 드라마다. 평양 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영화국립대학 유학까지 마친 정 감독은 잘 나가는 영화 엘리트였다. 그러나 94년 친구들과 남한 방송을 듣다가 적발됐고, 서류 조작을 시도한 게 오히려 문제를 키우면서 13년형을 언도받았다.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되던 중 호송차가 사고로 굴렀죠. 혼란을 틈타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95년 한국에 왔습니다.” 세차장에서 차를 닦고, 술집 ‘삐끼’(호객꾼)도 하면서 먹고 살았지만, 영화를 하겠다는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검정고시와 수능시험을 쳐서 96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포장마차로 돈을 벌어 단편 영화를 찍었고, 임권택 감독이 ‘창’을 찍을 때 막내로 연출부 일을 배웠다. 98년 KBS 단막극 공모에 당선된 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 북한과 관련된 영화의 시나리오 각색작업에 참여했다. “북한을 소재로 한 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일찍 데뷔할 수도 있었겠지만 첫 영화는 꼭 ‘북한 어린이 행복 프로젝트’를 다루고 싶었어요. 저 때문에 돌아가신 부모님께도 그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당 고위 관료였던 아버지는 그가 탈북한 뒤 양강도로 유배됐고, 그곳에서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반드시 영화감독으로 데뷔해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그 때 결심했다”면서 “유쾌하고 감동 넘치는 상업영화로서도 당당하게 심판을 받을 테니 내년 3월의 개봉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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