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가족들 '김영남 말 기가 막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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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된 김영남(45)씨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납치도 자진월북도 아닌 우연히 일어난 돌발적 입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비슷한 시기 북한에 납치된 아들·형들을 두고 있는 다른 가족들은 “기가 막히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와 같은 달 서해안에서 납북된 홍건표(당시 충남 천안상고 3년)씨 동생 홍광표(39)씨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말이 안 된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저렇게밖에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구나. 그런 곳에서 28년을 살아왔구나’ 싶어 마음이 아려왔다”고 말했다. 1977년 8월 서해안에서 납북된 최승민(당시 평택 태광고 2년)씨 아버지 최준화(77)씨도 “자진해서 간 것처럼 말을 하는데, 그쪽에서 사람을 얼마나 볶아댔으면 그럴까 싶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이번 상봉으로 앞으로 납북자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일방 주장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홍광표씨는 “이제 북한은 ‘납북이 아니라 자진월북이라고 본인이 얘기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빠져나가며 납북자 문제를 일단락지으려 할지도 모르겠다”며 “국제적으로 이슈화해야 할 문제를 우리 정부가 성급하게 나서서 북측을 도와준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역시 1977년 서해안에서 납북된 이민교(당시 평택 태광고 2년)씨의 어머니 김태옥(75)씨는 “일본에서도 북한이 발뺌하느라고 상봉시킨 것 같다고 하지 않느냐”며 “김영남씨가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 정부 사람이라도 나서서 ‘시켜서 그런 건데, 왜 그렇게 하느냐’고 말을 해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헤어진 지 30년 가까이 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도 감추지 못했다. 김태옥씨는 “TV를 보니 나도 아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며 “정부 사람들, 자기 자식들이 아니라 그런지 어떻게 이렇게 수십 년씩 내버려둘 수 있느냐”라며 울었다. 최준화씨 역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언제 만나게 될까…”라며 아들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내비쳤다. 김영남씨가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된 1978년 무렵에는 서해안 일대 해수욕장에서 1년 간격으로 무려 5명의 고교생이 잇따라 납북됐다. 1978년 8월에는 김씨와 홍건표씨, 이명우(당시 충남천안농고 3년)씨가, 이보다 1년 전인 1977년 8월에는 최승민씨와 이민교씨가 납북됐다. 이 가운데 김씨의 생존만 이번에 공식 확인됐다. 1978년 홍도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실종된 이명우씨 가족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철저히 익명 속에 살고 있다. /nk.조선 200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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