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이 보내온 10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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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탈북자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51) 목사는 얼마 전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감동적인 선물”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아침 두리하나 선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탈북 여성 김하나(가명·28)씨가 천 목사를 찾았다. “저… 100만원 교회 통장으로 입금했는데, 은수를 위해 써 주세요.” 전날 김씨는 우연히 은수(23)라는 탈북 여성이 선교회로 보낸 편지를 읽었다. 은수씨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다. 그녀는 먼저 탈북한 여동생을 찾아서 19세 때 도강(渡江)해 중국 땅에 갔다가 수차례 인신매매를 당한 사연을 편지에 담아 천 목사에게 보낸 것이었다. 김씨는 편지를 읽고는 “그녀도 나처럼 얼마나 무서웠을까, 헤어진 동생을 얼마나 보고 싶을까”하는 생각에 밤새 울었다. 김씨도 2000년 북한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러나 중국 브로커에 속아 중국 농촌에서 ‘신붓감’으로 여러 번 팔려 다니다가 2004년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北送)됐다. 이듬해 김씨는 재차 목숨 건 탈북을 감행했고, 2006년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는 데 걸린 6년이란 세월이 길고도 무서웠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쉽지 않았다. 하루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월 50만원을 벌고 정부 지원비 40만원을 받아 생활했다. 방값을 아끼려고 다른 탈북자 친구 방에 얹혀 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 중문과에 입학했다. 김씨에게 1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잘 아는 천 목사는 “마음만 받겠다”며 여러 차례 사양했다. 하지만 김씨는 한사코 물러서지 않았다. 천 목사는 이 소식을 이메일로 중국에 있는 은수씨에게 알렸다. 다음날 중국에 있는 은수씨가 답장 메일을 보내왔다. “언니 정말 고마워요. 죽어도 잊지 않을게요.” 은수씨는 편지에서 자신을 ‘동생 은수’라고 썼다. “언니가 그 어린 나이에 겪은 그 고통과 아픔을 저 또한 느껴 보았답니다.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아프고, 더 보고 싶고… 비록 혈육은 아니지만 제가 한국에 가면 친동생처럼 친언니처럼 서로 돕고 잘 살아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두 여성은 어느새 ‘자매’가 돼 있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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