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돈많이 벌어서 이북을 돕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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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美에 망명한 탈북자 김영숙씨 "빨리 많은 돈을 벌어 이북을 돕고 싶어요" 북한을 탈출한 뒤 10년 동안 중국에서 숨어 살다가 태국을 거쳐 지난 2월 미국에 온 탈북자 김영숙(가명.여.30세)씨는 20일 낯선 미국 땅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포부를 이처럼 밝혔다. 미 국무부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이날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마련한 미국 정착 난민 기자회견에 탈북자를 `대표'해 나선 김씨는 북한과 중국에서 겪어야 했던 처참한 악몽을 떨쳐버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다부진 각오로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작년 5월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이 처음 허용된 뒤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모두 30여명. 탈북자라는 인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인 김씨는 "미국은 기회의 나라인 것 같다"면서 지금도 중국 등 제3국을 떠돌면서 미국 망명길을 꿈꾸는 다른 탈북자들에게 "빈둥빈둥 놀 생각이면 미국행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씨가 이날 기자회견 및 회견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가진 일문일답. --미국엔 언제 왔나. ▲올해 2월말에 왔다. --탈북과정은. ▲10년전에 이북을 탈출해서 그동안 중국에서 고생고생하며 살다가 태국을 거쳐 미국에 오게 됐다. 10년전에 이북에선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고, 나도 2~3일씩 굶었다. 거기서 계속 있으면 죽을 것 같았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탈북자라는 게 들통나면 북송당한다. 불안해서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북송되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숨기고 살았다. 중국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국적도 없었다. 남편이 죽고 아이가 자라면서 더이상 그렇게 키울 수 없어 미국으로 오는 길을 찾아나섰다. --미국 생활은 어떤가. ▲10년전 이북을 탈출할 때부터 미국에 오는 꿈을 가졌다. 미국이 잘 산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미국에 와 있는 게 꿈만같다. --미국에 온 뒤 어떤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받았나. ▲미국에선 한국의 하나원과 같은 교육은 없다. 난민사무소에서 정착을 도와줬다. 생활비를 조금 지원받고 영어교육도 받았다. 지금을 일을 하고 있어서 시간이 안맞아 그냥 집에서 영어공부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학원에 다닌다. --어떤 곳에서 일하나. ▲식당에서 일한다. 미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가 그쪽인 것 같다. --제일 힘든게 뭔가. ▲아무도 없이 혼자라는 게 제일 힘들다. --미국에 대한 인상은. ▲기회의 나라인 것 같다. --미국에 오려는 다른 탈북자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은. ▲미국에 오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열심히 일할 각오로 와야 한다. 빈둥빈둥 놀아서 `이북 사람 왜 저래' 라는 소리를 들을거면 미국에 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미국에선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안좋은데 부담은 없나. ▲전혀 없다. 일하는 곳에서 손님들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코리아'라고 답한다. `사우스 코리아냐'라고 되물으면 `노스 코리아'라고 말한다. 그러면 `진짜냐'라며 놀란다. 하지만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선 북송될까봐 잠도 제대로 못자고 가슴조이며 살았는데 여기선 마음이 편하다. --처음에 한국에 갈 생각은 안했나. ▲그렇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조선족들이 미국에 가는 것을 보고 나도 가고 싶었다. --꿈이 뭔가. ▲열심히 사는 것이다.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이북을 살리고 싶다. 미국 사람들에게 이북이 위험한 처지라는 것도 알리고 싶다. 얼마 전엔 운전면허도 땄다. 미국에선 한 가지 일만해서는 집세와 차값내고 저축하기도 어렵더라. 그래서 투 잡(Two Jobs)을 구해서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한다. --가장 뿌듯했던 일은 뭔가. ▲지난 10년간 꿈꿔온 미국행을 이룬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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