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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탈북루트 그 현장을 가다/<7>생명의 젖줄기 메콩강
REPUBLIC OF KOREA 관리자 1107 2007-06-29 17:50:40
라오스에서 생명의 강 타고 자유로…자유로…숨죽인 채 흐르는 密航의 긴장감



▲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을 울리며 시속 60km의 속도로 메콩강을 질주하는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은 취재팀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메콩강 하류 루앙프라방으로 향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인해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탄 것처럼 심하게 요동치는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은 탈북자들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의 위험을 뚫고 자유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팍뱅 정착장에서 스피드보트에 다시 몸을 싣고 4시간여 만에 도착한 루앙프라방 정착장.▲메콩강 상류로 올라가는 스피드보트가 굉음을 내며 물살을 가르고 있다.
라오스에서 태국행의 마지막 관문인 메콩강. 탈북자들은 밤새 숨도 쉬지 못한 채 강을 건너다 각종 사고로 좌초된 동료들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이 강을 건너려 한다. 태국 치앙센에 당초 일정보다 늦은 4일 오후 4시30분께 도착한 본보 탐사보도팀은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라오스 훼이세이로 관광객 등을 건너주는 배편이 있는 강가로 달려가 마지막 배편을 붙잡은 뒤 다시 출입국관리소로 달려가 출국허가를 받았다. 황톳물과 다름없는 메콩강에 띄워져 있던 배는 폭 200여m도 안되는 강을 가로질러 취재진을 싣고 훼이세이에 내려줬다. 업무 마감시간인 오후 5시를 불과 몇분 남겨놓고 취재진은 라오스 출입국허가사무소 앞에서 입국허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외국인 10여명의 뒤에 서서 입국관련 서류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제출한 여권 등의 서류를 받아든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앞서 관광객에겐 별다른 말 없이 출입국허가를 내 주고선 우리에게만 ‘근무시간이 끝났으니 비자발급료 외에 연장근무한 비용을 추가로 낼 것’을 요구했다.

▲태국과 라오스 사이를 흐르는 메콩강. 강의 왼쪽은 태국, 오른쪽은 라오스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는 수량이 줄어 스피드보트를 이용할 수 없다.
취재팀이 출입국허가소가 문 닫기 이전에 도착했다는 표정으로 항의를 하려하자 라오스 직원은 ‘돈을 내지 않으면 입국허가를 내 주지 않겠다’며 비자발급 업무를 중단한 채 빙그레 웃어보였다.
훼이세이를 불과 30m나 앞에 둔 채 메콩강가에서 밤을 지새울 수 없다고 판단한 취재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급행료조의 ‘사이드머니’를 내 놓아야만 했다.
취재진은 라오스의 제2의 수도인 ‘루앙푸라방’까지 메콩강을 타고 갈 스피드보트를 구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 등을 둘러봤다.
하지만 라오스정부가 최근들어 스피드보트 사고 등을 이유로 법적으로 운행을 금지한 이후 담합된 가격인 지라 손도 써보지 못한 채 큰 돈을 부담해야만 했다.
빗줄기가 끊임없이 내리치는 강가에 위치한 라오스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바라본 태국 치안센의 불빛들은 지금 어디선가 도하를 준비중인 탈북자들에게 ‘희망이자 설레임이지 않을까’ 하는 단상에 젖어들게 했다.
밤새 ‘스콜’이라 불리는 엄청난 폭우에 어디론가 떠내려갈 것같던 훼이세이가 잠이 깬 5일 아침 8시께 취재진은 짐을 대충 꾸린 채 스피드보트장으로 우리를 데려갈 여행사 차량을 숙소 앞에서 기다렸으나 당초 약속시간보다 한참 늦게 나타나 사기당한줄 알고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다.
탈북브로커나 NGO단체 등과의 약속이 라오스공안의 대대적 단속 등의 돌발적인 변수에 의해 파기됐을 때를 생각해보니 탈북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조금은 가슴에 와닿았다. 탈북자들에겐 아마도 ‘자유의 땅에 데려다 줄 수 있는 희망의 끈을 놓쳤다는 그 자체가 절망’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훼이세이에서 1시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해 도착한 곳은 ‘팍타’.
취재진은 쉬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스피드보트가 운행되지 않을까 염려가 컸다.
하지만 ‘하늘이 우리의 뜻을 아셨음일까’ 1시간 정도 앉아 기다리니 빗줄기가 잦아졌고, 우리를 실어 나를 스피드보트가 시야에 등장했다.
라오스에서 태국북부인 골든트라이앵글까지 메콩강을 타고 내려오는 탈북항로를 되짚어서 올라가줄 생명의 배편인 셈이다. 취재진은 출발에 앞서 라오스 사공의 스피드가 빠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과 함께 내민 헬멧과 구명조끼를 받았다. 안전끈이나 헬멧끈 등이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어 오히려 물에 빠졌을 때 나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완강한 권유에 걸치기만 한 채 탑승했다.
잠시 후 스피드보트는 고막이 깨질듯이 엄청난 굉음을 토해내며 빗물이 쏟아지는 강물위를 날렵한 자세로 달리기 시작하자 살을 에일듯한 강바람을 가르는 보트 옆으로 물살이 차 오랐다. 강물을 바라보니 덜컹 겁이 나 한동안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내린 밤 구명조끼조차 없이 배를 탔다 배가 뒤집어지는 등의 해상사고로 수없이 생의 끈을 놓쳤을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다.
메콩강가를 따라서 펼쳐진 천혜의 절경을 달린 지 얼마 안돼 좁은 공간 탓에 몸은 커녕 다리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평소 보다 큰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또 메콩강 곳곳에 기괴한 암초군들이 즐비한데다 상류에서 내려온 각종 쓰레기, 나무 등이 복병처럼 기다리면서 보트는 곡예항해를 계속하면서 불안감은 가중됐다.
게다가 메콩강의 폭이 생각보다 좁은데다 강 양끝은 수심이 낮아 뱃길로 부적절해서인지 맞은 편에서 오는 배와 너무 인접해 오가면서 혹시나 부닥치는줄 알고 긴장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취재진이 단 한번도 쉬지않고 3시간을 한숨에 달려 정박한 곳은 ‘팍뱅’으로, 1박2일 일정이 소요되는 슬로보트를 타고 갈 때 머무르는 동네다.
사공이 통행허가증을 받으러 올라간 사이 취재진은 식당으로 개조한 낡은 배 근처에서 때늦은 허기를 해결한 뒤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취재팀은 루앙프라방에서 내려온 보트에 짐과 함께 옮겨탄 뒤 다시 출발, 4시간여를 더 달려가 메콩강 250여㎞의 종착지점이자 루앙프라방에서 5㎞ 정도 떨어진 선착장에 도착했다. 갑자기 편안함이 강바람과 함께 스쳐갔다. 자칫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자 찾아온 안도감이었을 게다.
오랜 기간의 여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탈북자들이 라오스에서 메콩강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마지막 검문을 피해 치앙센 어딘가에 첫발을 디뎠을 때에 느끼는 심정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 생각하며 먼 산을 바라봤다.

■인터뷰/라오스 한인교회 이태섭 부장
탈북자 라오스행 부정적이지만 경제원조 등 우호강화땐 큰 도움

“라오스정부가 탈북자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곤란한 처지에 내몰리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해 경제원조 확대 등으로 우호관계를 강화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오스에서 10여년간 활동한 A단체 이태섭 부장(가명·48)은 “한국정부가 루앙프라방에 라오스 최대의 국립대학을 차관방식으로 건축해주는 등 많은 원조를 해 주면서 이미지가 좋아 탈북자의 원천적 봉쇄를 취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장은 “산악지대가 80%를 웃도는 라오스내륙과 메콩강을 이용하는 탈출루트를 통해 구 수도인 루앙프라방까지 탈북자들이 들어오고 있어 자주 부닥치고 있다”며 “다행히 라오스 국민들의 심성이 착해 탈북자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등 외면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라오스행에 관한 부정적인 측면이 잇따라 세계언론에 노출되면서 자국내 언론활동을 통제하고 있는 라오스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중국 모한과 맞닿은 라오스 르왕남타로 들어온 탈북자들이 늘면서 라오스경찰의 단속도 크게 강화돼 위험천만”이라며 “그곳에서 코이카 직원으로 들어왔다가 NGO활동을 하는 한 여자분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나 탈북브로커 개입에 따른 당국의 감시에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라오스 국경을 넘어오다가 탈북브로커로부터 버림받아 시내로 들어와 걸식 등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다반사”라며 “하지만 경찰에게 검거당한 탈북자들이 돈을 건네주면 풀어주는 등 아직은 여건이 괜찮은 편”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우리 대사관에서 지난 2000년께 라오스정부로부터 우대받는 NOG단체가 탈북자들을 지원해 주는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 개입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아직도 라오스경찰의 검문에 걸린 탈북자들의 통역 등을 맡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일보 200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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