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독재 떠받치는 '사상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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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7-08-06 18:15 구호나무 훼손 간부 공개처형…공포통치 한계올 것 목재를 중국에 밀매한 북한의 외화벌이 간부가 사형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조선릉라888무역회사 함경북도 지부 외화벌이 책임자 오문혁 씨가 임야 2만㎥에 해당하는 통나무를 중국에 밀매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공개총살 당했다고 연합뉴스가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사군 인민위원장, 인민위원회 무역부장, 산림경영소 소장, 연사군과 인접한 양강도 대홍단군 삼장세관의 세관원 등은 오 씨와 공모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연사군 당책임비서인 장현철은 직위를 박탈하고 지방으로 추방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 입장에서 연사군 지방 관리들은 사형당할 행위를 한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이들이 밀매한 목재에는 ‘구호나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호나무'는 북한 당국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을 우상화하기 위해 조작해낸 이른바 ‘혁명역사유물’이다. 이를 베어낸 것은 수령에 대한 가장 엄중한 죄를 저지른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 당국은 ‘일제시대 항일 빨치산들이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구호’를 나무에 새겨놓았으며, 북한 곳곳에서 구호나무들을 대대적으로 발견했다’고 선전해왔다. ‘구호나무’는 수령절대주의의 사상적 기둥 북한 당국이 발견했다는 구호나무에는 “김일성 장군은 민족의 태양이시다” “조선에 백두광명성이 솟았다” “조선이여 기뻐하라 또 하나의 장군별이 솟았다” “백두산에 광명성이 떴다 광명성을 미래로 우리민족 존엄 떨치자” “3대 장군 만만세” 등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숙을 칭송하는 구호들이 붓으로 검게 새겨져 있다. 북한 당국은 1961년 백두산 청봉지역에서 19그루가 처음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북한 각지에서 약 1만 2천여 점이 발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8년 동아일보는 ‘북한 당국은 삼지연 지역의 청봉숙영지에 있는 구호나무 20 그루의 손상을 막기 위해 8~11m 가량의 5각기둥 모양의 유리관으로 감싸고, 유리관 내부는 섭씨 20도를 유지하며, 순도 99%의 아르곤을 채웠다’고 보도했다. ‘벼락 피해를 막기 위해 피뢰침을 설치하는가 하면,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50여개의 스프링쿨러를 설치하고, 폭 100미터 정도로 주변 나무를 완전히 벌채해 방화선까지 쳐놓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98년에는 함경남도 무재봉에 산불이 났는데, 구호나무를 구하기 위해 불을 끄던 군인 17명이 숨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숨진 군인은 영웅칭호를 받았다. 북한 당국은 구호나무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간주해 엄벌에 처하고 있다. 북한 당국에게 ‘구호나무’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실정이었으니, 북한에서 구호나무를 훼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사회에서 구호나무를 베어 중국에 내다 판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높다는 지방의 고위 당간부와 관료들이었다. '구호나무’ 판매한 간부 처형은 인민과 수령의 충돌 북한의 수령독재를 떠받쳐온 기둥은 세가지다. 첫번째는 사상적 기둥이다. 사상적 기둥의 반쪽은 주체사상으로 나머지 반쪽은 역사왜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일성 김정일은 주체사상과 역사왜곡을 무기로 북한 주민의 ‘신’으로 군림해왔다. 두번째는 식량배급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적 기둥이다. 김일성 김정일은 북한 주민의 밥줄을 쥐고 주민들을 노예 삼아 ‘주인’ 행세를 해왔다. 세번째는 물리적 기둥이다.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가혹한 ‘폭력’으로 짓누르고 죽이며, 反인민군대의 ‘장군’ 노릇을 해왔다. 경제적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식량배급제도는 90년대 중반 대량아사 사태와 함께 무너진 지 오래다. 사상적 기둥은 97년 황장엽 사상담당 비서가 북한을 탈출하는 순간 기둥의 반쪽이 떨어져나간 채 위태롭게 버텨왔다. 만약, 외화벌이 책임자가 구호나무를 밀매하다 공개처형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위태롭게 남아 있던 사상적 기둥의 나머지 반쪽마저 흔들리고 있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중앙과 지방의 주요 간부와 외화벌이 책임자를 전원 소집해 공개총살 현장을 직접 지켜보게 했다고 한다. 주민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해 수령체제를 유지하려는 최후의 방법인 셈이다. 사상적 기만을 포기하고 폭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것은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하던 에너지가 거의 소진되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북한 주민의 생존 활동 자체가 수령독재를 무너뜨리는 투쟁임을 증명할 뿐이다. 북한 민주화운동 진영은 90년대 이후, 물밑에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수령독재체제의 약화 현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김정일 독재의 몰락을 좀더 부지런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광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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