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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법률해결사' 전성 변호사
REPUBLIC OF KOREA 관리자 1186 2007-09-10 10:24:44


연합뉴스 2007-09-09 08:00

'법률지원센터 우리동포' 개소..탈북자.재외 동포에 무료 법률 상담
"탈북자 사회 구성원 정착이 통일 준비과정"

신유리 기자 = "탈북자들이 남쪽에서 겪는 문제를 보면 남북 분단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곧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 되겠죠."

47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늦깎이' 변호사가 된 전성(全聖.50)씨는 개인 사무실을 차리자마자 문 옆에 '법률지원센터 우리동포'라고 적힌 간판을 달았다.

탈북자와 재외 동포에게 무료로 법률 상담과 소송 지원 등을 해주는 곳이다. 대북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부설 센터로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전 변호사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간판에 적힌 '우리동포'를 가리키며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세워진 북한 이탈 주민 법률 상담 창구"라고 소개했다.

그가 '법률지원센터 우리동포' 설립을 구상한 것은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연수원에서 '통일법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한때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이홍주·정진욱·김옥수 변호사 등 12명의 동료 변호사가 '탈북자 도우미'가 되자는 그의 뜻에 동참했다.

전 변호사는 "법률 지식으로 통일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은 너무 관료적이어서 실질적인 법률 상담은 탈북자들에게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이탈 주민이 '우리동포'에 접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류 접수나 신분 확인 절차 없이 전화(02-715-8668) 만으로 센터 상근자와 구두 상담을 할 수 있다.

하루 동안 많을 때는 10통, 적을 때는 1∼2통씩 전화 상담이 들어오는데 전.월세 계약서 작성 방법을 묻는 등 '민원형' 상담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중 금융 사기나 다단계 판매 피해, 탈북 브로커 채무 다툼처럼 민.형사, 행정 소송을 포함한 추가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해결 방안을 찾는다.

개소 6개월 동안 운영위를 통해 처리된 사안은 약 30여 건이며 이중 3건은 담당 변호사를 정해 소송절차를 밟고 있다.

전 변호사는 "탈북자들이 상담해오는 문제들을 보면 남북 분단 상황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며 "남측 사법부도 탈북자 문제를 다룰 때 이들이 가진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에 묻힌 선친을 6.25 참전 유공자로 등록하고 유족 보상금을 받기 위해 친자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는 40대 탈북자 A씨가 대표적인 사례.

A씨는 남한으로 들어온 뒤 북한의 부친에 대한 부고를 들었지만 유전자 검사 등 친자 확인 증거를 모으기가 어려워 아직 유족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 변호사의 설명이다.

탈북자 B씨는 이른바 '탈북 브로커'에게 8천만 원을 주기로 했으나 이를 갚지 못해 신체적 위협을 받다가 '우리동포'의 도움을 받아 브로커를 인질강도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우리동포'는 남한에서 만난 여성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C씨에 대해서도 무료 변호를 벌이고 있다.

전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C씨가 고소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본다"며 "북한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C씨가 남한에서 겪고 있는 사회.문화적 차이점과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한 양형을 줄여달라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한으로 들어온 북한 이탈 주민이 1만 명을 훌쩍 넘어선 만큼 탈북자는 이미 남한 사회의 한 부분이 됐다"며 "탈북자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것이 곧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탈북자 지원 논의가 보수 진영에 의해 '북한 정권 비판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며 "탈북자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양쪽 체제를 모두 경험한 만큼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통일 숙제를 푸는 일"이라고 말했다.

휴일인 9일에도 그는 "우리동포에서는 모든 상담이 공짜, 수임료도 무료"라며 "바쁠수록 기쁜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닫지 않았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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