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빚고 차례음식하는 그런 추석 우린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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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07-09-19 16:18 명절을 앞두고 주변인들과의 인사는 으례 "명절 잘 쇠세요"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도 이러한 인사말을 건네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땅에 새롭게 정착을 시작한 새터민이다. 2년 전 한국에 들어와 대전 서구지역에서 새 삶을 살고 있는 A씨(29.여)는 다가오는 추석이 한국에서 네 번째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오히려 명절이 쓸쓸하기만 하다. 일상에 파묻혀 생활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북한에서는 추석이든 설명절이든 그날 하루는 제사를 지내는 날로 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에 오니까 명절을 여러날씩 휴일로 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명절이라고 하니까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는 또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명절을 앞두고 많은 선물용품들이 쌓여있고 그것들을 사가는 사람들을 보게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라고 명절을 맞는 느낌을 얘기했다. 그는 취직을 하기 위해 6개월 과정의 차량 금속도장 기술을 배웠으나 현장근무를 하다 여성으로서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 다른 직종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자리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그녀, 결혼적령기를 맞았음에도 아직은 결혼에 대한 생각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꿈을 묻는 질문에 A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대답했다. 또 다른 새터민 B씨(42.대전 서구)는 한국에 들어와 대전에 둥지를 튼 지 4년이 되는 가정 주부이지만, 낮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노점상일을 하며 두 딸의 뒷바라지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B씨에게 추석을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글쎄요, 추석이 다가오지만 남의 일로만 여겨져요. 남들은 송편을 빚고 선물도 사면서 명절을 맞는데 아직까지 4년 동안 한 번도 송편을 빚고 음식을 장만해 명절을 지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평상시와 똑같이 지낼 뿐이죠. 언제인가 설날에 아이들이 세뱃돈을 받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풍습을 안겨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그에게는 명절의 즐거움도 없다. 당장 중요한건 생계다. 4년의 과정을 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각골분투했지만 아직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홀로서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해냈다. 이미 친정부모님은 고인이 되셨지만 북에 홀로계신 시어머님의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스럽다는 그녀. 하루빨리 자립해 기초수급자 신세를 탈피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며 내년에는 꼭 그렇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노점상일을 계속해 한국사람 10명을 둔 가게를 꾸리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며,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박재용기자 ppjay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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