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 대통령 선물내용 왜 공개 안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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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7-10-09 09:37 한승호 기자 = 북한은 지난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준 선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언론매체는 선물 전달과 관련해 지난 3∼4일 이틀 동안 "김정일동지께 로무현대통령이 선물을 드리였다"며 사실 보도만 반복해서 전했으며,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엿새째인 9일까지도 선물 목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당시 북한 언론들이 정상회담 종료 이튿날인 16일부터 "김정일 동지께 김대중 대통령이 남조선에서 유명한 진돗개 한 쌍을 선물로 드렸다"고 선물 명세를 곧바로 밝힌 것과 대조적인 태도이다. 북한은 또 첫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석 달가량 뒤인 같은 해 9월 11일에는 "김정일 동지께서는 추석을 계기로 남조선의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께 첫물 송이버섯을 선물로 보내셨다"며 남북 정상 간 받은 경우 뿐만 아니라 준 선물에 대해서도 '숨김없는' 보도를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받은 구체적인 선물 내용에 대한 공개를 꺼리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선물에 남측에서 유행했던 드라마나 영화가 담긴 DVD와 CD가 포함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 이번 노 대통령의 선물은 경남 통영의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 다기와 명품차, DVD 세트, 드라마.다큐멘타리.영화 CD 등 모두 네 종류로 구성됐다. 특히 DVD와 CD에는 남측에서 유행했던 드라마인 '대장금'과 '겨울연가', 영화 '말아톤', 'YMCA야구단', '취화선' 등 여러 장르에 걸친 작품들이 망라됐다. 이런 선물은 '영화광'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이 선호하는 것이긴 하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각종 사상교육을 통해 "자본주의 사상.문화 침투"를 강조하며 '남한풍' 차단을 위해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지난달 북한 소식지(제90호)를 통해 북한 당국이 "평양을 비롯해 평성, 원산 등 지역에서 불법 CD관련 소유나 유통의 적발시 강력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포고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아무리 불법 CD를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고 더욱 은밀히 유통되고 있어 북한 주민과 당국 간 팽팽한 긴장감이 일고 있다고 소식지는 소개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한 인사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는 남한에서 유입된 물건을 '불온물'이라며 보지도 말고 유통시키지도 못하도록 단속하는 마당에 DVD와 CD가 들어있는 노 대통령의 선물 내역을 모두 밝힐 경우는 이율배반이 될 수 있음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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