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젊은이들, 中문화는 구식 이젠 韓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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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7-11-05 17:01 소식통 “'써우지'보다 '휴대폰' 사용…세련되고 같은언어 더 끌려” 최근 북한 교육성(교육상 김용진)은 ‘우수한 민족어를 잘 살리기 위해 국어 수업을 강화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한 말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지시를 각급 학교에 내렸다고 내부소식통이 5일 알려왔다. 소식통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장에 가면 '우리 민족의 우수한 미풍양속과 고유한 민족어를 적극 살려 쓰자'라는 제목의 해설 자료를 읽어준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언어학자인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의 정순기 교수는 북한 잡지 ’문화어학습’(2007.3호) 기고문을 통해 “우리 민족어는 북과 남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그 차이가 점점 더 커가고 있다”며 영어와 한문 숭배사상의 배격을 촉구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민족어’ 및 ‘우리말’ 강조는 200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중국어와 한국 드라마를 통한 외래어 범람에 따른 대책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 탈북자와 북중무역, 중국 상인들의 북한 내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중국 문화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북한 젊은이들 속에서 중국 영화, 중국 상품,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열기가 높아지고 개별적인 상품의 이름도 중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풍조로 되었다. 북한에서 ‘리모컨’을 북한 당국이 번역한 ‘원격 조종기’라고 하지 않는다. 중국어 발음대로 ‘요쿵지(搖運機)’ 혹은 ‘요쿵(搖運)’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휴대폰의 경우도 북한식 용어인 ‘손 전화’ 대신 중국식으로 ‘따그다(大可大)’나 ‘써우지(手機)’라고 통칭했다. ‘청바지’는 ‘유자끄’ 바지로, 국경지대에서 냉장고를 ‘삥샹(冰箱)’이라고 하고 VCD를 ‘워이시디’라고 한다. ‘탈리’(나이론천 종류) ‘구홍’(립스틱) 같은 상품명들과 많은 의약품들의 이름도 중국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이러한 중국 문화 유행이 한국문화로 대체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그 속도가 한층 강화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을 과거처럼 남조선이라고 하지 않고 '한국'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점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 '남조선'이란 명칭을 사용하면 촌스럽다는 핀잔을 듣는다. 소식통은 “중국 문화가 뒷전에 밀리고 한국 문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추세다. 주민들 속에서 한국영화나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중국보다 한국이 더 잘 살고 같은 민족이니까 동질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서 ‘식사 안내’라든지 ‘식사표’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표’라는 말보다 ‘메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남한 문화의 급속한 보급은 북한 당국이 이름지은 '손전화'가 중국식 이름인 ‘써우지(手機)’에서 한국식 표현인 ‘휴대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장마당에서 ‘쿠쿠(전기밥솥)’라든지 ‘칼라TV' 등 한국식 이름들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내에서 인기를 끄는 남한 언어에 대해 묻자, “다이어트(북한말 몸까기), 웰빙(건강식), 뮤직비디오(춤추면서 노래하는 것), 소시지(고기떡), 싱글(독신자), 와이프(아내), 드레스·팝송·패스트푸드(신조어)”라고 유창하게 대답했다. 함경북도 경성군 출신으로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경욱 (가명 32살) 씨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과거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당하면 ‘울적하다’란 말을 많이 썼지만 이제 많은 젊은이들은 ‘짜증난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쓰고 있다”면서 “나이 많은 사람들도 이 말의 뜻을 다 알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사람들은 남한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미스코리아(예쁜 여자)’ ‘쇼를 한다(연극, 가짜이다)’ ‘내가 쏜다(내가 돈을 낸다)’ ‘화끈하다(정열적이다)’ ‘싱글(독신)’ 와이프(아내)등 남한의 드라마를 통한 신조어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속속 전파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한국의 드라마나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한국식 언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애쓴다. 그리고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한에서 가능한 대로 실천해 보려고 노력 한다”고 했다. 이러한 한국식 언어의 보급은 그만큼 북한사람들 속에서 남한을 동경하고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열망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탈북자동지회 이철민 운영부장은 “꽉 막힌 제한된 세계에서 지내다가 외부 문화를 접하면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또한 발전된 사회와 문화를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한 호기심과 한국어의 확산은 북한의 변화뿐만 아니라 남북 이질감 해소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 문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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