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탈북자 6명 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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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서 탈북자 6명 입국 중국 옌지(延吉)를 출발한 지 무려 97일만이었다. 미얀마를 거쳐 서울행을 꾀하다 작년 말 행방이 묘연해졌던 탈북자 부흥이(20·가명) 일행 6명이 중국 미얀마 라오스 미얀마를 넘나드는 목숨을 건 장정 끝에 지난달 27일 한국에 입국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24일 옌지를 떠나 12월 18일 미얀마 국경을 넘기까지 이들의 탈출 과정을 동행취재 해 보도( 2004년 12월 22·23일자 A4·5면 )한 바 있다. 이들을 도와온 두리하나 선교회는 3일 회견을 열어 이들의 서울 도착과 그간의 탈출 과정을 공개했다. 일행의 길 안내를 맡았던 제프리 박(64·한국명 박준재) 목사는 안타깝게도 메콩강에서 실종됐다. 서울에 도착한 탈북자(이하 가명)는 부흥이와 부흥이 엄마(45), 은미(30), 모세 아저씨(51), 미선(26) 선옥(25)씨 등 남자 2명과 여자 4명이다. ◆유언 남기고 출발 미얀마로 월경(越境)만 하면 한국행이 순탄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접경 미얀마의 도박 도시 ‘멍라’에 도착한 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도와줄 수 없다”였다. 상심은 컸다. 10여일의 고민 끝에 라오스로 건너가기로 했다. 출발에 앞서 일행 7명은 전부 유서를 작성했다. 도로가 아닌 밀림과 산악지역을 400㎞ 이상 걸어 이동해야 했기에 죽음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멍라를 출발한 것은 12월 29일. 산속을 4일간 꼬박 걸어 라오스와의 국경인 메콩강에 도착했다. ◆메콩강에서의 사투 폭 30~40m 정도의 메콩강 물살은 거셌다. 배를 구할 수 없어 인근 마을에서 타이어 튜브 큰 것 1개와 작은 것 3개를 샀다. 큰 튜브에는 부흥이 식구 2명이, 나머지 3개에는 여자 3명이 한 명씩 매달렸다. 수영에 자신있는 모세 아저씨만 맨몸으로 힘겹게 강을 건넜을 뿐 나머지 일행은 물살에 휩쓸려 1시간 가량을 떠내려갔다. 부흥이 엄마는 “떠내려 가면서 ‘하나님 제발 천사들을 보내주세요’라고 울며 기도했다”면서 “5분만 더 지났으면 탈진해서 물에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끝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실종됐다. ◆한국인으로 위장 이후 메콩강을 따라 남쪽으로 사흘을 걸었다. 허기에 기진맥진하고 발은 부르터 피범벅이 됐다. 1월 5일 한 마을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26일 동안 감옥에 억류됐다. 강도를 만나 여권까지 털린 한국의 단체 관광객이라고 우겼다. 탈북자라고 하면 북한으로 송환될지도 몰랐다. 박 목사가 미리 한국에서 가져와 각자에게 나눠준 비행기 짐 표와 한국 돈, 한국에서 발행된 여행가이드 책자가 신분위장에 도움이 됐다. 라오스측은 이들을 미얀마 쪽으로 추방했고, 미얀마 당국은 ‘한국관광객’이라는 이들을 2월 18일 한국대사관에 인계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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