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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성관광 르포 “북한주민 생활상 직접보니 감회”
REPUBLIC OF KOREA news 786 2007-12-06 11:35:51
국민일보 2007-12-05 19:01

천년고도 개성이 반세기 만에 남쪽 손님들을 맞았다.

개성관광이 시작된 5일 오전 8시30분쯤 남측 관광객과 기자단 등 330여명을 태운 버스 10대가 개성 시내 입구 개성공단에 도착했다. 일행이 탄 버스에는 신용복 선생이 쓴 '개성관광'이라는 플래카드가 달렸다. 개성공단 만남의 다리까지 마중나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조금률 서기장 등 북측 인사들이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과 최고령 관광객 김윤경(87) 할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개성 방문을 반겼다. 2005년 3차례 시범 관광이 있었지만 이후 우여곡절 속에 세월만 보내다 드디어 개성관광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일행은 곧바로 황진이 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이라 불리는 박연목포로 향했다. 개성시 북쪽으로 굽이굽이 도는 길을 따라 50분쯤 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10여분을 걷자 겨울 박연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폭포 위쪽에 있는 '박연'이라는 연못에서 나온 물줄기는 37m 아래 고모담으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하얗게 얼어붙은 빙벽 위로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나는 듯 흘러내려 삼천척을 떨어지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 하구나."

북측 안내원이 관광객들을 고모담 물속에서 솟아 있는 용바위로 이끌더니 맛깔스런 목소리로 시 한수를 읊었다. 황진이가 머리채로 바위 위에 쓴 시라는 소개도 곁들였다. 개성이 고향인 김 할아버지는 "6·25 전쟁이 터지기 전 이곳에 자전차로, 혹은 걸어서 찾아와 놀곤 했다"며 "그동안 TV로만 봐오던 모습을 실제 살아서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점심은 개성 중심가 대형 식당 '통일관'에서 개성 토속 음식인 13첩 반상기가 나왔다. 일부 관광객은 점심을 먹은 뒤 "어렸을 때 자란 동네가 바로 근처"라며 식당 담장 넘어 개성시내를 구경하려다가 북측 요원의 제제를 받기도 했다.

오후엔 고려시대의 충신 정몽주가 피살당했다는 '선죽교'를 찾았다. 북측 안내원은 "원래 정몽주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있는 것은 후손들이 핏자국처럼 보이는 붉은 물이 들어 있는 돌을 대신 가져다놓은 것"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성관광의 백미는 개성시내 구경이었다. 1970년대 남한의 소도시 풍경을 재연한 듯한 개성시내에 들어서자 관광객은 일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동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나 자전거가 많이 보였다. 길을 가던 몇몇 주민들은 손을 흔들어줬다. 오후 5시 일행은 감격과 아쉬움을 접고 발길을 돌렸다. 개성관광은 당분간 당일 코스로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윤 사장은 "이번 달 개성관광 예약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며 "숙박 시설이 정비되면 1박2일이나 2박3일 코스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개성=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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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꽁이 2007-12-06 18:43:05
    단 하루만이라도 그렇게 그리던 고향땅을 밟고 오신분들 얼마나 좋으셨겠습니까?
    반세기만에 밟아보는 고향땅을 바라보며 느꼈을 어르신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갑니다..
    이제 머지 않아 하루길이 아니라 놀고싶을때까지 실컷 고향땅을 밟으며 다닐 그 날이 반듯이 올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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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ppy 2007-12-09 20:17:38
    죽어도 눈감을수없을 정도 가고픈 내고향이 몹시 가고픈 내고향, 이제 내고향생각에 눈물을 흘니며 어르신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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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염원... 2007-12-10 00:09:45
    통일이 하루빨리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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