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클래식 음악’즐기기 |
---|
조선일보 2007-12-15 15 뉴욕 필, 내년 2월 평양 공연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이 내년 2월 26일 평양에서 공연을 갖기로 결정했다. 뉴욕 필은 11일 오전(현지 시각) 뉴욕 링컨센터의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양 공연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본지 12월11일자 보도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번 공연이 북한의 문화성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누가 공연에 참석할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고위탈북자들에 따르면 중요한 대외활동은 모두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해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은 ‘100년 숙적’(백년 동안 원수를 갚아야 할 적)으로 규정한 적국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의 평양 방문이어서 북한 내부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北美) 관계의 새 시대가 열리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외국음악 통제…‘음지’에서만 들을수 있어 극도로 폐쇄된 북한에서 클래식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을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클래식 음악은 대중성이 전혀 없고 일부 음악 전문가나 특권계층에게만 해당되는 음악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반 자체를 파는 곳이 없다. 평양음악무용 대학 출신의 탈북자 김영희(가명)에 따르면 북한에서 클래식 음악은 음악 신동들이 들어가는 예능계 학교에서만 기본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평양의 금성고등중학교는 전국의 예능계 신동들이 선발되는 특수학교인데 고등중학교(우리의 중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이 학교에서만 클래식 음악 교육이 실시된다. 대학에서는 평양 음악무용대학이나 각 도(道)에 있는 ‘예술대학’에서만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타 다른 교육기관에서는 일절 클래식 음악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개혁개방 압력으로 외국 문화가 북한 내부에 스며들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외에 파견되는 고위간부들에게는 모차르트·베토벤·드보르작·슈베르트·차이코프스키· 바흐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클래식 음악에 대해 따로 교육하고 있다. 간부들에게 지급되거나 해외에서 은밀히 들여오는 클래식 음반들은 대량 복사돼 상인들을 통해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팝 피아니스트인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음악은 평양의 웬만한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듣는 음악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젊은이들 속에서 기타가 유행하면서 클래식을 잘 알고 가르쳐주는 ‘고수’들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웬만한 기타 리스트들도 기본적인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부들과 대학생 중심으로 은밀히 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의 음악 통제로 사람들은 클래식을 포함해 일체의 외국 음악은 음지에서만 들을 수 있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적대국가 음악을 소지하면 ‘반동’ 취급을 받지만 순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처벌 수위는 다소 낮아 대학생 등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33)씨도 평양 국립 교향악단의 연습실에서 클레이더만의 곡을 연주하다가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고 경위서만 10장을 썼다고 말했다. 남한 노래를 연주하다 현장 체포되면 정치범 수용소에 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준 공연은 1980년대 말 러시아의 국민가수 알라 보리소브나 푸가초바의 평양 공연이었다. 심수봉의 ‘백만 송의 장미’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그의 노래는 당시 평양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이 노래를 모르는 북한 젊은이들이 없을 만큼 크게 유행했다. 디스코 음악이 대부분이어서 덩달아 디스코 춤까지 함께 유행해 그것을 ‘자본주의 바람’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아 북한당국의 속을 태웠다. 해외파견 간부들엔 따로 교육하기도 그 이후로도 적대국가에서 평양을 방문한 사람들의 공연은 있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연자씨의 특별공연과 이미자·윤도현 밴드(2002년)·조용필씨의 평양 공연(2005) 등이다. 중국을 통한 한류의 북한 유입으로 남한 노래가 북한 내부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 가수들의 북한 방문은 젊은이들을 열광시키지만 당국의 감시 때문에 내색을 할 수 없다. 최근 입국한 평양 출신의 한 여성은 “윤도현 밴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 여성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한때 북한 내부에서 크게 유행한 노래여서 그 노래를 부른 조용필의 평양 방문도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에도 큰 파문을 불러왔다고 한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