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이 영어만큼 어려워"..탈북청년들의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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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8-01-25 15:48 심규석 기자 = "북한식 어투는 첫 음절부터 높였다가 점차 내리는데, 서울 어투는 첫 음절은 중단 톤으로, 둘째 음절은 약간 높였다가 점차 내리며 끝에서는 애교스럽게 끌어줍니다" 언어적 이질감 때문에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한 탈북 청년이 나름대로 궁리 끝에 만들어낸 서울 말투의 공식이란다. 탈북자 출신 청년단체인 비전NK청년연합의 오지나 대표는 25일 남북평화재단이 주최한 '제5회 통일마당'에서 "액센트가 강한 북한식 발음을 서울 표준어로 바꾸는 것마저도 영어공부 하듯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여러 탈북 청년들이 털어놓은 고민들을 소개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탈북 청년의 수는 작년 말 기준 4천365명으로, 전체 탈북자의 40%가량 차지하며 이들중 500여명이 41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명함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스튜디오'라는 간판을 보면서도 사진관인지 몰라 3시간이나 거리를 헤맸던 탈북 청년도 있다고 소개한 오 대표는 "탈북 청년들이 지나치게 많은 외래어에서 충격을 받는다"며 "통일된 후 이런 광고판들을 북한 주민들이 접하면 문화적인 충격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탈북 대학생은 쌀을 사러 갔는데, 북한식으로 '쌀 열(10)㎏ 주세요'라고 했더니 슈퍼 아줌마가 킥킥 웃으며 '십㎏을 말하느냐'고 되물어 봤다고 하는데, 무엇을 말해도 남들이 비웃을까봐 조심성이 생기고 말하기 싫어지는 비참함도 느끼게 된다"고 오 대표는 말했다. 그는 '새터민 청년들이 체험하는 남북문화 이질성과 해소 방안' 제하 주제발표에서 탈북 청년들이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가장 큰 분야로 언어 외에 패션, 음식, 여가 생활 등을 꼽았다. 한 탈북 여대생은 "한두살 아래인 대학생들이 엉덩이만 가린 짧은 청치마, 찢어진 청바지, 가슴이 보일랑 말랑한 웃옷을 입고 자유를 뽐내고 다니는데, 여자인 나도 처음에는 쳐다보기 민망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탈북 여대생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답했더니 남한 친구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더라"고 털어놨다고 오 대표는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여가 생활은 장기, 바둑, 카드, 윷놀이, 탁구, 영화감상 등인데 남한에서는 볼링, 인라인 스케이팅, 등산, 뮤지컬, 당구, 골프 등이라고 비교하면서 "탈북자들은 정서적.심리적.경제적 여유가 없어 여가생활에도 익숙하지 않다"며 "하루 빨리 남한 사람들과 동질감을 가져야 하는데, 대화 과정에서조차 이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한 사람들은 사선을 넘는 극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심리가 불안하며 장기간의 탈북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나빠진 것은 물론 적절한 수학기를 거치지 못해 교육수준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남북간 문화격차의 조속한 해소'를 통일을 위한 중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문화를 알려줄 수 있는 '지하교류 인프라' 구축 ▲북한학이 아닌 통일학 교육 ▲탈북자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망 구축 ▲탈북청년들을 위한 문화센터 설립 ▲탈북 대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는 근로장학생 제도 마련 ▲취업 성공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및 창업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김흥광 과장은 '새터민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 제하 주제발표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을 이전의 '귀순용사', '귀순자'로 사상.이념과 연관시켜 취급하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찾으러 한국으로 온 '북쪽 동포'로, '보통 사람들'로 대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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