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화촬영소는 김정일만의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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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영화촬영소는 김정일만의 공간' 서방기자의 北영화촬영소 방문기 북한의 할리우드라 할 수 있는 곳에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영화광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동시에 배역 선발을 책임진 사람이기도 하다. 높이가 10㎝나 되는 구두가 없다면 그의 키는 1m62㎝. 북한 영화산업의 위상도 그 정도로, 줄리아 로버츠 같으면 차라리 잠을 자버릴 정도의 예산으로 해마다 40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 낸다. 평양시 외곽에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는 건물의 메인 홀에 들어서자 마자 북한의 대표적 영화인 피바다의 제작현장을 굽어보고 있는 김정일의 거대한 벽화가 걸려있다. 이 벽화는 1970년대 당시 당의 선전선동부장이었던 김정일이 회색의 인민복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당당하게 언덕위에 서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밑에는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영화 촬영현장에서 치열한 백병전을 기록하고 있는 제작스탭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먼발치에 그려져 있지만 김정일이 제작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1997년 피바다를 걸작으로 만들기 위해 김정일위원장이 시나리오작업에서 촬영까지 124회나 꼼꼼하게 지도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벽화가 걸린 방의 또 다른 현판에는 김정일이 조선예술영화찰영소를 방문한 기록이 적혀있다. 안내원은 군대식 억양으로 “김정일위원장이 1964년부터 1993년까지 1만487회나 귀중한 지도를 해주시고 1천724회나 직접 방문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 옆은 북한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지만 이곳에서도 주요 영화배우들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전시실마다 실물보다 큰 김정일의 사진이 장식된 밑 부분에 이보다 훨씬 작은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있을 뿐이다. 안내원은 김정일이 북한 영화산업에 두가지의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혁명을 강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에 대한 영화화정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공산 세계에서 처음으로 권력의 부자세습을 실현한 김일성 부자는 개인숭배를 실현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영화와 예술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김정일은 자신을 공식적으로 북한 영화의 최고 명장으로 각인시키기도 했다. 그는 1973년 북한영화의 좌표를 설정한 “영화예술론”이라는 83쪽짜리 이론서를 발간했다. 김정일이 이 책에서 강조한 내용 중 하나는 “영화란 인민들이 진정한 공산주의자로 성장하고 전체사회의 노동계급화와 혁명화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이같은 역사적 과업을 위해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요소가 제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김정일 자신은 1만5천∼2만편의 서방영화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서방언론에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에서 최근에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들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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