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北) 식량난 극심 '제2 고난의 행군' 임박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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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8-04-24 03:13 유엔 '위기 국가' 분류… 쌀 1㎏이 한달치 월급 북한의 식량난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3일 북한을 '식량 원조가 필요한 위기 국가'로 분류하고 "올해 166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도 이날 세계식량계획(WFP)을 인용해 "지난해 북한은 홍수로 곡물 수확량이 예년보다 25% 감소했다"며 "올해 심각한 기근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과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던 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때와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작년 말 1100원 안팎이던 쌀 1㎏ 가격이 노동자 한 달치 월급인 2500원까지 올랐다"며 "90년대 중반에도 쌀값이 월급만큼 오르고 배급이 끊기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했다. 평양 주민들에게도 이달부터 쌀 배급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90년대 중반 같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쌀이 있어도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뛰고, 중국이 식량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도 북한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북한이 식량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당분간 '버티기'로 나오리라는 관측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한에 먼저 식량 지원을 요청할 경우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신 미국이 지원을 언급한 쌀 50만t과, 베이징올림픽(8월)을 앞둔 중국에 의존해 급한 불을 끄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및 베트남 방문설이 나오는 것도 '식량 구하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북한에 대규모 아사(餓死)자가 발생했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미나에서 "90년대와 달리 북한에서 시장이 확산됐기 때문에 배급이 끊긴다고 당장 아사자가 속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체제 유지 때문에 개방을 거부하고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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