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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감동 넘어 양심을 깨우는 뮤지컬 ‘요덕’
Korea, Republic o 관리자 577 2008-04-26 01:16:10
데일리NK 2008-04-25 17:57

[취재파일]北인권 실태, 뮤지컬 ‘요덕스토리’로 확인하세요.

공연 일주일째를 맞고 있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러브 인 요덕’을 24일 저녁 관람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요덕스토리’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6년 초연 당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큰 이슈를 모았던 것에 반해 이번 공연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요덕스토리’에 대한 작지만 의미 있는 참여도 계속되고 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은 사재(私財)를 털어 공연 티켓 1천표를 구입해 전국의 초·중·고·대학생들에게 무료 배부했다. 이 이사장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청소년들이 북한인권 문제의 실상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 씨의 각색으로 다시 태어난 ‘요덕스토리’는 극 중 주인공인 강련화(북한 공훈배우 출신으로 아버지가 간첩 누명을 써 수용소에 끌려옴)와 리명수(수용소 소장)간의 러브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춘 듯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요덕’이를 통해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던 작품 본래의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수용소 안의 삶이지만 이들은 ‘요덕’이라는 새 생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평생을 김정일 장군님의 붉은 전사가 되어 살아온 이들에게 ‘자유’란 죽음과 맞바꿔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수용소 안에서 벌어지는 무차별한 폭력과 살인을 재연하는 장면에서는 몸서리처지는 공포가 그대로 전해졌다. ‘일본인 납치자’,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 ‘탈북자’ 등 수용소에 갇힌 사람 각각의 사연들 또한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 날 관람에는 북한 개천의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출생한 탈북자 신동혁 씨도 기자와 동행했다. 공연의 1막이 끝난 후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무대 위에 있는 보위원들을 보면 아직도 두려움이 느껴지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제는 두려움보다 증오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서는 표정의 변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수용소 내의 보위원은 수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무소불위의 권력자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그려지는 보위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실제 수용소의 현실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무표정한 그의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떠한 형용사로도 그가 23년간 겪었던 지옥 같은 삶을 모두 표현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또 “수용소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도 했다. 물론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잘 와 닿지 않아 그런 것이긴 하겠지만 그에게는 어지간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부모와 자식이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과 아픔을 나누고, 노래하고 춤추는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낯선 수용소 속 풍경이었으리라.

요덕스토리 측은 “지난 공연과 비교해 내용적으로는 훨씬 완성도가 높지만 홍보 부족으로 수익으로 바로 직결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서울 앵콜 공연과 지방 순회 공연, 해외 공연 등도 계획 중이기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을 지에 대해서는 자신 없어했다.

실제로 ‘요덕스토리’는 보기에 따라 좀 지루할 수도 있는 뮤지컬이다. 대다수 뮤지컬처럼 즐겁거나 유쾌한 감정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거북스러운 감정마저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공연장을 나서며 이런 질문을 가슴에 품게 된다. ‘북한에서 정말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수용소를 나치 독일의 수용소와 비교하며, 수용소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의 수많은 증언에도 불구하고 수용소의 존재에 대한 논란조차 활발하지 않다.

‘요덕스토리’ 역시 한국보다 미주 지역에서 더 큰 호평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씁쓸함을 안겨준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우리와 더 이상 뗄 수 없는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외면하면 할수록 남북한의 평화로운 미래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렵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보자. 부담 없이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요덕스토리’ 속의 노래를 가만히 듣다보면 가슴을 뒤흔드는 양심의 울림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양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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