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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탈북화가 첫 개인전
Korea, Republic o 관리자 527 2008-05-30 21:45:38
연합뉴스 2008-05-27 07:56

경수현 기자 = 화가 선무(線無.36)씨는 얼굴없는 화가다. 탈북자 출신으로 북에 남아있는 부모와 형제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 얼굴을 숨기기 때문이다.

그는 1998년 두만강을 건너 3년6개월여간 중국과 라오스, 태국 등을 거쳐 2002년 한국으로 왔다. 그래서 탈북자 출신 1호 화가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28일부터 6월 27일까지 충정로 3가 대안공간 충정각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북한에서 지방에 있는 미대를 다닌 그는 남한으로 온뒤 학부를 거쳐 현재 홍익대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6년가량 흘렀지만 아직도 탈북의 고통과 북한의 기억이 그의 작업 세계의 중심부에 있다. 나름의 의도도 있다.

26일 충정각에서 만난 그는 "그림을 통해 북의 현실을 많이 알려 저쪽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울려라 행복의 노래', '정말로 좋아', '기쁨 넘쳐라', '조선의 신' 등 북한 사회를 선전하는 듯한 포스터풍의 그림과 함께 라오스 수용소안을 그린 '소원'과 '두만강', '선을 넘어' 등 탈북 과정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림 22점을 선보인다.

포스터풍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노래하는 북한 소년단원의 그림자에 구걸하는 모습을 그려넣는 등 북한 세태를 비꼬았다. 김정일을 화폭에 담은 '조선의 신' 윗부분에는 거꾸로 걸린 북한의 국기가 살짝 그려져있다.

행복하게 보이는 소년 소녀들을 담은 작품은 "정말 행복할까요"라고 역설적으로 묻게 하려는 의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그려본 적도 없어요. 아무나 그릴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김정일은 괜찮았는데 최근 김일성을 그리면서는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붓이 떨리고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논리적인 생각은 뿌리깊은 기억과 잠재의식에 대해서는 약한 존재인 듯싶다.

그는 작가의 삶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탈북화가 1호로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최근 활동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 있다.

올해만 몇차례 단체전 참여 일정이 잡혀있고 9월에는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전시에 자신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북한 사정이 나아진뒤에는 얼굴을 드러내도 될 것"이라며 극구 얼굴 사진은 거부했다.

그의 이름 선무는 휴전선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있다.

(사진설명 =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선무의 뒷모습과 전시작품인 '울려라 행복의 노래'.)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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