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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자립 돕는 '희망의 공장' 프로젝트
Korea, Republic o 관리자 541 2008-06-10 23:37:47
조선일보 2008-06-09 03:41

'사회적 기업' 신청한 메자닌아이팩

경쟁력 높이기 위해 일반 기술자와 함께 근무

탈북자들 8주과정 교육 수료해야 입사 가능

"꿈의 절반은 이뤄졌습네다."

강한 이북 사투리였다.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시 야동동의 박스 제조업체 '메자닌 아이팩' 공장에서 만난 김은혜(43·여·가명)씨. 그는 6개월 전만 해도 함경북도 온성에 살았던 탈북자다. 농장 일을 하던 남편과 아들, 딸을 놔두고 '나홀로' 탈북을 했다.

김씨는 "돈을 벌어서 북한의 가족을 모두 데려오는 게 최고의 꿈"이라며 "이제 일자리를 구했으니 꿈의 절반은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3일에 받은 124만원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봉투째 보관하고 있다.

그에게 희망을 준 곳은 탈북자를 위한 사회적 기업 1호를 목표로 하는 '메자닌 아이팩'.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도 올리는 기업을 말한다. 예컨대 빵을 팔아 돈 벌기만을 위해 기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최근 사회적 기업 관련 법을 만들어 각종 보조금과 면세 등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노동부에 신청을 했고, 6개월 이후 정식 승인이 나올 예정.

◆눈빛이 달라진 탈북 근로자

메자닌 아이팩은 탈북자만 일하는 곳이 아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파란색 마스크에 검은색 작업복 차림의 40·50대 중년의 직원들 중 18명이 탈북자였다. 나머지 10명은 일반 기술자였다. 이들은 탈북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서 회사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다. 탈북자 직원들은 초기엔 일 배우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적당히 시간만 때워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북한 방식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공장에서 한국의 기술자들과 부대끼고 함께 일하면서 눈빛부터 달라지고 있다.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기술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경영은 프로에게

5억원에 이르는 각종 초기 운영 경비는 사회복지재단인 열매나눔재단이 대고 있지만 회사 경영은 박스업계 경력 7년의 전문경영인 조효(39) 사장을 스카우트해 맡겼다.

조 사장은 한 달도 안 돼 벌써 중소기업 거래처 네 곳을 직접 뚫었다.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확보한 것이다. 오는 7~8월쯤 납품을 시작할 서울우유의 두유제품 박스(연간 20억원)건까지 합치면 꽤 좋은 출발이다. 조 사장은 "내년부터는 연간 40억원 이상의 매출이 보장돼 있다"면서 "어차피 제품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수주를 하러 다닐 때 탈북자 기업이란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매나눔재단의 김범석 사무처장(목사) 역시 "어려운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을 만들어 목사나 사회복지사가 운영하면 대부분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탈북자에게도 경쟁원리 적용

이 회사엔 탈북자라고 해서 아무나 입사할 수 없다. 18명의 입사자들은 지난 2월부터 8주 동안 '희망열매 아카데미'란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나이 어린 여성 상사를 모실 때 적응 법, 성공학 개론, 재테크 등 교육을 세 번 이상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고 들어야 수료증이 나온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취직이 어렵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은 탈북자에게 일자리를 주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메자닌 아이팩에 남은 과제도 많다. 거래처는 텄지만 얼마나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불황 등으로 경영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돌파할지 등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메자닌(mezzanine)은 이탈리아어로 '중간'이란 뜻이다. 자본주의와 취약 계층을 중간에서 연결해 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회사는 중간쯤이 아니라 최고로 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모두의 꿈이라고 했다.

사회적 기업

주로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서비스 제공 등의 사회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 고령자, 장애인, 성매매 피해 여성 등 일자리를 찾기 힘든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벌어들인 이익은 관련 사업이나 지역 사회에 재투자한다. 영리 기업과 비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돼 사회적 기업에 경영 컨설팅, 시설비 지원 등 혜택을 주고 있다.

파주=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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